30년도 더 된 일입니다.

 

일 보러 광주에 갔는데, 현지 분들이 그 지역에선 꽤 알려진 술이라며 권합니다.

 

첫눈에 붉은색이 도는데, 향도 그럴싸하고 마실만 합니다.

 

아무런 경계심 없이 한 잔, 두 잔 받아먹는데, 도수가 만만치 않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깟 것 얼마나 되겠느냐며 호기롭게 마셨습니다.

 

그리고 일어날 때 휘청하며 몸이 흔들리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른바 '앉은뱅이 술'의 실체를 느껴본 '진도홍주' 체험기입니다.

 

지초란 약초 뿌리를 첨가해 만든 남도의 명주라는데, 그때까지 서울·경기 지역을 벗어난 일이 많지 않으니 

 

알 턱이 없었지요.

 

그리곤 잊었습니다.

 

그러다 상암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상암고 앞을 오가는데, 입구 한편에 줄을 그어 놓고 '교화(校花) 지초'란

 

팻말을 세워놓았습니다.

 

몇 해 전인가 길게 풀 한 포기 올라와 끄트머리에 흰색 꽃이 달린 걸 한 번 보았지만, 

 

그 뒤로 텅 비어 있어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멀리 남도에서나 자랄 것 같고, 일견 보잘것없으니

 

수년 동안 꽃 찾아다니면서도 지초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조차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며칠 전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지치를 만났습니다.

 

첫눈에 몇 해 전 동네서 본 지초와 똑 닮았음을 알았고, 

 

정명이 지치이고, 이명으로 지초, 자초, 자근 등으로 불리는 약재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데, 최근 눈에 뜨이기만 하며 캐 가는 바람에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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