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을 받았다. 안 열어봐도 청첩장인 줄 알겠다.
누굴까.
 일찍 결혼한 여자 동창생이 아이들 혼사 치른다는 소식이겠지 지레짐작했다.
 한데 보낸 이가 남자다.
“아하,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그랬다.
말이 별로 없는 친구,
무슨 연유에선지 결혼을 안 해 친구들로부터 툭하면 “아직 상투도 못 튼 어린애가…”하며
놀림을 받던 그 친구가 드디어 장가를 간단다.
동창생들이 하나둘 자식 혼사를 치를 즈음에 본인 결혼이라니….

 

만사 제쳐놓고 혼례식장에 갔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50대 초반 친구의 모습이 환하다.
저렇게 밝은 모습을 언제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역시 40대 후반 신부의 표정도 눈부시다.
신랑은 초혼이고, 신부는 재혼으로 이런저런 사연이 구구하다지만
 여느 신랑, 신부와 다름없이 다정해 보인다.

“아들 딸 낳고 잘살아라.”
친구들의 짓궂은 덕담에 대답이 걸작이다.
“너희는 평생 자식들 키울 걱정에, 과외비에 학원비 때문에
고생했지만, 우린 우리 살 일만 걱정하며 행복하게 살련다.
”만혼(晩婚)의 신랑, 신부가 더없이 행복한 이유다.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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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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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jr1113 2010.08.29 0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간의 정서를 조금은 느낌으로 알 수 있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