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 ③] 민족의 성산 백두산 고산식물의 대표 '두메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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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학명은 Papaver radicatum var. pseudoradicatum (Kitag.) Kitag.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불리어온 백두산. 까마득한 옛날부터 국토와 민족과 국가의 시원(始原)으로 숭상 받아온 백두산은 식물학에 있어서도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한반도내 북방계 식물의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막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옛날 빙하기 때 백두대간을 타고 저 멀리 제주도까지 밀고 내려갔던 북방계 식물들이 후빙기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절멸해가고 있는 가운데 높이 2750m의 백두산은 한반도에 뿌리 내렸던 북방계 식물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발 2500m를 넘는 봉우리만 16개에 이르는 백두산에는 2300종이 넘는 식물들이 서식하는데, 특히 해발 2000m 안팎의 고산 지대에는 두메양귀비를 비롯해 두메자운, 바위구절초, 노랑만병초, 가솔송, 좀참꽃나무, 구름범의귀, 돌꽃 등 북방계 식물의 특성을 가진 300여 종의 야생화들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납니다.

이렇듯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 희귀 야생화 및 고산식물의 보고인 백두산은 그러나 5월 말에야 기온이 0도로 올라가 8월 중순이면 다시 영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6~8월 3개월 짧은 기간에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연히 백두산 꽃 탐사도 대략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단기간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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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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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범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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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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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양귀비-1

그런데 해발 3000m에 이르는 고산지대인 만큼 여름철 수시로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악천후 때문에 천상의 화원이 펼쳐지는 산정 부근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두메양귀비는 이른바 백두산 고산지대 평원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고산식물의 하나로 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백두산 중턱 수목한계선을 지나면 나타나는 고산 평원지대에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천지 주변 큰 바위와 자잘한 돌, 흙이 뒤섞인 벼랑 끝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 무더기로 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초 갑작스런 폭풍우로 산문이 폐쇄되는 바람에 이튿날 겨우 오른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서 만난 두메양귀비는 모처럼 활짝 벗겨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노랑 꽃잎을 살랑거리며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황홀경을 선사하더군요.    양귀비과의 두해살이 유독성 식물인 두메양귀비의 ‘두메’는 이른바 두메산골의 두메에서 따온 접두어가 맞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산골이나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라는 두메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그야말로 심심산천에 피는 꽃, 백두산 정도는 되는 오지나 높은 산에 피는 꽃들에 붙는 단어입니다. 

두메자운, 두메양지꽃, 두메애기풀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두산의 모든 꽃들은 고산지대 특유의 강풍에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필사의 노력을 하는데, 두메양귀비의 경우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꽃잎을 돌리며 꽃술과 꽃가루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합니다.

“아~ 우리 동네 공원에서 본 꽃과 닮았네!” 누군가 두메양귀비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동네 화단에 심어진 꽃양귀비가 두메양귀비를 닮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섭한 말씀 마세요. 원조 양귀비더러 ‘꽃양귀비’를 닮았다고 하면 듣는 두메양귀비가 서운해 합니다” 하지만 꽃양귀비와 달리 정말 ‘아편’의 원료가 되는 유독성 식물이 바로 두메양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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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자리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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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자운

*Where is it?

현재 백두산 야생화 탐사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남과 북의 통로가 막혔으니 중국을 통해 가는 수 밖에 없다. 중국명 ‘장백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세 개. 북백두(북파), 서백두(서파), 남백두(남파) 등 세 개 코스를 이용해 정상의 천지까지 오른 뒤 주변 고원지에 펼쳐진 꽃밭을 살피면 된다. 다만 최근 북백두 부근 달문이나 서백두의 장백폭포, 소천지, 지하삼림 등 중요 탐방지에 대한 통제가 심해 야생화 탐사가 예전처럼 수월하지가 않다. 사진의 두메양귀비는 북백두의 천문봉 아래 주자창 부근 초원에서 담았다. 기상대에서 숙박한 뒤 새벽 천지가 열리는 것을 보고 내려와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두메양귀비를 보았다.

<2014-07-23 브라보 마이 라이프(http://www.bravo-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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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원 2014.07.29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두산의 꽃들을 앉아서 봅니다
    올해는 가려니 했더니 전하는 말로 많은 곳이 통제되어
    제고하라는 얘기를 듣고 본전 생각나서 포기 했습니다
    보고 또 봐도 귀한 꽃들입니다

    • atomz77 2014.08.05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백두산 야생화 기행~참 아니 갈 수도 없고~또 가서는 이러저런 이유로 속이 상하고~그래도 환하게 열린 새벽 천지 모습에 감격했습니다/ 꽃사진 몇장에 기뻤습니다!!

  2. 테리우스원 2014.07.31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두산의 정기를 아침 일찍 받고 갑니다.
    출판 기념회는 언제 하실련지요?
    요즈음 자격 연수 때문에 바쁘다보니
    자주 연락드리지 못하점 이해해 주세요
    무더운 날씨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3. 초록버드나무 2014.08.04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난히도 맑고 투명한 색감이군요 풍광 보아하니 그 기분 알것 같습니다.........아침엔 풀벌레가 울어쌌더니 지금은 매미소리 우렁찹니다 (좋은 소식 있으면 함께 올려주세요 ^^) 건강한 여름나시구요~~

    • atomz77 2014.08.04 18: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조만간 올리겠습니다/그저 쑥스러운 기분에 망설이고 있답니다/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설악은 역시 높고 크고 넓었습니다.
백두산 천지도 16mm 광각으로 담아냈는데...
대청봉 바람꽃 앞에 서니 겨우 중청 소청 귀퉁이 한자락, 공룡능선의 한조각 끼워넣기도 '억지춘양격'입니다.
한여름 대청봉에 바람이 붑니다.
눈처럼 흰, 백설기처럼 탐스런 바람꽃이 핍니다.
1707m 고지를 댓바람에 오른 탓에 등줄기에선 땀이 줄줄 흐르는데,
그늘 한점 없는 정상엔 강렬한 여름 햇살이 수직으로 쏟아집니다.
기력은 쇠하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질 즈음 찬 바람 몰고온 바람꽃이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그 옛날 이효석은 봉평 벌판의 메밀꽃을 보고 달빛에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에 피어났다고 했던가요.
한여름 대청봉엔 흰 눈이 내린듯, 싸락눈이 흩날린 듯 여기에 한 무더기 저기에 한 무더기 피어나,
그저 산이 좋아 산을 찾은 산악인들을 반갑게 반갑게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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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원 2014.07.22 2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청에서 중청을 지난 적이 여러 번이었지만
    여름철이 아니어서 바람꽃을 아직 보지 못했으니
    무슨 꽃쟁이라 하겠습니까
    설악산의 왠만한 코스는 다 다녀봤는데도 이곳의
    야생화는 까막눈입니다.
    바람꽃, 그리움의 저편입니다~

    • atomz77 2014.07.28 0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휴가 핑계로 미적대다 이제야 글 올립니다/바람꽃은 작년 흘림골에서 1차 대면한 적이 있지만 대청봉은 몇년을 벼룬 끝에 올랐습니다/가길 잘 했다 싶지만 한여름 쉽게 나설 일은 아니더군요/세세연년 피는 바람꽃 내년, 그도 아니면 후년에 찾아가시지요/언젠가 한번은 만나야 할 바람꽃이긴 합니다~

  2. 초록버드나무 2014.07.23 1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둥~~~~~ 와 ~~ 7월에 설악...8월엔 여러 차례 올랐지만 7월 설악에 그렇게나 이쁜 바람꽃이 핀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지인짜 이쁩니다~~~ @@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가 있었던가요.
7월 17일,
그러니까 초복 하루 전 설악산 대청봉에서 비록 한송이에 불과하지만 활짝 펴진 금강초롱 꽃을 보았을 때
마치 꽤나 알려진 한 우리영화 제목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원래 금강초롱이 가을 꽃이라기보다는 늦여름부터 피는 여름 꽃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만, 
7월 중순 만개한 꽃을 본다는 것은 다소 생소했습니다.
올해 모든 꽃들이 일찍 개화했으니 당연한 일인지,
1707m의 고지여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해서 지난 여러 해 동안 찍었던 날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처음 사진 2장이 이번에 대청봉에서 담은 것입니다.
바로 아래 봉오리만 맺힌 것이 2010년 8월 21일 화악산에 담은 것입니다.
그 다음 한송이만 핀 것은 2011년 8월 27일 역시 화악산 금강초롱입니다.
그 다음 것들도 8월 하순 오대산과 용문산 등지서 최근에 수년간 찍은 것입니다.
암튼 요상하고 기이한 올해의 꽃다이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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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4.07.23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꽃도 이쁘지만 행복하셨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설악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지난 주말 깜짝 놀랐습니다 올림픽공원에 코스모스가 만발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