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들, 저것들을 뭐라 부르나?//
밤새 질펀한 사랑을 나눈 듯/지천에 피어난//
우선 일 저질러 놓고/야트막한 언덕배기에서 살림을 차린듯//
세상물정 모르는/귀때기 시퍼런/저 철없는 풀꽃들의 지저귐을 뭐라 번역하나?"(안준철의 '개불알풀' 전문) 

안 시인이 절묘하게 노래했듯, 
참으로 민망하기에 '저것들을  뭐라 부르나,뭐라 부르나' 하며 이름 부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꽃입니다.
말 그대로 꽃이 지고 난 뒤에 맺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이 닮았다고 해서 개불알풀(맨아래 사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른 봄 빠르면 1,2월에도 아파트화단이나 양지 바른 길가에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기에 
봄까치꽃으로도 불립니다.
땅비단이니 지금(地金)이란 예쁜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꽃을 두고 
또 다른 시인은 " 겨우내 찾던 비단 옷 같아서/저당 잡혀 두고 싶은 꽃"(고은아의 개불알풀)이라고 노래했지요.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인데 같은 현삼과의 식물로 
꽃이 더 큰 '큰개불알풀',
줄기가 길고 꼿꼿하게 서 있다고 해서  붙은 '선개불알풀(1~3번째 사진)',
키가 작고 땅바닥에 누운 듯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붙은 '눈개불알풀' 등 모두 4종류가 있습니다.
특히 선개불알풀의 경우 꽃 크기가 새끼손톱의 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매우 작아서 처음에 꽃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또 꽃이름을 알기도 쉽지않아 유명산 정상 활공장에서 찍어온지 서너달 지나서야 동정을 알게 됐답니다.
사진 찍기도 이름을 알기도 힘들었기에 선개불앞풀의 사진을 앞에 내세웠답니다.
사족 : 잠자리날개(금강애기나리)와 짙은 잉크색(자란초)이란 멋진 표현을 가르쳐주신 갤러리들께서 
이번엔 어떤 레슨을 주실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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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1.21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꿈보다 해몽, 꽃보다 해설?? 좌우간 서둘러 들판에 나갔는데 으실거리는 봄바람은 옷섶 스미고 쬐끄만 꽃, 눈에 띄면 환호작약 좋아라 하지요--마침내 그 여자가 올 거에요 짧은 머리칼의 그 여자가 부르는 수양버들빛 노래를 들을 거에요--산에 갑니다 산에도 안가면 하루 일과랄 것도 없네요 좋은 오후 지으세요들~~~

  2. 들꽃처럼 2010.01.25 0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끼손톱의 반보다도 작다하니
    어디서 본 듯은 싶으면서도 영~ 낯이 익지는 않네요.

    봄의 전령사라니,
    찬기운 떠난 들에 나가면 눈여겨 찾아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꽃도 꽃이지만,
    이런 이름이 붙은 열매는 어찌 생겼는지
    퍽이나 궁금해집니다... ㅎㅎ

같은 과 같은 속의 꽃이라도 '금강'이란 접두어가 붙으면 각별한 형태와 색을 자랑하는 특별한 꽃이 됩니다.
잘 알려진 금강초롱이 그렇고,금강제비꽃과 금강봄맞이가 그러합니다.
금강산의 여름 이름인 '봉래'가 붙은 봉래꼬리풀도 마찬가지입니다.
천하제일 명산인 금강산에서 처음 채집되었거나,주요 자생처이기에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식물들입니다.
금강애기나리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봄철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많이 피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애기나리(맨아래 사진)인데,
금강애기나리는 애기나리와 같은 백합과의 꽃이지만
깊고 높은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애기나리의 흰꽃은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고 피기에 그 많은 수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금강애기나리는 애기나리보다도 더 작은 꽃을 치켜들고, 꽃잎을 뒤로 제낀 채 
나 보란듯이 서서 신록의 봄 숲의 한 주인공을 자처하기에 보는 이도 덩달아  도도해지는 기분을 느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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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1.19 1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거리고 앙드레김쇼에 나오는 여자들 망사 드레스 같기도 하고 만지면 찢어질 듯 보드라워 보이네요 무우척 예쁘고 앙증스럽습니다

  2. 들꽃처럼 2010.01.20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첫사진을 보면서 잠자리날개를 떠올렸는데,
    초록버드나무님도 같은 생각을... ㅎㅎ

    어딘지 낯이 익다 했는데,
    금강산에만 있는 꽃이라면 처음보는 꽃이네요.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겠죠...

  3. 초록버드나무 2010.01.20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네요 조금씩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처럼 엎질러진 물처럼 봄이 올 것 같아요 산에 가려구요 오늘 같은 날 산에 가면 호젓해서 좋답니다 아자~~

 새해 벽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개장된 두바이의 '브루즈 칼리파'.160층에 높이 828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삼성물산이 건설을 총괄했다며 우리에게도 이미 크게 소개된 이 건물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한 일간지에 실린 작은 기사 때문입니다.
"히메노칼리스(Hymenocallis)라 불리는 사막의 꽃을 모티브로 했다.여섯개의 꽃잎 중 하나 건너 하나씩 세 개의 잎을 떼어낸 게 버즈 두바이(브루즈  칼리파로 개명하기 전 이름)의 단면 모습이다"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생김새를 알수 없지만, 어쨌든 중동 사막에서 자라는 야생화가  세계 최고건물을 디자인하는데 모티브가 됐다는 이야기가 재밌게 다가온 것이지요.
 더불어 혓바닥 같은 꽃잎을 앞으로 내민 채 다닥다닥 층층이 꽃을 피우는 꿀풀과 식물들도 언젠가 초현대식 건물의  한 모형이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자란초는 떡갈나무 잎처럼 매우 큰 잎이 특징인 꿀풀과의 초본입니다. 5월말에서 6월초 사이 가평의 유명산에 가면 산기슭에 넓게 번져 자라는 걸 볼수 있습니다.처음엔 손바닥 두개를 펼친 것보다도 큰 푸른 잎만 눈에 들어오는데 자세히 살피면 줄기 사이사이에 꿀풀 꽃(위에서 5번째) 같기도 하고,조개나물 꽃(여섯번째) 같기도 한 보라색 꽃이 자잘하게 달린 게 보일 겁니다.
큰 잎에 비해 꽃이 작아 다소 볼품없어 보이지만, 어엿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랍니다.큰잎조개나물로도 불립니다.
맨 아래 진홍색 꽃은 자란입니다. 비슷한 이름의 식물을 기억하는 이들이 뭐더라,뭐더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러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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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1.14 15: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습니다 빼어난 색감이나 자태만큼 이름도 이쁩니다

  2. 들꽃처럼 2010.01.18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꽃색깔이 아주 절묘하네요.
    짙은 잉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