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도 시샘을 합니다.
이른 봄 아직 골짜기의 얼음이 녹기도 전 앉은부채가  강렬한 열기를 발하며 양지바른 숲 여기저기에 고개를 삐죽 내밀기 시작하면 너도바람꽃이니 복수초가, 곧이어 꿩의바람꽃과 노루귀 등이 서로 뒤질새라 고고성을 지릅니다.
이즈음 매화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생강나무와 산수유에도 노란 꽃망울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천지사방이 꽃대궐로 변하는 봄날,
풀과 나무들이 앞다퉈 꽃을 피우는 그런 봄날 상상만해도 즐겁지 않은가요?
누가 먼저 피나 내기하던 꽃들이 이번에 이름을 두고도 시새움을 합니다.
깊은 산에 피는 흰꽃이 '바람꽃'이라는 멋진 이름을 뽐내자 
또다른 흰꽃이 나도바람꽃이라 나서고,이른봄 가장 먼저 피는 흰꽃은 너도바람꽃이라고 맞받아칩니다.  
잎과 열매가 밤나무를 닮은 울릉도산 나무를 너도밤나무라 칭하였던니 언뜻 잎만 닮은 까치박달나무란 놈이 '나도밤나무' 하고 나섭니다.
나도냉이,나도수정초,나도범의귀,나도수영,나도승마,나도옥잠화,나도제비란...등 나도가 붙은 식물의 수는 300여종을 넘습니다.
반면 '너도'가 붙는 식물은 밤나무를 비롯,고랭이,개미자리,수정초,제비란,양지꽃,꼭두서니,방동사니,바람꽃 등 9개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서 소개되고 있는 전부입니다.
결국 '나도'니 '너도'니 하는 접두어가 붙은 식물은 스스로 주장하든, 남들이 인정하든 
오리지날과 꽃이든 잎이든 무언가 비슷하기에 가져다 붙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짝퉁이거나 아류,2류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너도니 나도가 붙은 짝퉁꽃이 오리지널보다 훨씬 예쁜 경우가 많다는 게 
식물세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너도바람꽃'은 누가 뭐래도 바람꽃류의 최고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8~9월 숲가에 물봉선과 뒤섞여  한창 꽃을 피우는 나도송이풀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이풀'이란 이름을 차용했지만 꽃의 모양이나 색은 오리지날 송이풀을 훨씬 앞지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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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1.26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끈따끈하군요 맞아요 별꽃보다 개별꽃이 훨씬 이쁘더라구요

  2. 들꽃처럼 2010.01.28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이름도 알아가지만
    거기에 따른 또 다른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합니다.
    가만히 앉아 클릭하는 것만으로 정보를 채가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여튼간에 정보수집 하느라 여기저기 찾아보시는 노고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가져봅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

"저것들, 저것들을 뭐라 부르나?//
밤새 질펀한 사랑을 나눈 듯/지천에 피어난//
우선 일 저질러 놓고/야트막한 언덕배기에서 살림을 차린듯//
세상물정 모르는/귀때기 시퍼런/저 철없는 풀꽃들의 지저귐을 뭐라 번역하나?"(안준철의 '개불알풀' 전문) 

안 시인이 절묘하게 노래했듯, 
참으로 민망하기에 '저것들을  뭐라 부르나,뭐라 부르나' 하며 이름 부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꽃입니다.
말 그대로 꽃이 지고 난 뒤에 맺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이 닮았다고 해서 개불알풀(맨아래 사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른 봄 빠르면 1,2월에도 아파트화단이나 양지 바른 길가에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기에 
봄까치꽃으로도 불립니다.
땅비단이니 지금(地金)이란 예쁜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꽃을 두고 
또 다른 시인은 " 겨우내 찾던 비단 옷 같아서/저당 잡혀 두고 싶은 꽃"(고은아의 개불알풀)이라고 노래했지요.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인데 같은 현삼과의 식물로 
꽃이 더 큰 '큰개불알풀',
줄기가 길고 꼿꼿하게 서 있다고 해서  붙은 '선개불알풀(1~3번째 사진)',
키가 작고 땅바닥에 누운 듯 꽃을 피운다고 해서 붙은 '눈개불알풀' 등 모두 4종류가 있습니다.
특히 선개불알풀의 경우 꽃 크기가 새끼손톱의 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매우 작아서 처음에 꽃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또 꽃이름을 알기도 쉽지않아 유명산 정상 활공장에서 찍어온지 서너달 지나서야 동정을 알게 됐답니다.
사진 찍기도 이름을 알기도 힘들었기에 선개불앞풀의 사진을 앞에 내세웠답니다.
사족 : 잠자리날개(금강애기나리)와 짙은 잉크색(자란초)이란 멋진 표현을 가르쳐주신 갤러리들께서 
이번엔 어떤 레슨을 주실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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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1.21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꿈보다 해몽, 꽃보다 해설?? 좌우간 서둘러 들판에 나갔는데 으실거리는 봄바람은 옷섶 스미고 쬐끄만 꽃, 눈에 띄면 환호작약 좋아라 하지요--마침내 그 여자가 올 거에요 짧은 머리칼의 그 여자가 부르는 수양버들빛 노래를 들을 거에요--산에 갑니다 산에도 안가면 하루 일과랄 것도 없네요 좋은 오후 지으세요들~~~

  2. 들꽃처럼 2010.01.25 0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끼손톱의 반보다도 작다하니
    어디서 본 듯은 싶으면서도 영~ 낯이 익지는 않네요.

    봄의 전령사라니,
    찬기운 떠난 들에 나가면 눈여겨 찾아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꽃도 꽃이지만,
    이런 이름이 붙은 열매는 어찌 생겼는지
    퍽이나 궁금해집니다... ㅎㅎ

같은 과 같은 속의 꽃이라도 '금강'이란 접두어가 붙으면 각별한 형태와 색을 자랑하는 특별한 꽃이 됩니다.
잘 알려진 금강초롱이 그렇고,금강제비꽃과 금강봄맞이가 그러합니다.
금강산의 여름 이름인 '봉래'가 붙은 봉래꼬리풀도 마찬가지입니다.
천하제일 명산인 금강산에서 처음 채집되었거나,주요 자생처이기에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식물들입니다.
금강애기나리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봄철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많이 피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애기나리(맨아래 사진)인데,
금강애기나리는 애기나리와 같은 백합과의 꽃이지만
깊고 높은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애기나리의 흰꽃은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고 피기에 그 많은 수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금강애기나리는 애기나리보다도 더 작은 꽃을 치켜들고, 꽃잎을 뒤로 제낀 채 
나 보란듯이 서서 신록의 봄 숲의 한 주인공을 자처하기에 보는 이도 덩달아  도도해지는 기분을 느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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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1.19 1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거리고 앙드레김쇼에 나오는 여자들 망사 드레스 같기도 하고 만지면 찢어질 듯 보드라워 보이네요 무우척 예쁘고 앙증스럽습니다

  2. 들꽃처럼 2010.01.20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첫사진을 보면서 잠자리날개를 떠올렸는데,
    초록버드나무님도 같은 생각을... ㅎㅎ

    어딘지 낯이 익다 했는데,
    금강산에만 있는 꽃이라면 처음보는 꽃이네요.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겠죠...

  3. 초록버드나무 2010.01.20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네요 조금씩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처럼 엎질러진 물처럼 봄이 올 것 같아요 산에 가려구요 오늘 같은 날 산에 가면 호젓해서 좋답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