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진한 향기에 끌려 숲속을 파고든 적이 있었습니다.
"이상하네.라일락꽃 진 게 언젠데..."
알마 뒤 그 짙은 향을 내뿜고 있는 실체를 접하는 순간 
"맞다. 게보린" 이란 광고문안이 있듯  
"맞다. 우리 토종 정향나무가 바로 이게로구나" 
하며 무릎을 쳤습니다.
1947년 미 군정청의 한 식물채집자가 북한산에 자생하던 우리 정향나무의 씨를 채집해 
미국으로 가져가 '미스킴라일락'이란 이름의 원예종을 개발했고,
현재 미국 라일락시장의 3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연의, 바로 그 꽃입니다.
'귀한 우리 종자'를 지키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로 종종 손꼽히는 
정향나무는 우리가 흔히 보는  라일락꽃보다 
꽃이 가늘고 길며, 특히 향이 짙습니다.
무엇보다 꽃피는 시기가 5월중순 이후에서 6월초로 시중의 라일락 보다 한,두달 가량이나 늦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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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마마 2009.06.06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일락 향기 정말 좋아하는데,
    꽃이 참 예쁘게 생겼네요.
    폭죽이 터질 때의 모습 같아요 ^^

  2. atomz77 2009.06.07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정말 예쁘죠/생김새도 예쁘고/향도 좋고/
    초여름 우리의 야생 정향나무 최고입니다

  3. 노을짜는 바람 2009.06.10 1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말로 '수수꽃다리' 라 불리죠~^^~

  4. atomz77 2009.06.10 1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습니다/다만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분류에 따르면 정향나무는 '둥근잎정향나무'로,수수꽃다리는 '넓은잎정향나무'로 차이를 두고 있기에 같은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5. 정향나무 2009.10.08 2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생종을 널리 소개하시다니, 좋은 일 하시는군요. 야생에서 자생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정말 옳으신 태도입니다.
    근래 미스김라일락을 정향나무로 소개하는 분들이 더러 있던데, 이땅의 정향나무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홀대당하는 느낌일 것입니다. 미스김라일락에 정향나무의 유전자나 혈통이 섞여 있다고 해서 정향나무로 부른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봅니다. 미스김은 이미 서구인의 미학적 기준에 의해 서구적으로 개량화된 것일 뿐입니다. 원예종이긴 하지만 야생종 혹은 자생종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산골짜기에서 은방울꽃의 군락지를 발견했을 때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아렸다."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은방울꽃과의 첫 만남의 감동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어 다음과 같은 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혼자서 산길을 헤매다가
나도 모르게 음습한 골짜기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진하면서도 고상한,
환각이 아닌가 싶게 비현실적인 향기에 이끌려서였다.

그늘진 평평한 골짜기에 그림으로만 본 은방울꽃이 쫙 깔려 있었다.
아니 꽃이 깔려 있다기보다는
그  풍성하고 잘생긴 잎이 깔려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밥풀만한 크기의 작은 종이 조롱조롱 맺은 것 같은
흰 꽃은 잎사이에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앙큼하도록 농밀한 꿀샘을 가지고 있었다.

은방울꽃은 숙명의 교화였다.
가슴에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던 배지도 은방울꽃을  도안한 거였고,
교가도 은방울꽃의 수줍음과 향기를 찬양한 내용으로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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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미자 2009.06.02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예뻐서 세 번째 은방울꽃 모습을 바탕화면에 저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보여줄 생각입니다.

  2. atomz77 2009.06.02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예쁜 걸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그 마음이 진짜 예쁘다고 생각합니다/좋은 하루되세요

  3. 2009.06.25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밥이 곧 하늘이라는 말이 있던가요.
그래서 이 꽃은 '지장보살'이라는 참으로 멋진 이름으로도 불리는 가 싶습니다. 
이른 봄 새순은 산나물로 인기가 좋아
숱한 사람들이 배낭 가득하게 채취해 가는 게 바로 이것입니다..
이름하여 '이밥나물'로 불리지요.
달큰한 게 이른 봄 입맛을 돌게 합니다.
그렇게 뜯기고도,모질고 모진 생명력 덕분에 5월 중순을 전후해 
산 기슭에서 하얀 꽃으로 피어나, 하얀 쌀밥을 뿌린 듯 사방을 밝힙니다.
어린 순일때는 요깃거리가 되어 허기진 이들의 배를 달래주고,
다 자라서는 희디흰 꽃을 풍성하게 피워 눈요깃거리가 되니,
지장보살이란 별칭이 제격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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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빛 2009.07.02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너무 잘 보고 갑니다.
    설명을 시적으로 잘 해 주셔서 고맙고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저 위의 꽃 들을 산에서 만나면 이름을 기억하도록 애쓰겠습니다

    • atomz77 2009.07.03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왕 시작한 일, 보고 또 보고 해서 이름을 익히시면 좋을 것입니다.
      우리 들꽃 산꽃 수십여 가지만 이름을 알아도 산으로 들로 나들이 가는 재미가 색다를 겁니다.

  2. 유영철 2010.06.07 15: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군요! 이렇게보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