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어느덧 월력이 2장쯤 찢겨 나갈 무렵
도시에선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막 풀려나기 시작하지만 
산속은 여전히 한겨울.
그런 3월초순 꽁꽁언 얼음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게 바로 너도바람꽃.
서울 인근 중부지방 산악지대의 경우 야생에서 만나는 첫 꽃이 바로 너도바람꽃일 것이다.
거의 같은 시기 앉은부채도 늦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맞서 의연하게 앉아서 꽃을 피웁니다.
때마침 기상이변으로 춘설이라도,서설이라도 만나면 
환상적인 설중화를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누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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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글/길섶에서 2008.11.25 17:43
아흔 살 노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칠순 아들이 색동옷 입고 재롱을 떤다.언젠가 TV 장수마을 프로그램에서 본 장면이다.효(孝)란 ‘이 나이에' 하는 거드름 없이 부모가 원하면 주저없이 하는 것이란 메시지가 담겼던 것 같다.

지난 주말 한 모임에서의 일이다.육십대의 선배가 “왜 인사를 안 하느냐.”고 후배를 나무란다.‘오랜만이어서 잘 몰라 봤다.’며 사과하는 데도 막무가내로 하대를 하자 “나도 낼 모레면 쉰살”이라며 대거리를 한다.‘나이가 벼슬’인 양 서로 ‘나이 대접’을 해달라는 이 실랑이에서 ‘사오정’(사십오세 정년)이니 ‘오륙도’(오십육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니 하는,나이·서열·기수 파괴의 바람 앞에 불안해 하는 중장년층의 불편한 심사가 느껴졌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나이가 들수록 부끄러움을 알고,‘나잇값’ 하게 하는 어른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다는 ‘아기철학자’ 시리즈가 생각난다.“산다는 건 뭘까.나도 곧 7살이 되는데.우리 나잇값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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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지하철 시청역 지하도를 지나는데 잿빛 법의 차림의 여승이 막아선다.
느닷없는 저지에 당황해하자
 1000원짜리를 내밀며 씩씩한 목소리로 영등포역까지 승차권을 사달란다.

먼저 동전교환기를 찾아 500원짜리 동전 2개로 바꾼 뒤
 다시 승차권 발매기에서 ‘1구간’을 선택,동전을 넣은 다음
표와 거스름돈 400원을 꺼내는 순간 자초지종이 짐작됐다.
지하철 승차권 구매 등 도회인들에겐 하찮은 일상사도 이방인들에겐
너무도 생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와닿았다.

승차권과 잔돈을 건네며 “어디서 오셨습니까.”하고 물으니
해맑은 미소와 함께 “수덕사에 있습니다.”고 즉답을 한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퇴근길을 재촉하며 나도 모르게 흘러간 유행가 가락을 읊조리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아,내가 마주했던 게 ‘수덕사의 여승’을 부른 가수 송춘희의 환영이었나,
아니면 수덕사에서 입적한 여류문인 일엽스님의 현신이었나.
아리송하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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