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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가 사랑한 제주 몰마농꽃, 수선화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5.12.28>

 

 학명은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Roem.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지구촌 곳곳에 초봄같이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페루 칠레 연안의 해수 온도가 주변보다 2~10도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가져온 결과라고 합니다. 어찌 됐던 난데없는 난동(暖冬)으로 미국 워싱턴에서도, 독일 드레스덴에서도 벚꽃이 만개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중 영국 런던의 올림픽공원에서 피었다는 노란색 수선화의 화사한 사진이 제 눈엔 가장 인상적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해변에 피어 있는 수선화. 자주색 열매는 백년초라 불리는 제주도 자생 선인장 열매다. 왼쪽에는 산방산이, 가운데 뒤로는 눈 덮인 한라산이, 오른쪽에는 짙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에 뿌리내렸다

그런데 지구촌 이상 난동의 한 증거인 수선화가 우리 땅 제주에선 해마다 한겨울 어김없이 피어나 ‘따듯한 남쪽 나라’를 실감케 합니다.

“마을마다 동네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다. (제주의)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다.” 160여 년 전 제주에서 8년 3개월간이나 유배 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는 제주 들녘에 흔하게 피는 수선화를 각별하게 아끼며, 뭍에 있는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맑고 깨끗한 향이 벼루에 떠돌고 편지지에 스밀 듯’ 그윽한 수선화 향을 전하곤 했습니다. 특히 평생지기였던 벗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선, 매화가 고상하다고는 하지만 뜰을 넘지 못하는데 “정월 그믐에서 2월 초 피기 시작한 수선화는 3월이 되면 산과 들, 밭두둑에 흰 구름이 깔린 듯, 흰 눈이 장대하게 쌓인 듯” 피어난다며 세세하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몰마농꽃이라고 불리는 제주 토종 수선화. 꽃대 하나에 꽃이 여러 송이 달리고, 속 꽃잎도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그러면서 추사는 “그런데 이 고장 사람들은 이것이(수선화가) 귀한 줄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버리기도 합니다. 또 보리밭에 많이 나는 까닭에 마을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호미로 캐어버리고는 하는데, 캐내도 다시 나기 때문에 마치 원수 보듯 한다.”고 적었는데, 이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수선화가 이미 160여 년 전에 원예종이 아닌, 야생식물이자 자생식물로 제주도 전역에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잔옥대라 불리는 흰색 꽃받침의 수선화와 짙은 황금색 부화관에 꽃받침까지 노란 수선화.

 제주도에는 피는 수선화는 두 종입니다. 하나는 꽃이 크고(몰) 속 꽃잎이 마늘(마농) 뿌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제주도 방언인 ‘몰마농꽃(사진)’이라고 불리는 수선화입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유배지 탱자나무 돌담 아래 핀 금잔옥대.

또 다른 수선화는 흰색 꽃받침 위에 황금색 부화관이 동그랗게 자리 잡은 게 마치 흰 쟁반(옥대)에 황금 술잔(금잔)이 앉은 것 같다고 해서 금잔옥대(金盞玉臺)라 불리는 것입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기념관 내 추사동상 앞에 사시사철 놓여있는 수선화 조화.

여기에 황금색 부화관은 물론 꽃받침 잎까지 온통 모두가 노란색 일색인 원예종 수선화도 종종 눈에 띕니다. 영국 런던의 올림픽공원에서 피었다는 노란색 수선화와 같은 종입니다.  

제주도 한 중산간 마을과 너른 밭을 배경으로 활짝 핀 토종 수선화 몰마농꽃.

한편 추사는 “화품(花品)이 대단히 커서 한 가지가 많게는 10여 송이에 화피 갈래 조각이 8~9개에 이른다”는 설명과 함께 노란색 부화관과 속 꽃잎이 여럿으로 갈라지는 그림을 남겨 당시 제주도에 자생하던 수선화가 몰마농꽃이었음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끝>

 

**편집자 주 : 2015년 12월 21일부터 인터넷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에 '김인철의 야생화 기행'이란 이름으로 연재 중인 야생화 컬럼을 업다운뉴스 측의 양해 아래 전문 재게재합니다. 본 컬럼의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과 업다운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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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내내 피고 겨우 내내 후드득 지는 핏빛의 붉은 꽃, 동백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5.12.21>

 

동백꽃 = 차(茶)나무과의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학명은 Camellia japonica L. 개화 11월~다음 해 4월/결실 9~10월/높이 2~6m(드물게 10m까지 자란다)

남녘의 꽃 동무에게서 기별이 왔습니다. 핏빛보다 붉은 동백꽃이 피었다고 말입니다. 그 동백꽃이 후드득 지기 전에 한번 다녀가라고 말입니다. 찬바람이 불자 ‘이제는 꽃 볼 일 없다’며 카메라마저 한편으로 밀쳐놓고 넋 놓고 살았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뜻 듭니다.  

전남 강진 다산초당 앞에 핀 동백꽃. 정약용도 핏빛의 동백꽃을 보며 가야할 때 가차 없이 지는 선비의 절개를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그렇지. 동백꽃이 있지. 겨우내 피고 지는 동백꽃을 잊고 있었다니~.’

그럼에도 선뜻 길을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소임을 다한 꽃송이가 제아무리 미련 없이 가차 없이 한순간에 진다고 해도, 모든 동백꽃이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따스한 봄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3, 4월까지 긴긴 세월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걸 잘 알기에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서귀포 이중섭박물관 앞마당에 핀 흰색의 동백꽃. 한라산에서 자라는 야생 동백나무의 씨를 받아다 키웠다고 한다.

한겨울에도 잣나무나 측백(側柏)나무처럼 잎이 푸른 나무라는 뜻의 동백(冬柏)나무는 중국과 일본 타이완에서도 자라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를 비롯해 오동도와 거문도 등 남해 섬과, 동으로는 울릉도, 서로는 대청도와 백령도 등 섬 지역에 특히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내륙에서는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충남 서천의 마량 동백나무숲 등이 동백나무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이름난 군락지는 아니어도 충청 이남의 웬만한 산사(山寺)에 가면 그 주변에 동백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예로부터 방화림(防火林)에 적합한 상록활엽수로서 활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수 등 남쪽지방과 제주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원예종 애기동백꽃. 일본 고유종인 애기동백나무의 개량 품종이다.  

꽃 동무가 11월 하순 개화(開花) 소식을 전해온 동백꽃은 전남 영암 월출산 무위사 골짜기에 핀 것이지만, 한겨울 눈물처럼 지는 동백꽃을 손쉽게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아마 제주도일 것입니다.  

특히 훌쩍 비행기 타고 갈 게 아니라 내륙에서 가장 남쪽인 완도까지 내려가 배를 타고 건너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겁니다. 완도로 접어드는 길 도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동백꽃을 보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런데 그 꽃은 아마 상상했던 꽃과는 다소 다를 것입니다. 연분홍 꽃잎이 활짝 뒤로 젖혀지고, 시든 꽃송이들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지에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입한춘(立寒椿)이라는 이름의 조경용 동백나무 꽃입니다. 산다화(山茶花)라고도 불리는 일본 고유종 애기동백나무의 원예종 품종인데 우리나라 남부 지역과 제주도에서 조경용으로 많이 심었습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동백꽃봉오리.

이제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 프로그램이 된 올레길 걷기가 한겨울엔 동백꽃을 완상하는 최고의 길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의 숲과 골짜기, 마을과 골목을 찬찬히 걷다 보면 키가 10m 이상 되는 자연 상태의 동백나무는 물론, 수십 수백 그루가 숲을 이룬 군락지, 나지막한 현무암 담장 위에 올라앉은 분재형 동백나무 등 다양한 형태의 동백나무와 붉은 꽃송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미술관 앞마당에서는 한라산 자생 나무의 씨를 받아다 키웠다는 흰동백나무의 단아하고 기품 있는 흰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눈물처럼 후드득 통째로 떨어진 동백꽃.

동백나무는 대표적인 조매화(鳥媒花)입니다. 벌 나비가 거의 없는 한겨울이나 이른 봄 꽃이 피기에, 곤충보다는 새들에 의지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이지요.  특히 새는 사람의 눈처럼 붉은색을 붉게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새들도 붉은색을 자극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동백꽃은 이런 새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붉게 더 붉게 타오른다는 것입니다. 동박새는 동백나무의 농밀한 꿀을 빨면서 꽃가루받이를 돕는 새들 중 하나인데, 그 이름도 동백나무에서 따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동박새보다 직박구리가 동백꽃을 탐하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띕니다.

제주에서 돌아오는 길 강진의 다산초당(茶山草堂)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초당 바로 옆 연못가에 핀 동백꽃 몇 송이를 보았습니다. 

예로부터 숱한 시인 묵객들이 절정의 순간 미련 없이 지는 동백꽃을 칭송한 그 뜻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비록 현실은 비루해 실행에 옮기지 못할지언정, 선비의 곧은 절개만은 가슴에 품고 싶다는....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편집자 주 : 2015년 12월 21일부터 인터넷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에 '김인철의 야생화 기행'이란 이름으로 연재 중인 야생화 컬럼을 업다운뉴스 측의 양해 아래 전문 재게재합니다. 본 컬럼의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본인과 업다운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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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반세기 전 겨울,

방학 때면 으레 읍내에서 십리 떨어진 외가 집성촌으로 달려가 외4촌,6촌 형제들과 참으로 신나게 놀았습니다.

여러 놀이 중 외할아버지가 창호지 만드신다고 마당 한켠에 가득 쌓아 놓은 닥나무 한 다발을 몰래 가져다,

그 껍질로 팽이치기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른 나무 껍질에 비해 찰기와 끈기가 있어 나무 팽이를 철썩철썩 치는데 얼마나 유용하던지...

어른들이 애지중지하던 한지 재료를 놀이감으로 없애버린 철없음이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도 아련한 추억입니다.

몇해 전 삼지닥나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어렸을 때 알던 닥나무와 어떤 사이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그냥 잊고 지났는데 지난 사진을 챙겨 보다 알아냈습니다.

닥나무로는 주로 창호지 화선지 등 한지를 만들고, 

삼지닥나무로는 지폐용지를 비롯한 백지 등 보다 고급 용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백서향과 마찬가지로 팥꽃나무과의 닉엽활엽 관목으로 가지가 3갈래로 갈라진다고 해서 삼지닥나무라고 하며,

서향처럼 향기가 나는데, 3~4월 봄에 노란색 꽃이 핀다고 해서 황서향나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중국 원산으로, 전남 경남 제주도 등 남쪽 지역에 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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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6.02.12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예쁩니다~~
    삼지닥나무가 흔치 않을텐데 고급용지 수요를 다 감당하는지 ....
    비가 오네요
    땅을 촉촉하고 윤기 있게 다듬어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