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다음 날 오후 기상 예보대로 눈이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가랑비 내리듯 아주 느리게 눈이 내립니다.

이대로라면 아주 가는 나뭇가지에도, 

겨우겨우 매달려 있는 배풍등 열매 위에도 눈이 쌓일 듯싶습니다.

탐스러운 배풍등 열매가 아직 채 떨어지지 않았을 곳을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오전 혹시 하며 아주 가까운 곳으로 찾아 나섰습니다.

운 좋게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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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7.01.31 1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채곡채곡 껴입은 옷섶으로 스미는 축축한 냉기
    푹푹 빠지는 신벌로 스민 시림
    언 볼. 그리고 빠알간 배풍등열매
    다 알것 같은, 다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몇 쪽의 사진을 훑어보면서
    올해는 꼭 복주머니란을 보고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집앞..... 때를 맞춰 가면 볼 수 있습니다~~~ ^^

갓난아이의 미소처럼 맑고 환한, 비자란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23>

난초과의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Sarcochilus japonicus (Rchb.f.) Miq.


가만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꽃이 있습니다.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리·정돈되고, 혹여 분수에 넘치는 작은 욕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또한 눈 녹듯 사라지게 해주는 그런 야생 난초가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미소 같은 꽃,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풀밭 위를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노랑나비를 닮은 듯 맑고 환한 꽃입니다. 스스로 그토록 해맑고 또 보는 이도 맑고 밝게 만들어주건만, 정작 사람들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꽃이기도 합니다. 혹여 사진을 공개했다가 도채꾼들의 못된 욕구를 자극해 다시금 위험에 빠뜨릴까 싶어 뜻있는 동호인들의 경우 꽃이 피는 제 시기에는 소개하는 걸 망설일 정도이니 얼마나 귀한 꽃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에서만 자라는 비자란(榧子蘭)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의 한 자생지에서 높이 10m 정도 되는 나무줄기에 붙어 연한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는 비자란.

제주도에서도 한라산 남쪽 기슭에만 자생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전형적인 아열대성 늘 푸른 난초로서, 풍란과 나도풍란·석곡·지네발란·금자란·차걸이난·콩짜개란·탐라란·혹난초 등과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10종류 착생란(着生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은 비자란이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비자림 지대에 자라는 비자나무 등 노거수 줄기에 착생해서 자생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수령 300~600년 된 노거수 2,750그루에는 비자란 외에도 지네발란·거미란·흑란·나도풍란·콩짜개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희귀 착생 난초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갓난아이의 미소처럼 맑고 환한 비자란의 노란색 꽃. 4월 말부터 2~5개씩 피며, 타원형 지름은 1cm도 안 된다. 곁꽃잎은 벌어지고, 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진다.

이렇듯 비자나무에 붙어서 자생하기 때문에 비자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양쪽으로 나란하게 나는 피침형 잎이 한자의 아닐 비(非)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합니다. 또 비자나무가 일본명으로 ‘카야(かや)’이고, 양편으로 나란히 난 잎이 비자나무의 잎을 닮았다고 ‘카야란(かや蘭)’으로 불리는데, 이를 그대로 직역해서 비자란으로 불렸다고도 합니다. 실제 비자란이 비자나무에만 착생하는 게 아니라 소나무 등 다른 종의 나무에 더 많이 붙어서 자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비자나무의 잎을 닮은 형태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크고 오래된 나무의 줄기나 가지의 이끼가 낀 나무껍질에 뿌리를 내린 비자란. 불법 채취로 인해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유심히 살펴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높은 곳에서나 작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비자나무나 소나무 등 큰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붙어서 사는 비자란은 다 자라더라도 진한 녹색의 잎이 2~4cm, 줄기는 3~7cm, 꽃은 1cm 미만으로 전초가 10cm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아주 왜소하기 때문에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식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4월 말이면 줄기마다 2~5개씩 연한 노란색 꽃을 피우는 비자란을 독점하겠다며 불법 채취하는 손길이 최근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와 현재는 자생지가 1~2곳에 불과할 만큼 절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급기야 환경부는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도와 국립수목원은 인공수분 및 결실 종자 수집 등을 통해 대량 증식하는 일에 성공한 데 이어, 한라산 남쪽 계곡의 큰 나무들에 수백 포기를 인위적으로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비자란 복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자란은 중국과 타이완, 일본에도 분포하는데, 우리나라보다는 비교적 널리 흔하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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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기철 2017.01.26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의 바람에 비자란의 그윽한 향기가 실려 오는 듯합니다.
    봄이 빨리 기다려집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 

멀리 가기엔 너무 막연하고,

그렇다고 앉아 있기엔 아까운 마음이 들어 

무작정 카메라 들고 나섭니다.

그래 빨간 열매가 그대로 남아 있었지....

싸구려 약재가 물밀듯 밀려들어오자 이제는 웬만한 것들은 따지 않는다는 산수유 열매.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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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백두 평원을 걷고 싶다.

양탄자 펼쳐진 듯 끝없는 초원을 실컷 걷고 싶다.

2016년 6월 어느 날 이런 꿈같은 소망이 현실이 되었는데, 

초원, 평원은 그저 밋밋한 풀밭이 아니라, 상상을 넘어선 꽃밭이었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남한의 산에서 흔히 보는 진달래, 철쭉을 닮은 듯도 싶지만,

키가 10~15cm 정도로 훨씬 작고 꽃송이는 다닥다닥 달렸습니다.

우리나라 평안북도와 함경북도는 물론 시베리아에 분포한다는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

의 설명에 미뤄볼 때, 빙하기 때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의 하나로서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남한에서는 절멸했고 백두산 지역에만 겨우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달래과의 늘 푸른 소관목인 담자리참꽃이 그 주인공입니다.

남한에서는 보지 못하는 낯선 식물이다 보니 각종 도감마다 이름은 담자리참꽃, 담자리참꽃나무,

담자리꽃나무 등으로 달리 표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산식물로 설명돼 있는가 하면, 낙엽 활엽관목, 상록소관목  세세한 소개도 중구난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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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 반갑다, 산꽃들꽃!’ ⑤ 복주머니란

‘복주머니’ 모양의 홍자색 꽃을 활짝 터뜨린 복주머니란이 ‘이북5道신문’ 독자들에게 “201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인사를 합니다.
‘복주머니’ 모양의 홍자색 꽃을 활짝 터뜨린 복주머니란이 ‘이북5道신문’ 독자들에게 “201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인사를 합니다.

 

어제 뜬 해나 오늘 돋은 해나 다 같은 해이지만 우리는 어제를 2016년이라, 오늘을 2017년이라 부릅니다.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는 뜻입니다.

예로부터 동녘에서 붉은 새해가 솟아오르면 우리는 처음 만나는 이에게 스스럼없이 덕담을 건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망찬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이북5도신문’ 독자들과는 이번 호가 올해 처음으로 만나는 지면이기에 새해 인사를 건넵니다. “풍성한 복주머니란의 기운을 받아 소원 성취하십시오.”

동그란 주머니 안에 세뱃돈이, 온갖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음직한 복주머니란. 참으로 멋지고 고운 꽃입니다.

꽃의 크기도 큰데다 먼 데서 한눈에 알아볼 만큼 홍자색 색상이 화려합니다. ‘튀는 아름다움’이란 꽃말이 괜한 찬사가 아니지요.

학명 중 속명 시프리페디움 (Cypripedium)은 ‘비너스’를 의미하는 시프리스(cypris) 와 ‘슬리퍼’라는 뜻의 페딜론(pedilon)의 합성어인데, 항아리 모양의 꽃잎이 마치 미의 여신 비너스가 신는 신발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도 같은 의미의 ‘숙녀의 슬리퍼’(Lady’s slipper)입니다.

우리말 이름으로는 복주머니꽃·복주머니·요강꽃·까 치오줌통·오종개꽃·작란화 등 제법 그 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가장 흔하게 불렸던 이름은 개불알꽃, 또는 개불알난이었습니다. 타원형으로 길게 늘어진 아래쪽 순판을 보면 굳이 다른 설명을 덧대지 않아도 ‘아하!’ 하고 고개를 끄떡일 만합니다.

높이 30cm 안팎까지 곧게 올라온 줄기에 5cm 안팎의 둥근 꽃을 달고 당당하게 피어 있는 복 주머니란.
높이 30cm 안팎까지 곧게 올라온 줄기에 5cm 안팎의 둥근 꽃을 달고 당당하게 피어 있는 복주머니란.

 

각종 도감에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야생에서 자생하는 복주머니란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20~40cm 의 큰 키에 색이나 모양이 화려하고 예쁜 탓에 보이는 대로 남획당해 자생지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복주머니란은 2012년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즉 특별한 보호관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혹여 민망하긴 해도 활짝 핀 복주머니란 꽃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불알꽃이니 개불알난이니 하는 오래된 이름을 복주머니란으로 바꿔 부른 뒤 ‘복’에 환장한 사람들의 손을 타는 수난을 겪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볕이 좋은 5월 전국의 높은 산 깊은 계곡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강원도 태백의 두문 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 코스 가 운이 좋으면 그런대로 자연 상태의 복주머니란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생지로 꼽힙니다.

<이북5도신문 2017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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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에 눈까지 내린다고 해서 주저주저하다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실제로 날은 차고 눈발이 날리니 별다른 욕심 내지 않고 그저 아무런 사고나 없었으며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눈길 속에 한밤중 목적지에 도착해 자고 나니 사방에 눈이 가득합니다.

다행히 눈은 금방 녹기 시작해 길 나서는데 크게 위험하지는 않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왕 나선 길 간밤 택시기사에게서 들은, '한겨울 찾아가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기억이 나

죽녹원(竹綠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 흰 눈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자금우의 탐스런 빨간 열매를 만났습니다.

망외(望外)의 소득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자금우에 대한 소개는 2015년 2월 제주도에서 줄기차게 자금우를 보고 올렸던 내용을 다시 덧붙이는 거로 대신합니다.

 "겨울 제주의 숲을 싱그럽게 하는 상록수의 하나인 자금우입니다.

자금우과의 상록 활엽소관목으로 높이 15cm 안팎의 작은 나무인데, 한겨울에도 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 유독 눈에 잘 띄기에 외지인으로선 제주 숲에서 가장 많은 식물이 자금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서울 등 중부 지역의 야트막한 뒷동산 길섶에 애기나리가 가득 피듯 많은 자금우를 제주 숲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물론 남부 해안가 산지에는 흔하지만, 서울 인근에선 자라지 않습니다.

도쿠가와 막부시절, 그리고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투기 바람이 일 정도로 귀한 관상용 식물로 대접받았다는 데 사실 인지는 의문입니다.

날이 눅졌다고는 하나 사위가 황량하기만 한 2월 하순 자금우 백량금 백서향 동백 종가시나무 등 늘푸른나무가 즐비하던 제주의 겨울 숲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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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벌판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분홍바늘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09>

바늘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Epilobium angustifolium L.

차창 밖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철커덕거리며 열차가 달리는 선로를 제외한 벌판에는 이미 눈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겨울의 그 열차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동토(凍土)의 왕국’을 달리는 설국열차(雪國列車)임에 틀림없지만, 한여름에는 이제껏 보지 못한 천상(天上)의 화원(花原)을 달리는 꿈의 열차로 일대 변신하며 야생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시베리아 평원, 그곳은 그저 먼 나라의 낯선 땅이 아니라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한 본향(本鄕)이기도 한 때문입니다.

 
‘시베리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바이칼 호숫가에 분홍바늘꽃이 활짝 피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가깝게는 만 년 전, 멀게는 수억 년 전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빙하기 때 바로 시베리아와 만주 등지의 북방계 식물들이 백두대간을 타고 한반도로 내려와 뿌리를 내렸다는 게 식물학계의 정설입니다. 실제 2015년 7월 시베리아 평원에서, 남한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좁은잎해란초와 자주방가지똥을 비롯해 기생꽃, 분홍노루발, 달구지풀, 닻꽃, 린네풀 등 희귀 북방계 식물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자작나무 사이, 그곳은 분홍바늘꽃과 솔나물, 터리풀 등 각종 야생화가 만발한 천상의 화원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매 순간이 한 폭의 수채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길. 끝없이 이어지는 그 철로 변에 ‘백색 피부 미인’ 자작나무가 호위무사처럼 늘어선 가운데, 철로와 자작나무 사이 구간에 분홍바늘꽃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꽃물결을 이룹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횡단열차가 밤새 어둠을 달려 시베리아 벌판에서 첫 여명을 맞을 즈음 차창에선 이미 분홍바늘꽃의 꽃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합니다.

흰색의 암술머리가 4갈래로 갈라진 분홍바늘꽃. 키가 1.5m 안팎으로 큰 데다 연분홍 꽃색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꽃이 진 자리에는 바늘처럼 가늘고 긴 씨방이 줄줄이 맺었다.

국내의 경우 강원도 두타산이 남방한계선으로 함백산, 선자령, 복주산 등 몇몇 지역에서 수십에서 수백 포기 정도 자생하는 게 전부인 분홍바늘꽃이 철로와 자작나무 숲 사이 풀밭에 간단없이 피어 시베리아 횡단 내내 연분홍 바다를 일구었습니다. 특히 횡단열차가 바다처럼 넓은 바이칼 호에 다가섰다 멀어졌다 반복하는 사이 동이 트면서 새벽 햇살을 받은 분홍바늘꽃이 바이칼의 푸른 물결을 배경으로 출렁이는 광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최고의 장관이었습니다.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한 안가라 강변에 핀 분홍바늘꽃.

꽃이 진 뒤 맺는 씨방이 바늘처럼 길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바늘꽃. 국내에는 바늘꽃, 호바늘꽃, 돌바늘꽃, 회령바늘꽃, 줄바늘꽃, 큰바늘꽃, 명천바늘꽃, 버들바늘꽃, 좀바늘꽃, 넓은잎바늘꽃 등 모두 11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분홍바늘꽃과 큰바늘꽃은 키도 1.5m 안팎으로 크고 꽃색도 화사한 분홍색으로 단연 도드라집니다. 암술머리가 4갈래로 갈라지는 것도 같은데, 둘 다 북방계 식물로 남한 내 자생지가 극히 제한적이란 점도 비슷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자작나무가 늘어서 있고, 분홍바늘꽃 등 북방계 야생화가 만개한 시베리아 평원을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분홍바늘꽃은 시베리아 등 본향에서는 흔하지만, 분포의 남방한계선인 남한에서는 자생지도, 개체 수도 적어 작은 환경 변화 시 멸종될 위험성이 높은 종으로 꼽힙니다. 해서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1998년까지만 해도 환경부가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 보호했었습니다. 큰바늘꽃은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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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평원에 흰 눈 쌓이듯 피는, 노랑만병초

진달래과의 늘 푸른 활엽관목, 학명은 Rhododendron aureum Georgi

▲노란만병초(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원본보기
▲노란만병초(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

9월이면 겨울이 시작돼 산 정상에 늘 흰 눈이 쌓여 있어 ‘흰머리산’이라는 뜻의 백두산(白頭山)으로 불리는 산. 그곳에도 6월이면 새싹이 움트는 봄이 시작돼 8월까지 여름·가을이 한꺼번에 밀어닥칩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여 종에 이르는 북방계 야생화들이 앞을 다퉈 피어나면서 수목한계선 위쪽 고산 툰드라 지대는 천상의 화원(花園)으로 변모합니다. 그런데 하늘을 향해 삐죽빼죽 솟아오른 높은 봉우리 사이사이 음지 곳곳에 잔설(殘雪)로 남은 만년설(萬年雪)과는 차원이 다른, 제3의 흰색 벌판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옵니다. 한여름 백두 평원 곳곳이 여전히 흰 눈을 뒤집어쓴 듯이 하얗게 빛이 납니다. 관목과 초본·이끼류·지의류가 잔디밭처럼 드넓은 평원을 이루는 백두산 툰드라 지대를 하얗게 수놓는 꽃, 바로 노랑만병초입니다.

▲노란만병초(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원본보기
▲노란만병초(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

백두 평원서 함께 자라는 장지석남과 월귤, 홍월귤, 들쭉나무, 가솔송 등이 수줍음을 타는 소녀처럼 이파리 뒤로 몸을 숨긴 채 손톱만 한 꽃을 겨우겨우 피워낸다면 노랑만병초는 ‘올해도 어김없이 깨어났노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듯 어른 손바닥만 한 꽃잎을 활짝 펼쳐 보입니다. 풀 ‘초(草)’를 이름 뒤에 달았지만, 엄연히 나무인 노랑만병초는 월귤 등 다른 키 작은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백두산 수목한계선 위 고산 툰드라 지대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북방계 관목입니다. 남한에서는 1963년 설악산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은 뒤 잊혔다가 40여 년 만인 2007년 설악산 정상에서 다시 발견돼 현재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개체 수가 600여 그루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희귀할 뿐 아니라 털진달래 등 다른 관목의 위세에 눌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란만병초(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원본보기
▲노란만병초(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

해발 2750m인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노랑만병초는 6~8월 끝없이 펼쳐지는 고산 평원 여기저기에 축구장 크기만 한 꽃 무더기를 피워낼 정도로 규모가 방대합니다. 꽃 색은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한낮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꽃 더미는 한겨울의 설원을 보듯 장관입니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국생종)에 따르면 높이 1m까지 자란다고 돼 있는데, 실제 백두산에서 만난 노랑만병초는 30~50cm 정도로 어른 무릎에도 못 미칠 만큼 키가 작았습니다. 국생종은 또 흰색 꽃이 피는 만병초, 진한 홍색 꽃이 피는 홍만병초가 따로 있으며 둘 다 키가 노랑만병초의 4배인 4m까지 자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두 평원에서는 노랑만병초와 뒤섞여 있는 백색과 홍색의 만병초 꽃을 여기저기서 함께 만났는데, 그 키는 노랑만병초와 다름없이 30~50c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고사처럼 백두산의 추위와 바람 때문에 만병초나 홍만병초의 키가 작아진 것인지, 아니면 같은 노랑만병초의 변색일지 추후 확인하고 연구할 과제라 생각합니다.

(2017년 1월호 브라보마이라이프 brav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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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moon 2017.01.09 2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두산 노랑만병초 군락이 장관이네요.
    국내 수목원에서 다른 색의 만병초를 본적이 있는데요
    수목원에서 특별히 관리를 잘해서겠지요.
    백두산 야생화들은 사진으로 봐도 참 이쁜것 같아요 ^^

    • atom77 2017.01.11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백두평원서 만나는 노랑만병초 군락. 한마디로 장관입니다/모두가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날이 어서 와야 하는데...,

지난해 12월 중순 울산의 명소인 대왕암공원과 슬기등대를 처음 가보았습니다.

그곳 역시 한겨울임에도 묵은 꽃인 해국과 둥근바위솔이 채 지지 않고 피어있는가 하면,

제주도 및 남부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팔손이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등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 지방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더군요.

해국과 둥근바위솔이 한창 만개했을 때 찾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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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벌써 복수초가,

납매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엄동설한에 동백의 붉은 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옵니다.

꽃은 피었는데 사진으로 담기가 참 까다로운 꽃 중의 하나가 바로 동백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엔 눈물처럼 뚝 뚝 떨어진 꽃송이를 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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