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사이,

나의 꽃밭에도 봄이 왔다가 어느새 아찔한 흔적을 남기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웃한 강원도 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눈에 싸인 설중화는 아니지만,

손 타지 않은 때문인지 2~3년 전보다는 훨씬 풍성해진 모습의 모데미풀을 비롯해 

홀아비바람꽃과 금괭이눈, 꿩의바람꽃이 피어나고 있고,

청 노루귀는 풍선한 이파리까지 달고 끝물의 꽃 몇 송이를 열어 작별인사를 합니다.

얼레지는 이 골 저 골 이 비탈 저 비탈에 발에 챌 듯 깔려 있어

산 전체가 홍색으로 물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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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선물, 설중 처녀치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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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을 볼 때마다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E. F.Schumacher)가 1973년 출간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경제비판서의 제목이 늘 떠오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개구리발톱,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서울 인근 중부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 작은 야생화를 제주도 곶자왈에서 숱하게 보았는데,

전남 장성의 산에도 잡초처럼 무성합니다.

따듯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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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을 잡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는 심정으로

담은 설중(雪中) 모데미풀입니다.

모처럼 화창한 봄 햇살이 좋아 환하게 꽃잎을 열었는데,

난데없이 춘사월(春四月) 눈이 내리니 모데미풀 입장에선 몹시 괴롭겠지요.

그런데 사진을 담는 나는 웬 횡재냐며 신바람을 내니,

돌이켜 생각할수록 면구스런 일입니다.

철없는 신바람을 혼내기라도 하듯 갑작스레 카메라가 작동을 멈추니,

스마트폰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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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대웅전 용마루에 봄볕이 가득 내려앉았던 2018년 사월 초사흘,

우화루(雨花樓) 뜨락에는 담홍색 꽃비가 내립니다.

봄바람 불어 매화우(梅花雨) 절 마당에 흩어지자

날리는 꽃잎에 실려 고불매(古佛梅의 봄'이 어느덧 저만치 떠내려 갑니다.

앞산 뒷산 하얗게 핀 산 벚꽃이 이제부터 봄은 내 차지라고 외치는데.

장삼 가사 차려입은 스님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갑니다.

아서라,

가는 봄 잡지 마라,

명년 봄 고불매 맑은 향(淸香) 소식 더딜까 두렵구나.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486,

 350년 동안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아름다운 담홍색 꽃과 은은한 향기를 피우고 있는 홍매이다.

1947년 만암대종사가 부처님의 원래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백양사(白羊寺) 고불총림(古佛叢林)을 결성하면서

이 나무가 고불의 기품을 닮았다 하여 고불매라 부르기 시작했다.“

백양사 고불매 앞에 새겨진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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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춘삼월 저 멀리 부산을 포함한 경남북 등 따듯한 남쪽 나라에 봄눈이 내리더니,

4월 들어서는 아예 꽃나무는 물론 공기마저 얼리는 강추위가 봄 숲을 뒤덮습니다.

불과 사나흘 전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에

한계령풀이 '벌써 내 세상이네.'라며 서둘러 노란색 꽃대를 올리더니,

난데없는 한파가 찾아오자 그만 고개를 떨구고 설중화, 아니 스스로 아예 얼음꽃, 빙화(氷花)가 되었습니다.

그간 봄 눈에 묻힌 야생화를 적지 않게 만났지만,

꽃은 물론 공기까지 사위(四圍) 모두 얼어붙은 광경을 보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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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봄날의 꿈같은 꽃, 깽깽이풀

<(http://bravo.etoday.co.kr(브라보 마이라이프) 2018년 4월호>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원본보기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

4월, 불가역적인 봄입니다. 춘삼월(春三月)이라 하지만 심술궂은 꽃샘추위로 간간이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움츠려야 했던 3월과 달리, 이제부터는 오로지 화창한 봄입니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노랑나비가 살랑살랑 춤추며 날아다니는 봄. 어질어질하고 아찔한, 그런 봄날의 몽환적 분위기를 쏙 빼닮은 야생화가 있습니다. 봄이 농익어가는 4월부터 5월 사이 연보랏빛 꽃을 피우는 깽깽이풀입니다.

주로 산 중턱 아래 낮은 숲에서 자랍니다. 잎이 나기 전, 6~8개의 꽃잎이 지름 2cm가량의 원을 그리며 피는 꽃은 단번에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입니다. 민가와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데다 관상미가 높은 까닭에 남획과 자생지 훼손이 심해 한동안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됐다가 몇 해 전에야 해제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원본보기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

한두 송이가 각기 떨어져 피기도 하지만, 대개는 수십 송이가 뭉쳐서 여기에 한 무더기, 저기에 한 무더기 피는데, 바로 그런 특성에 깽깽이풀이란 이름의 유래와 번식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즉 듬성듬성 자라는 모습에서 한 발로 껑충껑충 뛰는 깽깽이걸음을 떠올리고 깽깽이풀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다는 설이지요.

그런데 깽깽이풀이 이처럼 듬성듬성 자라게 된 데에는, 당분이 함유된 깽깽이풀의 씨앗을 개미들이 좋아해 개미집으로 운반해가는 도중에 여기에 하나, 저기에 하나 떨어뜨리면서 자연스럽게 분산 발아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창 농사일이 바쁜 4월 농부들이 만개한 이 꽃을 보면 ‘깽깽이(해금이나 바이올린을 낮춰 부르는 말)’ 켜며 땡땡이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늘하늘한 꽃이 예쁘기 그지없지만, 활짝 핀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날이 조금만 흐리거나 기온이 차면 꽃잎을 아예 열지 않습니다. 게다가 길이 20~30cm의 꽃대 끝에 하나씩 달리는 꽃은 매우 연약해 바람이 조금만 심하게 불거나, 빗줄기가 강하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꽃이 진 뒤 나는 잎이 꽃 못지않게 귀여워 그 또한 충분히 볼만합니다. 줄기 없이 뿌리에서 바로 나오는 잎은 적갈색에서 점차 녹색으로 변합니다. 물결 모양의 가장자리나 물에 젖지 않고 딱딱한 형태가 연잎을 많이 닮았는데, 이로 인해 아예 황련(黃蓮) 또는 조황련(朝黃蓮)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Where is it?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원본보기
▲깽깽이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김인철 야생화칼럼니스트)

“깽깽이풀도 없는데 뭐하러 와요?” 몇 해 전 제주의 ‘꽃동무’에게 4월에 방문하겠다고 하자 돌아온 답이다. 남한 최고의 산인 한라산이 있어 ‘없는 야생화가 없는’ 제주도이지만, 4월의 야생화로 손꼽을 깽깽이풀만은 자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 제주도와 남해 도서지방을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한다. 그중 야생화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유명 자생지는 경북 의성의 고운사 주변, 대구 달성군 본리리 야산, 강원 홍천군 방내리 야산 등지다. 멸종위기종으로 관리하는 동안 인위적인 증식이 많이 이뤄져 전국 각지의 웬만한 식물원·수목원 등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http://bravo.etoday.co.kr(브라보 마이라이프) 2018년 4월호>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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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은 산자고가 유난히 풍성하게 피었었다."라고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았던 기억이 추억으로 바뀌기 전 남은 사진 몇 장 더 꺼내 봅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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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春三月) 봄눈이 가져다준 자연의 선물설중화(雪中花)를 연속으로 올립니다.

그 첫 번째인 설중(雪中) 복수초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 했듯

그저 몇 장의 사진으로 이러저러한 할 말을 대신합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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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등지에서는 벌써 일주일여 전 축제가 열리는 등 절정기를 지난,

경기 양평 등지에서는 다가오는 주말 축제가 열릴 예정으로 이제 막 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산수유의 노란 꽃입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해진 그 산수유의 꽃입니다.

 "중으로부터 도입되어 식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970년에 광릉지역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어 우리 나라 자

생종임이 밝혀진 약용수이다. 산골짜기에 얼음이 풀리고 아지랑이가 피는 3월 중순경이면 화사한 황금색 꽃이 피어

약 보름 간 계속되며 가을에 진주홍색으로 익는 열매가 겨울 내내 붙어 있는 아름다운 관상수이다."(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

산수유 꽃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에서 봄날의 한가로움이 절로 느껴진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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