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그 덫에 다시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3년 전 여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맺었던 분홍바늘꽃과의 진한 사랑을 이제는 잊었겠거니 했는데,

수십 송이에 불과한 분홍바늘꽃을 보는 순간 시나브로 다시 또 무릎을 꿇고 구애를 하고 맙니다.

19박 20일 동안 1만4000km가 넘는 긴 여정에서 수십, 수백m씩 이어지는 분홍바늘꽃의 행렬을 만난 뒤 

수백, 수천 평 이상의 꽃밭이 아닌 이상 카메라를 꺼내 들지 않겠다고 한 호언장담이 허사가 되었습니다.

2018년 6월 하순 분홍바늘꽃의 매력에 다시 또 기분 좋은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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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나리꽃의 계절,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하늘나리, 털중나리, 솔나리, 땅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중나리, 참나리.

그중 고우면서도 강렬한 색상이 돋보이는 털중나리가 풍광 좋은 곳에서 벌써 피었다 집니다.

파란 하늘 아래 서해가 펼쳐지는데,

끝내 뿌연 박무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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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회목나무 꽃을 백두산에서 만나니,

돌고 돌아 찾아간 백두산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땅만 밟고 찾아가야 할,

우리 국토의 꼭두임을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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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더 된 일입니다.

 

일 보러 광주에 갔는데, 현지 분들이 그 지역에선 꽤 알려진 술이라며 권합니다.

 

첫눈에 붉은색이 도는데, 향도 그럴싸하고 마실만 합니다.

 

아무런 경계심 없이 한 잔, 두 잔 받아먹는데, 도수가 만만치 않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깟 것 얼마나 되겠느냐며 호기롭게 마셨습니다.

 

그리고 일어날 때 휘청하며 몸이 흔들리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른바 '앉은뱅이 술'의 실체를 느껴본 '진도홍주' 체험기입니다.

 

지초란 약초 뿌리를 첨가해 만든 남도의 명주라는데, 그때까지 서울·경기 지역을 벗어난 일이 많지 않으니 

 

알 턱이 없었지요.

 

그리곤 잊었습니다.

 

그러다 상암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상암고 앞을 오가는데, 입구 한편에 줄을 그어 놓고 '교화(校花) 지초'란

 

팻말을 세워놓았습니다.

 

몇 해 전인가 길게 풀 한 포기 올라와 끄트머리에 흰색 꽃이 달린 걸 한 번 보았지만, 

 

그 뒤로 텅 비어 있어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멀리 남도에서나 자랄 것 같고, 일견 보잘것없으니

 

수년 동안 꽃 찾아다니면서도 지초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조차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며칠 전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지치를 만났습니다.

 

첫눈에 몇 해 전 동네서 본 지초와 똑 닮았음을 알았고, 

 

정명이 지치이고, 이명으로 지초, 자초, 자근 등으로 불리는 약재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자라는데, 최근 눈에 뜨이기만 하며 캐 가는 바람에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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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향풀이 자잘한 꽃잎을 열기 시작합니다.

이제 연분홍 봄은 저 멀리 갔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꽃,

개정향풀이 파란 하늘 아래 연분홍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합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만났건만 보고픈 마음을 끝내 어쩌지 못하고 다시 찾아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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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많은 우리 산의 특성 때문인가,

 

6월부터 8월까지 긴 기간 동안 전국 각지의 높은 산에 올라 크고 작은 바위 더미를 바라보면

 

노란색 작은 꽃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깜찍하게 예쁜 돌양지꽃이지요.

 

석회암 바위산인 삼척의 덕항산에서도

 

돌양지꽃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 붙어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합니다.

 

그 곁에 껑충한 키의 뻐채와 바위에 달라붙을 듯 키가 작은 백리향이 자리잡고

 

서로 의지하며 친구 하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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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보아도 예쁜 색색의 민백미꽃입니다.

 

보통 제주도 한라산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산에서 만나는 민백미꽃은 흰색인데,

 

간혹 연분홍이거나 살구색, 연녹색, 진한 초콜릿색 등 여러 색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색의 차이만으로 변이종이라 구별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색감이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니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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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절벽에 붙어 승천(昇天)하는, 벌깨풀

석회암에서 보랏빛으로 피는 ‘바위용(龍)머리’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6.12>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Dracocephalum rupestre Hance

[논객닷컴=김인철]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국가표준식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의 수는 모두 4129종. 이중 대다수는 동네 뒷산이나 들, 저수지나 강, 평상시 오고 가는 길의 가장자리 등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지만, 일부는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 섬이나 강, 바닷가 등 특정한 곳에서만 서식합니다. 이 중 동물 뼈나 조개껍데기 등이 쌓여 만들어진 강원도 석회암 지대는 오랜 세월에 걸친 단층운동과 풍화·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석회동굴 및 기암절벽 등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박쥐나 육서 무척추동물, 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 등 특정 동식물의 피난처, 나아가 최후의 서식처라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산칼슘이 풍부한 석회암지대에 잘 적응해 사는 식물들을 호석회 식물(calcicole plants)이라 부르는데, 회양목을 비롯해 꼭지연잎꿩의다리와 아마풀, 개아마, 참골담초, 정선황기, 복사앵도, 시베리아살구나무, 외대으아리, 삼수개미자리, 산서어나무, 왕느릅나무, 나도국수나무, 비슬나무 등의 호석회 식물이 숨겨진 보물처럼 강원도 석회암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석회암 바위 절벽에 붙어 길이 20~30cm까지 자라서 6월부터 8월 사이 보랏빛 꽃을 층층이 피우는 벌깨풀. 심장형 이파리와 줄기에 흰 털이 촘촘히 나 있다. ©김인철
©김인철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며 여름을 향해 치닫는 6월 초·중순, 키 작은 풀꽃이 자취를 감추면서 산과 들의 식물들이 잠시 꽃 피기를 멈춘 채 휴지기에 접어드는 듯싶을 때 강원도 석회암지대의 높고 험준한 산에는 특별한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호석회 식물의 하나인 들깨풀이 그 주인공입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절벽 한가운데에 뿌리 내린 벌깨풀. 남한에서는 자생지가 몇 안 되는 희귀 북방계 식물로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의 보호책을 마련한 듯싶어 안쓰럽지만, 살풍경한 절벽에 최고의 멋을 더한 듯해 고맙기 짝이 없다. ©김인철
©김인철

수직으로 치솟은 덕항산의 석회암 수직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달라붙어 보랏빛 꽃 여러 개를, 마치 손가락 펴듯 하늘을 향해 내뻗고 있습니다. 학명 중 속명은 그리스어로 dracon(용)과 cephale(머리)의 합성어인데,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꽃이 마치 상상 속 동물인 용의 머리처럼 보였나 봅니다. 종소명 rupestre는 ‘바위에 자생하는’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벌깨풀의 특성을 아주 잘 반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오히려 꽃이나 잎 등 전초가 전국의 산과 숲에서 흔히 만나는 벌깨덩굴과 비슷하다고 보고 벌깨풀이란 국명을 붙였는데, 길이는 2.8cm 정도로 입 벌린 뱀 같은 모양의 꽃이 같은 꿀풀과 용머리속 식물인 용머리의 꽃과도 닮았다고 해서 ‘바위용(龍)머리’란 별칭도 함께 얻었습니다.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6월의 연녹색 숲 한가운데서 벌깨풀의 보랏빛 꽃을 바라보면 누구나 자연의 황홀경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김인철
©김인철

벌깨풀은 호석회 식물이자 희귀 북방계 식물의 하나이기도 한데, 이는 곧 현재 확인되고 있는 몇몇 자생지가 곧 북방계 식물인 벌깨풀의 남방 한계 지역으로, 벌깨풀이라는 식물자원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훼손되지 않도록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서식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가생물종정보지식시스템에 따르면 벌깨풀은 중국에도 분포하며, 남한에서는 삼척과 정선, 부안 등 석회암지대 100여 곳 미만의 자생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벌깨풀을 사진에 담아온 야생화 동호인들에 따르면 삼척의 덕항산, 강릉과 정선 경계에 있는 석병산 등 2곳에서 6월과 8월 사이 꽃 핀 것을 보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에서)

벌깨풀과 벌깨덩굴의 닮은꼴 꽃. 꽃이나 잎이 비슷하게 생겼으나, 벌깨덩굴은 덩굴식물로 줄기가 옆으로 뻗는다. ©김인철
©김인철

지난 7일 오로지 수직으로 올라가거나 수직으로 내려가는 길밖에 없을 성싶은 등산로를 오른 뒤, 천 길 낭떠러지 중간에 발 딛고 서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은 채 보랏빛 꽃을 삐쭉삐쭉 내민 벌깨풀을 올려다보며 떠올린 한 구절이었습니다. 솜털 가득한 연둣빛 심장형 이파리를 날개 삼아 하늘로 오르려는 작은 용(龍), 아니 무수한 미꾸라지를 보며 “사람의 손을 피해 이리도 높이 올라왔구나, 더 이상 승천하지 말고 이곳에 영구히 뿌리내려라.”라고 빌었습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6.12>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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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날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여름에도 눈이 오는가 하면,

멀쩡하다가도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립니다.

해서 백두산에서 산행을 하면 하루에 한 번은 비를 맞는다고 각오하고 아예 비옷을 준비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비도 그냥 비가 아니고 '얼음 비'여서 자칫 잘못하면 체온이 급강하해 큰일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소천지 주변 계곡에 물이 급격히 불어나니 물구경이 장관인데,

그 곁에 눈개승마가 흰 눈 날리듯 휘날려 눈길을 끕니다.

백두산에 남한에서 보기 힘든 희귀종만 있는 건 아니니 그 또한 반가운 일입니다.

  

**식물명 등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바로잡겠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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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산길,

 

아, 정말 꽃이 없나 보다 하는 순간에 나타난 산골무꽃,

 

그리고 앞서 만난 산골무꽃이 전부였나 보다 하는 순간,

 

산을 나서기 전 하나 더 만나보라는 듯 한 송이 던져진 털중나리입니다.   

 

꽃 없는 산은 없고, 꽃 없는 계절은 없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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