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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강변에 흩날리는 희고 붉은 꽃잎, 매화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3.20>

장미과의 낙엽 활엽 교목. 학명은 Prunus mume Siebold & Zucc. for. mume

봄, 강이 흐릅니다. 물비늘 반짝이며 섬진강이 흐릅니다. 낙동강이 흐릅니다. 강바람이 붑니다. 산 위에서 불던 봄바람이 어느새 강으로 옮겨왔나 봅니다. 강바람에 연분홍 치마가 흩날립니다. 흩날리는 건 곱디고운 연분홍 치마만이 아닙니다. 봄꽃 잎이 강바람에 우수수 치솟았다가 물 위에 내려앉습니다. 순백의 꽃잎이 있는가 하면 연분홍도, 진홍색 꽃잎도 눈에 들어옵니다. 꽃잎이 날리면서 덩달아 꽃향기가 흩날립니다.

 

한겨울 흰 눈이 어지럽게 내리는 듯 섬진강 변을 하얗게 물들이는 매화 꽃물결. 해마다 3월이면 광양 매화마을을 비롯한 섬진강 일대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매화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상큼한 연초록 향(香)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아, 매화(梅花) 향기입니다. 이처럼 3월 중순 남녘에선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희고 붉은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꽃받침이 붉으면 백매(白梅), 녹색이면 청매(靑梅)라 불리는 매실나무에 가득 달린 하얀 꽃잎은 마치 방금 튀겨낸 팝콘처럼 날아가듯 가볍고 경쾌합니다. 홍매(紅梅), 또는 분홍매(粉紅梅) 가지마다 점점이 박힌 홍색의 꽃잎에선 연분홍 봄날의 환희가 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늘까지 붉게 물들일 듯 만개한 ‘만첩홍매’와 ‘분홍매’. 350년 넘게 그윽한 향기를 품어온 ‘자장매’와 더불어 해마다 수많은 인파를 불러 모으는 양산 통도사의 자랑거리다.

 “저 매화 화분에 물 주어라(灌盆梅).” 퇴계 이황(李滉·1501~1570) 선생이 남긴 마지막 유언이라고 제자 이덕홍(李德弘)이 계산기선록(溪山記善錄)이란 문집에 전하는 말입니다. 우리의 옛 선비들이 매화를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아끼고 좋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매화를 거론할 때 회자되는 말입니다.

 

통도사 우담바라합창단원들은 활짝 핀 매화나무 아래서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고, 직박구리는 매조도(梅鳥圖)의 완성을 돕고 있다.

그러나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梅一生寒不賣香)’에 대한 사랑과 연모가 옛 사람들의 호사에 그치는 건 아닙니다. 약 2,000년 전에 국내에 들여와 정원수로 심었다고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서 설명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오래된 매화나무도 많고 또 이른바 유명한 매화나무를 찾아다니며 즐기는 ‘탐매(探梅) 기호’도 연면히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령이 600년을 넘었다는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등 천연기념물 지정된 ‘고매(古梅)’뿐 아니라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 구례 화엄사의 흑매 등이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이름난 매화나무입니다.

 

대구 달성군 남평문씨세거지에 만개한 홍매화와 백매화. 고택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멋진 정취를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열매인 매실 수확 등을 목적으로 심은 대규모 매실나무들의 연륜이 쌓이면서 봄마다 농원 일대가 거대한 매화꽃동산으로 변모하면서 수많은 인파가 찾는 매화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담장 밖의 홍매화와 대문 안의 백매화. 나가고 싶고,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봄날이다.

 전남 광양과 경남 양산의 매화축제가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이란 명성답게 제주는 물론 일부 남녘에선 1월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3월 중순 광양과 양산에서 매화축제가 열릴 정도로 만개합니다.

 

낙동강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경남 양산 원동 매화마을은 무릉도원 같은 매화꽃밭 사이로 기차가 지나가는 멋진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 인기다.

 특히 광양·구례·하동과 양산의 매실나무에 하얗게 꽃이 피면 일대를 굽이치는 섬진강과 낙동강은 봄바람에 휘날린 매화 꽃잎이 물 위에 가득 내려앉은 듯 반짝반짝 빛이 나면서 절정의 봄날로 흘러갑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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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깨고 피어난 봄의 전령사, 노루귀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2.20>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Hepatica asiatica Nakai.

자연은 부지런합니다. 풀과 나무들은 부지런합니다. 여전히 외투의 깃을 올리고, 저 멀리 흰 눈이 쌓인 산을 바라보며 언제 봄이 오나, 언제나 봄이 오나 되뇌는 사이, 이미 봄꽃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은 저절로 따라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봄꽃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부지런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왔어요.” 외치는 진홍색 노루귀. 2017년 2월 15일 전북 부안의 한 자생지에서 만났다.-

이미 1월 초순부터 제주도 들녘 곳곳에는 수선화가 피었고, ‘곶자왈’에선 백서향이 상아색 꽃을 활짝 터뜨리며 짙은 향을 온 숲에 뿜어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뭍에서도 강원도와 울산, 변산 등지에서 복수초가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화신(花信)이 전해진 지 보름여가 지났습니다. 양지바른 길섶에서 광대나물과 큰개불알풀의 꽃을 찾아보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2월 15일 낙엽 더미를 헤치고, 돌무더기를 비집고, 나무 밑동 사이로 불쑥 올라온 노루귀의 앙증맞은 꽃송이들. 마치 루비나 사파이어 등 보석이 메마른 산비탈에 점점이 박힌 듯 황홀하고 매혹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봄보다 먼저 피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지척에 다가와 있음을 알리는 봄꽃의 하나인 노루귀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눈과 얼음을 깨고 핀다고 해서 파설초(破雪草), 또는 설할초(雪割草)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말이 사실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엄동설한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 중순 눈이 덮인 변산반도의 한 산비탈에 몇몇 개체가 핀 사진이 야생화 동호인 사이트에 올라와 보는 이들이 안쓰러워했던 일도 있습니다. 우리의 국명(國名)인 노루귀는 꽃이 핀 뒤 뒤늦게 고깔모자처럼 둘둘 말린 채 나오는 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었는데, 서양인들의 눈에는 그것이 장기의 하나인 간(肝)을 닮았다고 여겨졌나 봅니다. 해서 학명 중 속명은 간을 뜻하는 헤파티카(Hepatica), 영어 이름은 비슷한 의미의 아시안 리버리프(Asian liverleaf)로 불리고 있습니다.

노루귀란 이름을 낳은 이파리가 꽃이 핀 뒤 줄기 아래서 둘둘 말려서 나오는 모습.

전초(全草)라고 해야 키 10cm, 잎 5cm, 꽃 1.5cm 정도에 불과해 유심히 살펴봐야 겨우 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은 풀꽃이라고 말하는 게 합당하지만, 다양한 꽃 색과 깜찍하고 앙증맞은 생김새는 ‘이른 봄 야생화의 대표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환상적이고 매혹적입니다. 먼저 꽃 색은 흰색에서부터 홍색과 청보라색에 이르기까지 그 변이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봄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노루귀의 솜털들. 홍색과 청색의 꽃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홍색도 연분홍에서부터 진홍색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고, 청보라색 역시 하늘색에 가까운 옅은 색에서부터 코발트블루까지 다양합니다. 단순한 하얀색도 있지만, 미색에 가까운 흰색도 있습니다. 꽃 색 못지않게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건 꽃줄기와 총포(꽃대 끝에서 꽃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 등에 난 무수한 잔털입니다. 볕 좋은 봄날 강렬한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노루귀의 하얀 솜털을 한 번이라도 바라본 이라면 ‘노루귀’의 황홀한 매력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청색, 아니면 청보라색, 또는 코발트블루라고 해야 할까. 어느 화가의 물감이 이보다도 매력적일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노루귀의 청색 꽃들.

야생화 노루귀의 또 다른 큰 장점의 하나는 그 어떤 꽃보다도 개체 수가 풍부하고, 또 개화 기간이 길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자생지 또한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강원·경기 접경지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어 누구든 관심을 가지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르면 1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4월에도 꽃이 필 만큼 개화 시기도 깁니다. 한두 송이가 피기도 하지만, 많게는 수십 송이가 한데 뭉쳐서 나기도 하고, 산비탈 여기저기에 붉은색 루비나 파란색 사파이어가 박힌 듯 많은 개체의 노루귀가 보석처럼 피어 있기도 합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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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고원(高原)에 펼쳐진 붉은 카펫, 담자리참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2.06>

진달래과의 상록소관목, 학명은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alpinu (Glehn) T.Yamaz.

해발 2,750m 백두산. 한반도의 지붕인 그곳은 지금 초속 40m의 강풍이 불고 기온이 섭씨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남한의 웬만한 곳에선 체험하기조차 힘든 혹한이 몰아치고 있을 겁니다. 칼바람이 불고 기온만 낮은 게 아니라 천지를 비롯해 거의 모든 봉우리가 잔뜩 흰 눈에 뒤덮여 있겠지요. 높은 산을 뒤덮고 있는 눈, 바로 이 눈 덕분에 백두산 고원 지대에 자라는 식물들이 2~3개월에 불과한 짧은 해빙기 동안에 꽃을 피우고 수분까지 끝내는 ‘생명의 눈’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게 식물학자들의 설명입니다.

 
키 작은 담자리참꽃이 백두산 고원 툰드라 지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가운데 저 멀리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최고봉의 하나인 천문봉이다.

얼어붙은 눈이 부도체(不導體)여서 열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오히려 고산 식물들이 혹한기에 얼어 죽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대략 해발 1,000m 이상 수목 한계선 위쪽 툰드라 지대에서 자라는 백두산의 고산 식물들이 바로 그런 ‘눈 이불’ 아래서 오늘도 살을 에는 강풍과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며 따듯한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붉은 카펫이 깔리듯 펼쳐진 담자리참꽃. 6월 중순 백두산 고산 평원 한편엔 분홍색 꽃 더미가, 또 한편엔 흰색의 눈 기둥이 물결치는 듯하다.

노랑만병초·시로미·가솔송·담자리꽃나무·월귤·들쭉나무·백산차·콩버들 등 소관목류와, 두메양귀비·두메자운·숙은꽃장포·구름범의귀·구름송이풀·바위구절초·돌꽃 등 초본류가 그들입니다. 물론 천지 주변 등 가장 높은 화산암 지대에는 지의류나 이끼류 등 암표 식물만이 주로 자라고 있을 뿐입니다.

 
담자리참꽃은 키 10~15cm로, 참꽃이라 부르는 진달래보다 전초는 훨씬 작지만, 꽃 모양은 진배없는 분홍색 꽃을 탐스럽게 피운다. 해발 2,000m가 넘는 높은 봉우리 암벽에 붙어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백두산 툰드라 지대에서 만나는 식물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고산, 고위도 식물이지만, 그중에서도 남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담자리참꽃을 들 수 있습니다. 2016년 6월 운 좋게도 꿈에 그리던 백두평원을 실컷 걸었습니다. 녹색의 잔디가 깔린 듯 끝없이 펼쳐지는 툰드라 초원에 들자, 이 봉우리 저 봉우리마다 한쪽에는 거대한 잔설(殘雪)이, 또 한쪽엔 불이 붙은 듯 붉게 타오르는 넓은 꽃 더미가 눈에 들어옵니다. 봄철 남한의 산에 진달래와 철쭉이 한가득 피듯 백두평원을 광활하게 붉게 물들이는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담자리참꽃이었습니다.

 
담자리참꽃의 피기 전 꽃봉오리와 개화한 모습.

상상 이상 규모의 꽃의 바다를 만들던 담자리참꽃은 꽃 모양은 흔히 참꽃이라 불리는 진달래 또는 철쭉을 닮았으되, 키는 10~15cm 정도로 훨씬 작았습니다. 또 가을이면 잎이 지는 진달래·철쭉과 달리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합니다. 노랑만병초와 마찬가지로 잎에 부동 물질이 들어 있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분홍의 꽃색은 선명한 데 반해 잎은 퇴색한 듯 칙칙해 보이는데, 그만큼 북풍한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평안북도와 함경북도는 물론 시베리아에 분포한다는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의 설명에 미뤄볼 때, 빙하기 때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로서 이후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남한에서는 절멸했고 백두산 등 북한의 고산 지대에서만 겨우 살아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담자리참꽃이 활짝 핀 백두평원. 그 넓은 품속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남한에서는 보지 못하는 낯선 식물이다 보니 아직은 도감마다 담자리참꽃, 담자리참꽃나무, 담자리꽃나무 등으로 달리 표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산식물로 설명돼 있는가 하면, 낙엽 활엽관목, 상록소관목 등 세세한 소개도 중구난방입니다. 백두산 툰드라 지대 같은 장소에서 백색의 꽃을 피우는 담자리꽃나무가 담자리참꽃과 한데 엉켜 자라고 있기도 한데, 장미과의 상록소관목인 담자리꽃나무는 담자리참꽃보다도 전초나 꽃의 크기가 작아서, ‘담자리’는 작다는 뜻의 지역 사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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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이의 미소처럼 맑고 환한, 비자란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23>

난초과의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Sarcochilus japonicus (Rchb.f.) Miq.


가만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꽃이 있습니다.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리·정돈되고, 혹여 분수에 넘치는 작은 욕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또한 눈 녹듯 사라지게 해주는 그런 야생 난초가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미소 같은 꽃,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풀밭 위를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노랑나비를 닮은 듯 맑고 환한 꽃입니다. 스스로 그토록 해맑고 또 보는 이도 맑고 밝게 만들어주건만, 정작 사람들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꽃이기도 합니다. 혹여 사진을 공개했다가 도채꾼들의 못된 욕구를 자극해 다시금 위험에 빠뜨릴까 싶어 뜻있는 동호인들의 경우 꽃이 피는 제 시기에는 소개하는 걸 망설일 정도이니 얼마나 귀한 꽃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에서만 자라는 비자란(榧子蘭)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의 한 자생지에서 높이 10m 정도 되는 나무줄기에 붙어 연한 노란색 꽃을 피우고 있는 비자란.

제주도에서도 한라산 남쪽 기슭에만 자생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전형적인 아열대성 늘 푸른 난초로서, 풍란과 나도풍란·석곡·지네발란·금자란·차걸이난·콩짜개란·탐라란·혹난초 등과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10종류 착생란(着生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은 비자란이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비자림 지대에 자라는 비자나무 등 노거수 줄기에 착생해서 자생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수령 300~600년 된 노거수 2,750그루에는 비자란 외에도 지네발란·거미란·흑란·나도풍란·콩짜개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희귀 착생 난초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갓난아이의 미소처럼 맑고 환한 비자란의 노란색 꽃. 4월 말부터 2~5개씩 피며, 타원형 지름은 1cm도 안 된다. 곁꽃잎은 벌어지고, 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진다.

이렇듯 비자나무에 붙어서 자생하기 때문에 비자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양쪽으로 나란하게 나는 피침형 잎이 한자의 아닐 비(非)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합니다. 또 비자나무가 일본명으로 ‘카야(かや)’이고, 양편으로 나란히 난 잎이 비자나무의 잎을 닮았다고 ‘카야란(かや蘭)’으로 불리는데, 이를 그대로 직역해서 비자란으로 불렸다고도 합니다. 실제 비자란이 비자나무에만 착생하는 게 아니라 소나무 등 다른 종의 나무에 더 많이 붙어서 자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비자나무의 잎을 닮은 형태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크고 오래된 나무의 줄기나 가지의 이끼가 낀 나무껍질에 뿌리를 내린 비자란. 불법 채취로 인해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유심히 살펴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높은 곳에서나 작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비자나무나 소나무 등 큰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붙어서 사는 비자란은 다 자라더라도 진한 녹색의 잎이 2~4cm, 줄기는 3~7cm, 꽃은 1cm 미만으로 전초가 10cm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아주 왜소하기 때문에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식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4월 말이면 줄기마다 2~5개씩 연한 노란색 꽃을 피우는 비자란을 독점하겠다며 불법 채취하는 손길이 최근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와 현재는 자생지가 1~2곳에 불과할 만큼 절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급기야 환경부는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도와 국립수목원은 인공수분 및 결실 종자 수집 등을 통해 대량 증식하는 일에 성공한 데 이어, 한라산 남쪽 계곡의 큰 나무들에 수백 포기를 인위적으로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비자란 복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자란은 중국과 타이완, 일본에도 분포하는데, 우리나라보다는 비교적 널리 흔하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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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기철 2017.01.26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의 바람에 비자란의 그윽한 향기가 실려 오는 듯합니다.
    봄이 빨리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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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벌판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분홍바늘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09>

바늘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Epilobium angustifolium L.

차창 밖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철커덕거리며 열차가 달리는 선로를 제외한 벌판에는 이미 눈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겨울의 그 열차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동토(凍土)의 왕국’을 달리는 설국열차(雪國列車)임에 틀림없지만, 한여름에는 이제껏 보지 못한 천상(天上)의 화원(花原)을 달리는 꿈의 열차로 일대 변신하며 야생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시베리아 평원, 그곳은 그저 먼 나라의 낯선 땅이 아니라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한 본향(本鄕)이기도 한 때문입니다.

 
‘시베리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바이칼 호숫가에 분홍바늘꽃이 활짝 피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가깝게는 만 년 전, 멀게는 수억 년 전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빙하기 때 바로 시베리아와 만주 등지의 북방계 식물들이 백두대간을 타고 한반도로 내려와 뿌리를 내렸다는 게 식물학계의 정설입니다. 실제 2015년 7월 시베리아 평원에서, 남한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좁은잎해란초와 자주방가지똥을 비롯해 기생꽃, 분홍노루발, 달구지풀, 닻꽃, 린네풀 등 희귀 북방계 식물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자작나무 사이, 그곳은 분홍바늘꽃과 솔나물, 터리풀 등 각종 야생화가 만발한 천상의 화원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매 순간이 한 폭의 수채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길. 끝없이 이어지는 그 철로 변에 ‘백색 피부 미인’ 자작나무가 호위무사처럼 늘어선 가운데, 철로와 자작나무 사이 구간에 분홍바늘꽃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꽃물결을 이룹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횡단열차가 밤새 어둠을 달려 시베리아 벌판에서 첫 여명을 맞을 즈음 차창에선 이미 분홍바늘꽃의 꽃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합니다.

흰색의 암술머리가 4갈래로 갈라진 분홍바늘꽃. 키가 1.5m 안팎으로 큰 데다 연분홍 꽃색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꽃이 진 자리에는 바늘처럼 가늘고 긴 씨방이 줄줄이 맺었다.

국내의 경우 강원도 두타산이 남방한계선으로 함백산, 선자령, 복주산 등 몇몇 지역에서 수십에서 수백 포기 정도 자생하는 게 전부인 분홍바늘꽃이 철로와 자작나무 숲 사이 풀밭에 간단없이 피어 시베리아 횡단 내내 연분홍 바다를 일구었습니다. 특히 횡단열차가 바다처럼 넓은 바이칼 호에 다가섰다 멀어졌다 반복하는 사이 동이 트면서 새벽 햇살을 받은 분홍바늘꽃이 바이칼의 푸른 물결을 배경으로 출렁이는 광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최고의 장관이었습니다.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한 안가라 강변에 핀 분홍바늘꽃.

꽃이 진 뒤 맺는 씨방이 바늘처럼 길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바늘꽃. 국내에는 바늘꽃, 호바늘꽃, 돌바늘꽃, 회령바늘꽃, 줄바늘꽃, 큰바늘꽃, 명천바늘꽃, 버들바늘꽃, 좀바늘꽃, 넓은잎바늘꽃 등 모두 11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분홍바늘꽃과 큰바늘꽃은 키도 1.5m 안팎으로 크고 꽃색도 화사한 분홍색으로 단연 도드라집니다. 암술머리가 4갈래로 갈라지는 것도 같은데, 둘 다 북방계 식물로 남한 내 자생지가 극히 제한적이란 점도 비슷합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자작나무가 늘어서 있고, 분홍바늘꽃 등 북방계 야생화가 만개한 시베리아 평원을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분홍바늘꽃은 시베리아 등 본향에서는 흔하지만, 분포의 남방한계선인 남한에서는 자생지도, 개체 수도 적어 작은 환경 변화 시 멸종될 위험성이 높은 종으로 꼽힙니다. 해서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1998년까지만 해도 환경부가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 보호했었습니다. 큰바늘꽃은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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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한탄강변에 피는 특산식물, 포천구절초!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31>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Dendranthema zawadskii var. tenuisectum Kitag.

“한때 그 강은 내게 꿈이었다/ 햇살이 강에 앉아 황홀한 물비늘을 토해낼 때마다/ 저 강 속의 세상은 어떠한지/ 온몸으로 갈구하던 기억이 새롭다…”(배재경의 ‘강’에서)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 차장으로 보이는 황금 들녘은 확실히 계절의 풍요로움을 실감하게 하지만, 그 벌판 한가운데를 굽이쳐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풍요로움보다는 왜인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듭니다.

 
가을 햇살에 강물이 반짝반짝 물비늘을 쏟아낼 즈음 한탄강 변에는 특산식물인 포천구절초가 피어나 무심히 흐르는 세월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특히 접경 지역을 흐르는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아주 오래  전 어디에선가 읽었던 구절이 떠오릅니다. ‘가을의 강은 계면조로 흐른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이 오기 전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의 절절한 아픔이 전해오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불리는 강원도 철원의 직탕폭포 주변 바위틈에 포천구절초가 뿌리를 내리고 분홍색과 흰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남과 북 사이에 거의 모든 왕래가 끊긴 2016년 가을.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과 함경남도 안변 사이 해발 590m의 추가령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오늘도 무심히 흘러 흘러 남으로 남으로 내려옵니다. 남한의 강원도 철원을 지나 경기도 포천·연천 일대를 굽이쳐 흐른 뒤 임진강과 합류합니다. 본래 큰 여울이란 뜻의 우리말 이름 ‘한여울’로 불리다가 한탄강(漢灘江)이란 한자 이름을 얻었는데, 6·25 전쟁 전후 남으로 넘어오던 피난민들이 물살이 거세고 골이 깊은 이 강에서 길이 막힌 것을 한탄해 한탄강(恨歎江)이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눠 많은 젊은 목숨이 스러져갔다고 해서 한탄강이라 불렸다는 슬픈 구전도 있습니다.

 
한탄강 변에 쏟아질 듯 가득 핀 포천구절초.

이렇듯 곡절 많은 한탄강이 햇살을 받아 황홀한 물비늘을 쏟아내는 가을날 시인의 말대로 ‘저 강 속 세상은 어떠한지’ 알 수 없지만, 반짝이는 물비늘만큼이나 황홀한 강변의 세상은 낱낱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깎아지른 주상절리와, 제주도와 더불어 남한 내에서 가장 많다는 검은색 현무암, 짙푸른 강물, 그리고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포천구절초가 그 주인공들로, 이들이 강변 곳곳에서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광은 하나하나가 명품 풍경화들입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포천구절초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철원과 포천·연천 일대 80km를 흐르는 한탄강 변에서 더욱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가을 야생화입니다. 남한 지역 강변에서 만날 수 있으니, 북한 지역을 흐르는 한탄강 상류 60km 구간에서도 자라지 않을까 추정되지만 확인할 도리가 없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궁평리의 이른바 ‘자살바위’ 부근에 포천구절초가 한 무더기 피어나 한탄강과 더불어 멋진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구절초·바위구절초·남구절초·산구절초·신창구절초·이화구절초·한라구절초·포천구절초·울릉국화 등 현재 국내에서 자라는 구절초는 모두 7~9개로 나뉘는데, 포천구절초는 다른 구절초에 비해 잎이 더 가늘게 갈라지고 털이 거의 없는 게 특징입니다. 9~10월 꽃이 필 무렵 잎이 마르기 시작하는데, 거센 강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여윈 당나귀처럼 줄기와 잎이 훨씬 가늘고 성깁니다. 해서 아예 가는잎구절초란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흔히 흰색 꽃과 분홍색 꽃을 함께 볼 수 있는데, 갓 피었을 때의 꽃잎 색깔은 분홍색이지만 점차 흰색으로 변해갑니다. 첫 발견지인 포천시는 관내 한탄강과 운악산 일대 바위지대에 자라는 포천구절초를 ‘시화(市花)’로 지정하고 그 문양을 도시 경관 디자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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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가을의 유혹, 둥근잎꿩의비름!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17>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 Hylotelephium ussuriense (Kom.) H. Ohba.

간밤 천둥·번개가 내리쳤어도 다음 날 아침 찾아가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듯, 꽃들은 환하게 피어납니다. 세상이 제아무리 요동쳐도 봄은 가고 여름이 오듯,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 없어도 꽃은 피고 낙엽은 집니다. 그렇지만 무심하게 피어나는 꽃들이 결코 야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갖 천재지변과 이상 기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철과 때를 잊지 않고 주어진 의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꽃들에서 자연의 엄정함을 배웁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은 적 없는 듯, 커다란 바위 위에 이끼가 두껍게 깔려있고 맑은 물이 바위를 감도는 깊은 계곡에 둥근잎꿩의비름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지난여름 너나 할 것 없이 불볕더위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영남 지역은 섭씨 40도를 넘는 도시가 있을 만큼 유별나게 더웠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지진과 태풍이라는 유례없는 기상재해로 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위와 지진, 태풍이라는 3대 기상재해에도 불구하고 유독 영남 지역의 산과 계곡에서만 자라는 가을 야생화가 그야말로 무심히 피어나,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 숲을 배경으로 둥근잎꿩의비름의 홍자색 꽃송이가 하늘에 매달려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다.

바로 둥근잎꿩의비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꽃입니다. 마주 보는 잎이 달걀이나 타원처럼 둥글어서 ‘둥근잎’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꿩의비름 속 식물의 하나입니다. 꿩의비름 속 식물은 세계적으로 33종, 우리나라에는 둥근잎꿩의비름을 비롯해 꿩의비름, 키큰꿩의비름, 큰꿩의비름, 자주꿩의비름, 세잎꿩의비름, 섬꿩의비름, 새끼꿩의비름 등 모두 8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꽃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늘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래도 꿩의비름 속 중 최고는 둥근잎꿩의비름이라고 나도 모르게 실토합니다. 자생지가 우리나라에서도 주왕산과 팔각산 등 경북 청송과 영덕 일대 계곡에 국한돼 있어 한동안 한국의 고유종, 특산식물로 분류됐지만 최근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 두만강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위틈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리고 30cm 안팎의 줄기를 여러 가닥 늘어뜨린 둥근잎꿩의비름. 마주 보기로 난 원형의 잎이 홍자색 꽃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위나, 산비탈 자잘밭의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30cm 안팎의 줄기를 여러 가닥 늘어뜨리는데, 줄기마다 둥근 잎이 많으면 10장도 넘게 마주 보고 달립니다. 물기가 거의 없는 바위 절벽에 붙어사는 식물들이 거개 그렇듯 둥근잎꿩의비름 역시 전초가 다육질인데, 둥글고 도톰한 녹색의 잎이 햇살이라도 받으면 투명한 연두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게 꽃 못지않게 매혹적입니다. 식물 정명의 앞머리에 ‘둥근잎’이 붙은 게 공연한 일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9월에서 10월 사이 줄기 끝에 우산 형태로 홍자색 꽃이 빽빽하게 달리는데, 절벽 아래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환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시시각각 해가 드는 방향이 바뀌는 깊은 계곡은 어느 순간 연두색이었다가 금방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며 둥근잎꿩의비름의 멋진 배경이 된다.

 해서 깊어가는 가을, 통곡하고 싶은 가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불면의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청송으로 가서 ‘거부할 수 없는 가을의 유혹’, 둥근잎꿩의비름의 붉은 색 꽃을 만나보라고 권합니다.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린 요즘에도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 왕복 2차선 지방도 등을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가을날 집채만 한 바위 위에, 칼날처럼 날카롭게 갈라진 바위 틈새에 마치 접착제로 붙여 놓은 듯 붙어사는 둥근잎꿩의비름.

하지만 구불구불한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과수원, 과수원마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사과 향을 맡아보고, 또 주왕산 천길 바위 절벽 곳곳에서 진홍색으로 피어나는 둥근잎꿩의비름과 눈 맞춤하는 사이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평온이 찾아오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야생화 한 송이가 마음의 가난을 구제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의 힘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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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보다 이른, 단풍보다 더 붉은, 꽃무릇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26>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coris radiata (L’Her.) Herb.

"털썩, 주저앉아버리고만/

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 태워/

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

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의 ‘꽃무릇’)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둥실 떠가는 초가을, 꽃무릇이 단풍보다 더 빨리, 단풍보다 더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마음을 헤아린 탓인지, 단풍보다 더 일찍, 단풍보다 더 붉게 꽃무릇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아니 타오르기 시작한 지는 벌써 오래전, 지난 주말 한창때를 지나더니 이제 석양이 서편 하늘을 더 붉게 물들이듯 황혼의 비장미를 불태우려 합니다.

 
 

하나의 꽃대에 5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진홍색 꽃송이가 달리며, 꽃송이마다 역시 6개의 진홍색 꽃잎과 수술 6개, 암술 1개가 길게 뻗어 나온 꽃무릇.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현기증이 날 것 같다.

돌마늘이라는 뜻의 정명 석산(石蒜)보다 꽃무릇이라는 우리말 이명이 더 친숙한 꽃. 그 또한 본래는 야생화였겠지만, 지금 우리가 흔히 만나는 것은 일부러 가꾼 조경용, 원예종 꽃입니다. 그렇게 가꾼 원예용 꽃밭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3대 군락지는 전남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등으로 모두가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꽃무릇의 알뿌리에 방부제 효능이 있어 경전을 묶거나 단청이나 탱화를 그릴 때 즙을 내 풀에 섞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사찰에서 일부러 심어 활용했다고 합니다. 꽃무릇보다 이른 시기인 6~7월 연분홍 꽃을 피우는 상사화가 그 비늘줄기로 풀을 쑤면 경전을 단단하게 엮을 수 있다고 해서 사찰에서 많이 심어 가꿔왔다는 것과 같은 이치로 여겨집니다.

 

다리 건너 저편은 피안(彼岸)의 세계인가. 전남 영광 불갑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검은색 돌담과 작은 구름다리 사이에 꽃무릇이 한 무더기 피어 찾는 이를 반긴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즉 서로 다른 시기에 피고 나서 만나지 못하기에 꽃과 잎이 서로를 애타게 그리는 꽃이라는 뜻에서 일부에서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으로 혼용해 부르지만, 정명 상사화와는 다른 식물입니다. 일본 원산의 상사화는 봄에 난 잎이 진 뒤인 6~7월 꽃이 피지만, 중국 원산의 꽃무릇은 8~9월 진홍색 꽃이 지고 난 뒤 잎이 나와 월동을 한 뒤 이듬해 봄에 스러집니다.

그런데 지난 20일 꽃무릇을 보러 불갑사도 용천사도 선운사도 아닌, 경남 함양을 다녀왔습니다. 무릇, ‘오인태의 꽃무릇’을 인용하려거든 시인의 고향에 가서 꽃무릇을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신라 말 당시 천령군 태수로 있던 고운 최치원이 홍수 예방을 위해 둑을 쌓고 물길을 새로 내면서 조성했다는 상림공원에 규모 면에서는 3대 군락지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멋진 꽃무릇 꽃밭이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으로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된 상림에는 길이 1.6km 물길을 따라 피어난 꽃무릇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운치 있는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무릇, 시인이 보았을, 제 몸 활활 태우며 빨갛게 빨갛게 물든 ‘천 년의 숲’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천 년의 숲’ 경남 함양의 상림공원에서는 신라 말 홍수 예방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길이 1.6km 물길을 따라 꽃무릇이 피어 곳곳마다 멋진 수채화를 그려낸다.

흔히 진달래꽃을 보고 ‘핏빛 같은’ 꽃 색이라 일컫습니다. 피를 토할 때까지 운다는 두견새에 빗대 두견화(杜鵑花)란 별칭으로도 불려왔습니다. 그런데 눈 가는 데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석산, 꽃무릇의 벌판을 보고는 사무치는 그리움의 대명사로 진달래가 아니라 꽃무릇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생화든 원예종이든, 조경화이든 유서 깊은 산사나 천 년의 숲과 어우러진 광경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뇌리에 남습니다. 참 충남 보령시 성주산 자연휴양림에도 꽃무릇 수십만 송이가 진홍색 꽃망울을 터뜨리며 장관을 연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저 흘려보내고 후회하지 말고 이제라도 길 떠나보시라 권합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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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하늘공원의 연분홍 명물, 야고!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9>


열당과의 한해살이 기생식물. 학명은 Aeginetia indica L.

추석 연휴 막바지, 드디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내린다고 하지만, 이 비 그치면 그야말로 길고 무더웠던 ‘2016년의 여름’도 어느덧 과거로 물러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이 오면 세상은, 그리고 자연은 ‘껍데기는 가라’는 어느 시인의 외침처럼 껍데기를 버리고 본연의 색을 드러낼 것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러질 것이고, 땅은 갈색으로 더 갈색으로 짙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갈색의 땅에서 노란 갈색의 꽃줄기가 수도 없이 솟아올라 홍자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울 것입니다. 아니, 이미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부터 수십, 수백, 수천의 꽃송이가 와글와글 피어나 머나먼 고향 제주의 핑크빛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의 명물로 떠오른 야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하늘공원을 가득 찬 억새밭 사이사이에 수십, 수백 송이의 야고가 피어나 연분홍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억새에 기생해 피는 야고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10여 년 전, 따듯한 남쪽 나라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던 야고가 서울의 한복판이랄 수 있는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발견됐다며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연인즉 서울시가 2002년 난지도 쓰레기 더미 위에 조성된 하늘공원에 억새밭을 만들면서 제주도로부터 억새를 대량으로 옮겨 심었는데, 그때 제주산 억새 뿌리에 기생하던 야고가 곁따라 올라와 서울 하늘에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억새밭에서 솟아난 갈색의 꽃대 끝에 홍자색 꽃을 피운 모습이 담뱃대를 닮아 담뱃대더부살이라고도 불리는 야고. 끝이 5개로 갈라지는 꽃잎 안에 자리 잡은 암술머리가 조개 속 보물 진주처럼 영롱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옛 말이 있지만, 제주산 야고는 탱자가 되기는커녕 머나먼 고향 제주를 향한 진한 그리움을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킨 탓인지 키도 더 크고 연분홍 꽃 색도 더 진하게 피어나 오히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4자 성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초가을 하늘공원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면 억새밭 가장자리에 홀로 선 야고, 솔가(率家)하듯 일가족을 거느린 야고에게서 짙은 갈색으로 변모하는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서울 동쪽 망우리 고개를 넘으면 동구릉이 나옵니다. 거기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엄한 왕릉인 건원릉의 봉분에 바로 억새가 자랍니다. 까닭은 이렇습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말년 권력을 둘러싼 골육상쟁에 넌더리가 난 때문인지 자신이 죽거든 고향인 함흥 땅에 묻어달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당시 왕이던 태종 이방원 입장에선 선왕인 태조가 멀리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칫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치 않는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해서 대신 고향의 흙을 가져다 봉분을 만들게 했고, 이때 함경도산 억새가 덩달아 따라와 다른 왕릉과는 전혀 다른 억새 봉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는 건원릉의 봉분은 일 년에 한 번 한식 때만 깎는답니다. 참 사연도 이야기도 많은 풀, 억새입니다.   

 
 

야고 대풍(大豊). 끔찍하게 더웠지만 8월 말 이후에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던 때문인가,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야고가 피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크나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초종용 등과 마찬가지로 엽록소가 없어 스스로는 광합성도 할 수 없는 기생식물인 야고. 억세게 살아가는 억새에 기생하는 만큼 그 생명력이 남다르다고 하겠는데, 경기도 명성산, 강원도 민둥산, 울산 신불산, 경남 화왕산 등 내륙의 다른 억새밭에서는 피지 않는 야고가 유독 난지도 공원에서 피는 까닭은 쓰레기 매립 가스의 발생으로 인해 억새밭 온도가 야고의 발아에 최적의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개체 수도 해마다 늘어 올해의 경우 그야말로 대풍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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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보게 하는 꽃, 닻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2>

 

용담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학명은 Halenia corniculata (L.) Cornaz.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찌도록 분부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씨를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들도록 하여 주소서.“(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에서)  

 

흰 구름이 머무는 높은 산 정상 바로 아래 풀밭에 피어난 닻꽃.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뀔 즈음 피어나 정상을 향해 돌진하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높은 산 정상에서 하늘을 찌를 듯 휘날리는 닻을 보며, 그토록 ‘위대했던’ 여름이 저 멀리 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릴케가 노래했듯, 봄부터 여름까지 힘차게 달려온 긴 여정이 하늘은 높고 볕은 따가운 가을을 맞아 결실을 보고, 곧 닥쳐올 길고 긴 겨울 저마다의 보금자리에서 닻을 내리고 정주(定住)에 들어갈 것임을 꽃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듯합니다. 해서 닻 모양의 꽃을 난데없이 산 정상 구름바다 위에 띄워놓고 이제 하던 일 갈무리하고 긴 휴식에 들어갈 채비를 하라고 일러 주는 듯합니다.

 

꽃 모양이 배를 정박할 때 쓰는 도구인 닻을 똑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는 닻꽃. 실제 보면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리하여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꽃이 바로 닻꽃입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는 묘한 꽃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정말로 배가 산에 정박한 것일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있듯이 닻이 산으로 온 까닭은 무엇일까 등등.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한 본향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그 시베리아 한복판 바이칼 호수 인근 자임카 자연휴양림에서 2015년 7월 만난 닻꽃. 우리나라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핀 때문인지 꽃 등 전초에서 녹색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청마 유치환의 ‘깃발’에서)

   

깃발 하나를 보고 이런 시를 남긴 유치환 선생이 온 산에 널린 닻을 보았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꽃의 모양이 배를 멈춰 세울 때 사용하는 닻을 닮았다고 해서 닻꽃으로 불리는데, 실제로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8~9월 햇볕이 잘 드는 고산 풀밭에서 한두 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뿌리까지 고사해 사라집니다. 봄철 피는 삼지구엽초도 꽃 모양이 닻을 닮았다고 해서 닻풀로도 불립니다.

 

금강초롱꽃과 나란히 피어난 닻꽃. 저 깊은 바다 밑에 들어가 배를 고정하는 데 쓰여야 할 닻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거 남한의 대표적인 고산인 설악산과 지리산에서도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는 화악산에 비교적 많은 개체가 자생해 수도권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외 강원도 대암산과 한라산에도 자생하는데, 한라산에서는 그 수가 크게 줄어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아무튼 남한의 고산에만 일부 자생한다는 건 북쪽을 고향으로 둔 북방계 식물이라는 뜻인데, 실제 지난해 7월 중순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하는 안가라 강 변의 유명 관광지인 자임카 자연휴양림 오솔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있는 닻꽃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분류하고 각별한 관심을 쏟는 닻꽃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저 홀로 피고지고 있었습니다. 동토(凍土)의 시베리아가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한 본향(本鄕)이라는 말을 눈으로 실감한 셈이지요.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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