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찌도록 분부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씨를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들도록 하여 주소서/

높은 산 정상에서 휘날리는 숱한 닻들을 보며 
그토록 '위대했던' 올 여름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음을 실감합니다.
릴케가 노래했듯 한 '이틀' 지나면  
봄부터 여름까지 달려온 긴여정이 닻을 내리고 
길고 긴 정주에 들어갈 것임을 몸이 먼저 알아차립니다.
한여름 퇴약별에서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또 한해가 가고 있음을 생각케 하는 묘한 꽃, 바로 닻꽃입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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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0.08.25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습편 닻꽃..길고 긴 정주에 들어갈 것이란 말에 명치를 쿡 찔린 듯한 기분입니다 늦은 아침까지 풀벌레 울음 소리는 와글거리고.......

  2. 들꽃처럼 2010.08.25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쩜 저리도 이름을 잘 지었을꼬!
    어쩜 저리도 생긴 꽃이 있는지...
    창조론을 부정하고 진화론만 우기기엔 뭔가 부족한거 같아요~~ ^^*

  3. 꽃이좋아 2010.08.25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의 사진은 마술같고 글은 예술이시네요...너무 멋지네요 부러워 죽겠습니다...

  4. 개뿔 2010.10.05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라지게 덥던 여름날을 한자리서 모질게 견디고 꽃을 피워낸 인내가 아름답다. 자연은, 야생은 말없이 우주질서 속에서 운행하는데 니미럴 쥐색기는 온갖 잡탕질로 자연을 거스르고 있다. 자연꽃을 사랑하는 님이 진정한 자연인이요 우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