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핑크빛 사랑을 했습니다. 상대는 개정향풀이라고 합니다. 어렵사리 만난 만큼 짜릿하고 강렬했습니다. 연분홍 핑크빛이 온 벌판을 물들이는 듯 환상적이었습니다. 야생화를 만난다는 게 운이 좋으면 '소 뒷걸음에 쥐잡듯' 아주 수월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생지라야 규모가 서,너평 남짓하기에 지명을 안다해도 정작 정확한 지점을 찾기란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일 때가 많습니다. 고마운 분의 도움말을 얻어 개정향풀 자생지를 찾아갔지만 쉽게 만날 인연이 아니었는지 한,시간여 이상을 돌고돌았습니다. 

찾다찾다 지쳐서 점심이나 먹자며 식당에 앉았는데 귀인께서 고맙게도 전화를 걸어 결정적인 단서를 알려주셨습니다. "꼭 찾아서 만나고 오라"는 격려와 함께... 자생지 근방에 다시 가보니 귀뜸대로 <위, 아래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있었고 앞서는 아래 길은 외면한 채 위로만 수없이 왔다갔다 했었더군요. 암튼 그렇게 만난 개정향풀입니다.

8년여전 개정향풀이 세상에 알려질 때도 시끌벅적했었더군요. 1910년대 일본인  학자가 표본을 남긴 후 자생지 보고가 없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민들에 의해 95년만에 자생지가 다시 발견됐다고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이지요. 그후 서,남해안 일대 여러 곳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저홀로 피고 지고 잘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식별하지 못한 게 정답이겠지요.

암튼 키가 큰데 반해 꽃은 자잘하기에 가만 들여다 보지 않으면 핑크빛 개정향풀꽃의 진가를 알아 채기가 쉽지는 않았겠다고 싶습니다. 이름 앞에 붙은 '개'는 얕잡아 부르는 개(犬)가 아니라, '갯'가 식물이라는 뜻의 갯에서 시옷이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같은 협죽도과의 정향풀도 크가 크고 꽃이 자잘하게  많이 달립니다. 꽃색은 정향풀은 하늘색, 개정향풀은 연분홍색입니다.

날리는 바람에 자세히 담기가 만만찮은 꽃이지만, 가만보니 씨방이 5각형의 뿔 모양인데 농 익으면 작약 투구꽃처럼 씨방이 터져 씨가 여기저기로 날려 번식한답니다. 그리고 두번째 사진에서 보듯 씨에 머리가락같은 털이 나 있습니다.

연분홍 개정향풀 피어있는 둑방길/핑크빛 사랑 담은 도랑물 흐르고/연분홍 치마 휘날리며/새색시 가마타고  신행가는 길/지난 주말 그런 아름다운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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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원 2013.06.28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정향풀
    찬찬히 보아야 그 속살을 느낄 수 있는 가려린 꽃!
    저는 목포인근의 작은 섬에서 만 날수 있었습니다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던데 잘도 찍었습니다
    듣기에 인천인가? 강화도인가? 의 갯가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청도에 가면 정향풀 군락을 볼 수 있다는데 너무 멀지요? ㅎ ㅎ

  2. 부용 2013.07.09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정향풀 곱게도 담아오셨습니다.
    바람결에 향기가 제 코끗을 자극 하더라구요.
    수고하시며 담아 오신 사진 즐감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