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고 했던가요. 산솜다리를 만나기 전에 설악산에 오른 것은 설악산이 거기 있기때문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설악산에 오르는 것은 아마도 십 중 팔구는 산솜다리가 거기 있어 설악산에 오르는 것일 겁니다.

세상은 설악산의 상징이요, 산악인의 꽃이라는 산솜다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뉜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아무튼 14시간의 긴 산행 끝에 눈처럼 하얀 꽃, 맑고 깨끗한 산솜다리 꽃을 보았습니다.산 정상에나 올라야 만날 수 있지만, 개체수가 아주 적어서 보물 찾기 하듯 찾아 헤매야 만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물론 바위 절벽에 주로 서식하기에 가까이 다가가기가 매우 위험했지만, 군데군데 무리지어 눈처럼 흰 꽃을 소담스럽게 피우고 있어 아직은 천만 다행이다 싶습니다.  

 몇년 전 유명 산악인 오은선씨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앞서 베이스캠프에서 한  일간신문에 보내온 편지가 생각납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이르는 카라반 길은 멀고, 높고, 깊고 험합니다.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보고입니다. 저는 1993년 에베레스트 등반으로 히말라야와 처음 만났습니다. 그 후 16년을 걷고 오르는 데 시간을 바쳤는데도 히말라야를 찾을 때마다 힘든 건 언제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주변의 황홀한 자연 풍경에 눈은 천국이지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가기 위해 닐기리 산을 에돌아 내려서는 고원 길은 천상화원이었습니다. 희박한 공기 속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그 많은 꽃들을 히말라야 산록은 어떻게 길러냈을까요. 한없이 이어지는 꽃길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인간세계와의 단절 때문에 더 귀한 풍경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형색색의 그 많은 꽃 중 이름을 아는 것은 에델바이스 하나뿐이어서 꽃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도 듭니다. 저마다 색이 다른 꽃들은 그 다양한 빛깔을 어떻게 구별해 땅속에서 길어올렸을까요.

곁에 한 무더기 에델바이스가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설악산 깊은 곳에서나 어쩌다 만날 수 있는 산악인의 꽃. 에델바이스는 이곳에선 너무 흔합니다. 아예 꽃밭을 이룰 정도이니까요. 고결, ,이 그 꽃말이던가요."

오은선씨가 유일하게 이름을 안다고 말한 꽃, 명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전세계에 유명해진 알프스의 꽃 '에델바이스'와 같은 꽃으로 바로 우리나라에선 산솜다리,솜다리,한라솜다리,왜솜다리가 있습니다. 60~70년대 설악산에 단체 수행여행을 온 중,고교 학생들에게 '압화 액자'로 만들어져 숱하게 팔리면서 멸종위기를 맞기도 했던 산솜다리가 이제라도 보호되고 널리 번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히말라야에서처럼 꽃밭을 이룰 정도로 흔하게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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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동형 2013.06.13 0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선배
    언제 다녀오셨는지요.
    참 좋습니다.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2. 초록버드나무 2013.06.14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솜다리꽃이 순하고 착하게 생겼네요 ^^* 구름 쉬어넘고 바람 쉬어가는 첩첩 산줄기마다 상념 하나씩 매달리는 아침입니다

    • atomz77 2013.06.14 0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순하고 착하게 생겼다는, 참 공감 가는 표현입니다. 맞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며 담았습니다~~

  3. 미당 2013.06.14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물이 핑 돕니다.

 

"아줌마! 이 거 하고,저 거 하고 무슨 차이예요?" "아~예, 바코드가 달라요" "아니~어떻게 다르냐고요?" "이건 1만3500원짜리 바코드가 붙었고,저 건  1만500원짜리 바코드라 붙었어요" "그래서, 어떤 차이가 있는데요" "2000원이 비싼 바코드가 붙었다니까요~허! 참~ " 일요일 아침 김치꺼리를 사러 대형 마트에 간 아내가 새우젓 코너에서 판매원과 엉뚱한 문답을 주고 받습니다. 요인즉, 아내는 같은 상표로 진열된 2개 새우젓이 어떤 품질 차이로 인해 가격이 다른지 묻어보는데 반해, 판매원은 본질적인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바코드가 다르니 가격이 다르다는데 왜 말귀를 못알아 듣느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본령은 알려고 하지 않고 드러난 외형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현재 모습이 반추되더군요. 맞는 말이지요. 이 물건과 저 물건의 차이는 바코드의 차이일뿐. 분명 맞는 말이지요.허~ 참...그렇다면 식물의 차이도 바코드의 차이일까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기생꽃과 참기생꽃이 다르다는데, 아무리 자료를 찾아봐도 정밀하게 들여다 봐도 저 자신 납득하기 어렵고 남에게 글로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크기가 기생꽃은 10cm 안팎, 참기생꽃은 7~25cm이고, 잎 끝이 기생꽃은 둥근데 반해 참기생꽃은 뽀족하다고 하나 키 10cm 안팎과 7~25cm가 과연 분별력이 있는 차이일지, 둥굴다와 뾰족하다는 판단 또한 객관성이 담보되는 설명일지 의문입니다. 그렇지만 자생지가 설악산과 태백산인 경우 참기생꽃이라는 자생지 위주의 판별 기준을 받아들여 참기생꽃으로 올립니다.

황진이가 울고갈만큼 빰치게 예쁜 참기생꽃. 우리네 옛 기생과는 이미지가 다른 흰꽃인데 왜 기생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했는데, 일본에도 같은 꽃이 있으며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일본의 기생을 본따서 기생꽃이라 명명했다는 설명이 있어 소개합니다.찌는 듯한 여름의 초입, 엄청나게 땀을 흘리고 만난 참기생꽃, 혼을 빼앗길만한 자태이지만 얼굴 들이대고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저만치 떨어져 상상만 했던 옛 시인의 정취처럼 햇살 조명을 받은 '참기생꽃'을 한걸음 물러나 조망합니다. 그래야 격에 맞는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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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리우스원 2013.06.10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기생꽃의 해설이 너무 대박입니다 ㅎㅎㅎㅎ
    웃음을 한 아름 안으면서
    그럼요 기생꽃과는 무엇인가 품격이 달라 보입니다
    먼진 글 향기 사진 작품에 감탄하고 갑니다
    먼거리 고생많았습니다.

    여독은 다 풀어지셨는지요?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2. 목원 2013.06.12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생꽃 앞에 참이 붙었으니
    그냥 기생하고는 격이 다른가 봅니다
    지리산에 기생꽃이 있다하여 보기을 원하나
    그 자리을 모르니 포기 수준입니다
    언제나 생태적 측면에서 찍은 사진 부러운 마음으로 감상합니다
    쌈박한 사진보다 담백한 사진이 더 그리운 요즈음입니다 ㅎ ㅎ

  3. 초록버드나무 2013.06.14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도 아름답구요 덧글도 절창입니다

  4. ehrms 2014.04.26 1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쁘다..........

  5. 참기생 2015.03.28 0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에서는 기생꽃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 atom77 2015.03.28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확인해보니 참기생꽃을 일어로 'コツマトリソウ'라고 합니다/고쓰마토리소(Ko-tsumatori-so)는 한자로 '小褄取草'로 표기되며, 이중 처취(褄取)에는 '기생이 되다'는 뜻이 닫겨 있다고 하네요~

  6. 참기생 2016.01.12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하신대로 뜻을 보니 그 당시 우리학자들이 일본 이름만 보고 지었을 가능성이 있군요.
    그러나 일본에서 褄取草 의 이름을 기생에서 따온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어디를 검색해도 그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꽃잎 끝이 붉게 물드는
    것을 그 이름의 유래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두색 풀들이 무릎까지 차오르며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무성해질 즈음 봄 꽃들이 그들만의 마지막 향연을 벌입니다. 은방울꽃 둥굴레꽃 피나물꽃 냉이꽃 등 풀꽃들이 피고지고 하는 사이 어른 무릎까지 오르는, 제법 큰 키를 자랑하는 당개지치도 역시 제법 큰 잎 사이로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영롱한 꽃송이를 치렁치렁 매달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 타원형의 제법 큰 잎 5~6개가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잎 겨드랑이 사이로 늘어진 자잘한 꽃송이를 무심코 지나치기일쑤입니다.

꽃도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누구는 흔히 만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그런 엇갈리는 인연이 있는가 봅니다. 5~6년 전 봄 마주친 후 다시 한번 담아봐야지 벼르고 별렀는데 그간 못 만나 애를 태웠는데 일주일 전 운두령서 끝물의 당개지치 꽃 몇 송이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별처럼 빛나는 작은 꽃, 자수정처럼 화사한 보라빛 꽃, 너른 잎들이 연초록 바탕색이 되어 분위기가 아주 그만인 당개지치 꽃을 봄이 끝나갈 즈음 만났습니다. 역시 그날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듯 자잘한 꽃송이를 흔들고 선 당개지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로 왔습니다. 이것으로 올 봄 꽃 축제는 파장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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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원 2013.06.12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개지치!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벌써 두 달 전에 매미꽃들과 함께
    피어났었는데 강원도는 한 철이 늦네요.
    바닥에 배를 깔아야 겨우 촛점을 잡을 수 있는 녀석인데
    잘도 잡아 냈습니다
    초보시절에는 당개지치와 미치광이풀을 구분 못했던 시절이
    아련히 떠 오름니다

    • atomz77 2013.06.12 1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 맞습니다/거의 한 계절이 늦습니다/조금 있으면 남녘의 멋진 꽃들이 피어나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