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농익어 갑니다.
붉은잎은 더 붉게, 노란잎은 더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그 가을의 한 복판에서 좀바위솔이 혼신의 힘을 다해 눈부시게 꽃방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황산을 다녀오느라 이왕 늦은 걸음,
단풍이 스러지기 직전 막바지 불꽃을 태울 무렵까지 진득하게 기다리자 했습니다.
한 걸음을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어떤 땐 한 걸음 늦어 망외의 기쁨을 거둘 수도 있구나 깨닫습니다. 
몸피가 작아서 '좀바위솔'이라 했을테지만,
도톰한 잎을 가득 깔고 수십개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모습은 당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을 야생화 세계의 당당한 한 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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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4.10.24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때로는 연초록으로 진초록으로 지금은 주황으로 ...계절의 변화가 절로 배어나는군요....... 설악산 단풍은 여즉 불타고 있을까요 늦은 오후 설악산으로 출발합니다~~~ 둥~~ ^^

  2. 목원 2014.10.29 2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붉은 단풍잎을 배경으로 좀바위솔을 담으셨네요
    작지만 당당합니다
    이곳에서는 볼 수 없어 군침만 삼킴니다
    꽃도 좋지만 빛의 예술입니다
    만추 입니다
    더 늦기 전에 얼른 얼른 다니세요~~

    • atom77 2014.10.30 0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선생님! 스스로를 빛의 노동자라고 칭했던 어는 유명한 사진작가의 말을 조금 이해할 듯합니다/남도의 만추, 멋진 장면을 기대합니다~

 

좀딱취

 

 

 

 

 


호자덩굴

 


까실쑥부쟁이

 


물봉선

 


산국

 


솜나물

 

 


애기향유

 

 

 


그리고,
산수화

 

 

 

 

 

 


첫 날 운곡사에서 백아령을 거쳐 북해(北海)로 오르는 길,
그리고 둘째 날 서해대협곡이 끝나는 지점, 이른 바 곡저(谷底)까지 내려갔다가
천해(天海)로 다시 올라오는 길,
셋째 날 북해를 출발해 광명정, 옥병루 등을 거쳐 자광각으로 내려오는 길,
요약하면
두번 황산을 오르고
두번 황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줄기차게 만난 꽃이 바로 좀딱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면도를 비롯해 충청 이남 해안가와 제주도 등지에 서식하는 좀딱취가
가을 중국의 황산을 대표하는 야생화라고 이를 만큼
4만여개의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황산의 등산길을 함께 했습니다.
황산행에 나서면서 한해 꽃농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좀딱취 탐사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더니,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실컷 만나보았습니다.
위도상 제주도보다 낮지만 높이는 1800m가 넘는 고산이니 식생이 대략 제주도와 흡사한 듯 싶습니다.
좀딱취가 있으니, 국내서도 그렇듯 호자덩굴 열매가 바로 곁에서 붉게 익어갑니다.
또한 까실쑥부쟁이와 산국이 황산의 가을을 가을답게 만들고,
민들레의 홑씨를 닮은 솜나물의 씨가 황산 곳곳에 뿌리를 내릴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작지만 향이 강한 애기향유도 특유의 진한 향을 풍기며 역시 자신만큼이나 크기가 작은 '애기나비'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서구인들이 황산을 보고서야 비로소 수묵화로 대변되는 동양화를 이해하게 됐다고 합니다.
천애의 절벽과 소나무, 구름이 어우러진 몽환적 세계가 상상의 산물이 아닌 현실 세계의 모사임을 알게됐다고 합니다.
과연 황산은 어느 곳에서 보듯 한폭의 산수화였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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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4.10.24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국지 읽는 기분입니다 ^^

몽필생화(夢筆生花) 


덩굴용담


황산(黃山)을 보고 왔습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했던가요,
과연 천하제일 명산이라 이를만 하던군요.
중국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친구 덕분에 2박3일 황산을 둘러보았습니다.
상사 주재원으로 10년여를 지냈던 동안,
흔히 말하는 '오악(五岳)'을 비롯해 이름 난 중국의 큰 산들을 여러 곳 올랐다는 친구가
"그래도 최고의 산은 황산"이라고 자신있게 권하기에 동행하였습니다.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이랄 수 있는 백두산을 찾았을 땐
처음부터 작정하고 꽃탐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번엔 멋진 풍광을 유람하자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럴 수 있나요.
내심 "아~ 거기엔 무슨 야생화가 있어 나를 반겨줄까" 하고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지요.
그런 기대는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5분도 되지 않아, 
실제적인 결실로 나타났습니다.
여행길 나서면서 '용담'을 예약 등록했는데
운곡사(云谷寺)에서 백아령으로 오르는 6.5KM 구간의 발걸음을 채 몇 걸음 떼지도 않아,
같은 용담과의 덩굴용담을 만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그래서 아직 만나 보지 못한 흰색의 덩굴용담을 멀리 황산 기슭에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붓끝에서 꽃이 피는 꿈을 꾸었다"는 뜻의 몽필생화(夢筆生花).
바위와 소나무, 구름이 서로를 희롱하며 만들어 내는 황산의 경치를 이른다는 말입니다.  
덩굴용담으로 시작된 황산의 산행은 꽃을 보기엔 때 늦은 시기였지만
적지않은 야생화와,
꽃 못지않은 풍광이 이어지는 길이었습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 기행이나마 누군가에게 한푼어치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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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4.10.19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산ᆞ이국정취가느껴집니다ᆞ순천터미널의아침입니다ᆞ노스탤지어의아침햇살 ᆞᆞ은빛가루가튀는 승강장을 내다보고있습니다

  2. 목원 2014.10.22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년 전에 황산을 다녀오면서 보았던 꿈결같은 풍광이
    되 살아 납니다
    저도 그 때 몇 가지 야생화를 만났지만 역시 일행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니 그림의 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