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작고하기 4년 전 뒷 동산에서 야생란 한 포기를 만나고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1990년 입추/산길을 걸었네/소리 없이 아름답게 피었다가 가는/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아울러 아래의 난 그림을 그렸습니다. 후학들은 10년 뒤 회고집을 펴내면서 표지에 선생의 난 그림을 싣고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한 언론인이 이런 내용과 함께 난은 모양새로 보아 새우난인데,늦여름에 꽃대를 올렸으니 한라산 원산의 여름새우난인 듯하다고 컬럼에서 소개했습니다.

글쎄요? 장일순 선생이 나고 평생 활동한 지역이 강원도 원주 일대이니 한라산 원산의 여름새우난을 동네 뒷산에서 만났다는 건 애시당초 틀린 추론이 아닐까 싶습니다.게다가 입추(立秋)가 절기상 가을의 문턱을 가르키기는 하지만 실제 날짜로는 8월 7,8일 즈음이니 꼭 여름꽃이어야 한다는 것도 지나친 단정이 아닐까요.선생이 붓을 들어 그린 그림을 보아도 잎새가 넓은 여름새우란과는 어긋나 보입니다.

오히려 제 눈에는 병아리난초가 아래 그림과 더 흡사해보입니다.경기도 인근 산에서는 요즘 한창 피기 시작하니,아마도 강원도 깊은 산에서는 8월 7일 입추 무렵에도 꽃이 만발한 병아리난초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암튼 소리없이 아름답게 피었다가 소리없이 가는 병아리난초.허접스레 시끄럽기만 한 우리들을 부끄럽게하는 병아리난초를 볕 좋은 날 만나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Posted by atom7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초록버드나무 2012.07.23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한 자료까지 덧붙여 주시니 이런 호사가 어딨나요 꽃도 아름답고 그림도 아름답군요........
    병아리 난초와 대면하심에 만세 같이 불러드릴게요 삼창으로..ㅋ ..만세만세만세 !!!

시각에 따라 거리에 따라 같은 사물도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바싹 들여다 본 타래난초의 앞 얼굴과 옆 모습, 뒤통수는 색감과 모양의 절묘함에 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하지만 한발 떨어져서 본 타래탄초는 작지만 의연하고,가늘지만 단단합니다.

특히 둥굴게 줄기를 감싸며 하늘로 치솟는 여러 가닥의 잎새는 타래난초가 왜 타래'풀꽃'이 아닌 타래'난초'인지를 짐작케 합니다.쭉쭉 뻗은 잎의 날렵함이  여느 난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잔디 등 풀밭에서 여러 잡초와 뒤섞여 자라기 때문에 거반 꽃만 찍기 일쑤인데 모처럼 잎에서 꽃까지 전초를 담아봤습니다.

Posted by atom7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초록버드나무 2012.07.23 14: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정도의 길이와 무게라면 휠 듯 한데 ....허리 곧추 세우고 쭉 뻗은 자태 보아하니 의연하고 단단하단 말이 틀림 없겠습니다

그 긴 가뭄을 이겨내고,그  모진 불볕더위를 이겨내고 이토록 진한 선홍빛 꽃을 피워낸 건 그 무슨 조화란 말인가.몸을 배배 꼬은 뜻은 혹여 줄기 안에 있는 모든 붉은색소를 마른 걸레 짜듯 짜내서 진하디 진한 꽃색을 만들어내기 위함인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북한강가 작은 산에 드니 초입부터 한창 물이 오른 타래난초가 모처럼 찾은 이를 반갑게 맞이 합니다.거간 한달여만에  찾은 산은 언제나 그랬듯 예기치 않은 꽃으로 예상치 못한 엄청난 행복을 선사합니다.긴 봄가움으로 산꽃들꽃이 말라간다고 걱정들이 태산 같더니만 최근 두,세차례의 비로 얼추 해갈이 된 듯 싶습니다.

아무도 찾지않는 이름없는 작은 뒷동산, 타래난초는 저 홀로 꽃을 피우고,나는 나홀로 찾아가 선홍빛 황홀경에 넋을 잃고...제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저만의 꽃동산을 가꾸며 나홀로 행복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atom7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꽃뿌리 2012.07.13 1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주일 ,스물한살에 별이된 남동생 묘를찾아갔어요.묘 가장자리에 핀 꽃을 나도모르게 끊어 동생에게 주었네요.삼십여년만에 그곳에선 처음본 꽃이었는데,,,아!!!***어쩌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