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나무라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찾아왔냐고 묻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찾아왔느냐고도, 무슨 일이 있느냐고도 묻지 않습니다.
그저 언제 찾아오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을 내보일뿐입니다.
철 지난 바닷가를 서성이듯 한탄강변을 찾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바위절벽 틈새를 살피니,
분홍장구채 여러 송이가 아직도 싱싱한 미모를 간직한 채 길손을 반깁니다.
올해는 못 보고 지나치나 했는데... 
올해 분명 꽃시계가 이르기는 하지만,
개화 시기가 빠르다고 꽃이 지는 것도 빠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찍 피어 오래도록 꽃을 볼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 싶습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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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좀 알려주시요. 지나는 사람들 말이 벌깨덩굴이라고 하던데.."
가끔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사진을 보내며 꽃이름을 물어오는 친구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등산 중 만났다는 꽃들은 아직까지는 대개 이름을 알만한 것들이어서 별 어려움없이 답을 하곤 했는데...이번엔 아예 다수가 벌깨덩굴이라고 하니, 맞지 않느냐고 동의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럴리가 있나. 벌깨덩굴은 봄꽃인데. 스마트폰 화상이 또렷하지는 않지만 누린내풀인데..."
사진을 담은 장소를 물어보니 불광동쪽 북한산이라고 합니다.
조금만 올라가도 된다는 말에 핑계김에 아예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섭니다.
그렇게 해서 만난 누린내풀입니다.
보랏빛이 감도는 자주색 꽃이 깜찍하다고 표현해도 될만큼 예쁘고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허리 이상까지 차오르는 전초에서는 스치기만해도 고약한 냄새, 즉 누린내가 진동을 합니다.
'누린내풀'이란 이름이 바로 냄새를 풍기는 특징을 그대로 가져다붙인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코에는 역하게 느껴지는 누린내가 그러나 벌나비를 불러들이기에는 더없이 좋은 미끼인듯,
사진에서 보듯 벌을 비롯한 각종 곤충들이 시도때도 없이 달려들어 꿀을 채가며 수분을 돕습니다.
4개의 수술과 끝이 갈라지는 1개의 암술이 길게 위로 뻗어 앞으로 휘어진 모습이 
그 옛날 과거 급제자들이 머리에 꽂았다는 어사화를 연상케 합니다.
누린내풀 대신 다른 이름을 쓴다면 '어사화'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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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4.09.18 1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이 참 예쁩니다 작년 가을엔가 보국문께 성곽길에서 도토리 한창 떨어지던 때 보았던 그 보랏빛 꽃인지도.....이름을 알 수 없던, 아주 예쁜 보랏빛 꽃을 본 기억이 납니다

  2. 목원 2014.09.19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린내풀을 모셔왔군요
    귀하지도 않지만 흔하지도 않지요
    작년에는 먼 곳까지 가서 봤지만 올해는 무등산 주변에서
    쉽게 만났습니다
    보내 주신 책 자주 보고 있습니다

    • atom77 2014.09.21 1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그리 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흔한 것도 아닌 듯 싶습니다/계신 곳 가까이 꽃무릇이 보고 싶은 요즈음입니다~~~

 

 

 

 

 

 

 


흰 명아자여뀌

 


기생여뀌

 

 


털여뀌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라는 미당의 유명한 시 '선운사 동구'가 생각납니다.

연천 포천 한탄강 강변으로/
한탄강 포천구절초를 보러갔더니
포천구절초는 아직 일러/피지 아니했고/
위풍당당 자살바위 아래/
무심하게 흐르는 한탄강가에 명아자여뀌만 무성하게 피었습니다...라고 감히 흉내내어 봅니다.

그저 잡초라고 무심히 지나치던 명아자여뀌도 멋진 배경을 만나니 한폭의 그림이 됩니다.
습지, 심지어 물속에서도 잘 자란다더니 정말 그 세력이 대단합니다.
바로 옆에 키도 더 큰 듯하고 위세가 당당한 흰색의 명아자여뀌도 있어 덤으로 담았습니다.
또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더니, 
붉은색이 강렬한 기생여뀌에는 역시 가시처럼 날카로운 털이 수북히 나 있어,
명아자여뀌나 개여뀌와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같은 가시라도 꽃의 미모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가요.
기생여뀌보다 더 많고 더 자잘한 털이 나 있는 털여뀌의 경우, 
'기생'이란 각별한 접두어를 사용치 못하고 그저 평범한 털여뀌로 불리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올리때 명아자여뀌와 털여뀌를 혼동하였는데,
가만 살펴보니 명아자여뀌는 줄기가 밋밋한 반면 털여귀는 줄기에 가는 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잎 또한 명아자여뀌는 뾰족하고 가는 반면 털여뀌는 손바닥처럼 넓은 게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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