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둠에 맞서 이기려 하지 않고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영국을 말할 때 흔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며 화려했던 과거를 들먹이곤 합니다. 과연 해가 지지않는 나라는 영광스런 과거일까. 때가 되면 물러설 줄 아는, 우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수많은 남의 해를 가로챈 결과가 바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약탈자,침략자의 낙인으로 남은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석양은 그냥 지는 건 아닙니다.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 듯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저녁 노을이지요. 그리곤 아주 짧은 동안 자신을 가리고 있던 모든 빛을 걷어내고, 본연의 색을 보여줍니다. 강렬한 빛이 사라진 뒤 드러난 석양을 한아름 안고 서 있는 솔붓꽃을 담아봤습니다. 사라진 석양이 디지털 카메라에 남긴 주황색은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각시붓꽃 난쟁이붓꽃과 마찬가지로 봄에 꽃이 피는 솔붓꽃은 경기 충남 대구 등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시붓꽃이나 난쟁이붓꽃처럼 키가 작은데 꽃잎의 폭은 각시붓꽃보다 좁게 느껴집니다.대신 꽃잎 중앙 흰색 부분은 더 크게 보입니다. 난쟁이붓꽃과는 화경(꽃줄기)이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꽃잎 아래 줄기부분이 파란 포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 인근 야트막한 산지나 묘소 주변에 주로 자라기 때문에 개발과 함께 쉽게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에 지난해 멸종위기보호종 2급으로 지정됐습니다.

Posted by atom7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장기환 2013.05.20 1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붓꽃과 일몰이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났군요.
    글 또한 일품입니다.
    내려 놓는다는게 쉽지 안죠.
    마음을 비워야하는데 말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atomz77 2013.05.21 0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쨍하는 햇살과 더불어 하루가 시작된 날 입니다/장교수님이 찾아주시니 참 날도 좋네요/감사합니다/조만간 좋은 산에서 또 뵙길 기대합니다/

귀한 분들의 도움으로 귀한 '흰각시붓꽃'을 만났습니다. 중국 삼국지에 전하길 "마씨 성을 가진  5형제가 있었으니, 그들 모두 재주가 범상치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눈썹이 흰 마량(馬良)이  최고였다. 그런데 마량의 눈썹이 흰데서 흔히 최고를 지칭할 때 백미(白眉)란 말을 쓰게 되었다"지요. 하나 더 마량의 동생이 바로 마속(馬謖)으로 제갈양이 훗날  패전의 책임을 물어 눈물을 흘리며 아끼는 부하를 참했다는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당사자로 역사에 기록됩니다. 폐일언하고 흰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다른 대우를 받곤 하는데 야생화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누구나 흰얼레지 흰동강할미꽃 흰동자꽃 흰앵초 등을 만나면 큰 행운을 만난 듯 감격합니다.

흰각시붓꽃을 처음 만났을 때 저 또한 그랬습니다.신기하고, 반갑고...또 있을까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날 본 건 사진에 담은 게 유일했습니다. '잘 보존되어야 할텐데...'라는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헌데 사진이 영 신통 않습니다. 보기엔 '백미'였는데 귀하고 멋진 이미지를  전달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요즘 한창 피는 원조 각시붓꽃과 금붓꽃을 덤으로 올려봅니다. '붓꽃 3종세트'입니다.

Posted by atom7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테리우스원 2013.05.13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아주 귀한 흰각시붓꽃을 만나셨군요
    감축드립니다 아주 멋진 작품으로 탄생되었군요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아예 이름 자체가 애기풀입니다. 앞서 소개한 애기송이풀이니 애기나리,애기똥풀,애기수영,애기현호색처럼 접두어로 붙은 '애기'가 아니라, 꽃이름 전체가 애기풀이니, 그 얼마나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이미지의 꽃일런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그런데 애기풀의 꽃 또한 가만 들여다보니 촘촘한 꽃술을 자랑하는 꽃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꽃받침 2개가 펼쳐져 있는 게 마치 새나 나비가 훨훨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줄기와 잎 등 전초가 10cm 정도, 꽃은 1cm 안팎에 불과하니 작아도 정말 작은 들꽃입니다.

요즘 한창 꽃이 피는데 사진 속 꽃은 아직 덜 만개한 상태입니다. 아마 지금쯤은 꽃술이 좀 더 길게 자라고 갈래갈래 갈라져 실타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 잎을 약초로 쓰며 과자금(瓜子金),또는 영신초(靈神草)라 부른답니다. 

Posted by atom7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초록버드나무 2013.05.10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헛꽃인 듯 꽃받침 색이 곱네요 며칠 전 보라매공원에 갔더니 호수 둘레에 분단나무꽃이 줄지어 피어 있더군요 언뜻 백당나무꽃인줄 알았어요 헛꽃 얘기하다보니 생각나네요 .....구례 화엄사의 기품이 철철 넘치던 홍매, 보라매 입구의 영산홍......빼어나게 이쁘더군요 ......올려주신 끛 보며 이 생각 저 생각....바람 좋은 밤입니다

  2. 테리우스원 2013.05.13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한 것에 풍성함까지
    대단한 개체에 마음까지 흐뭇해져 옵니다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애기풀의 진수를 감상합니다!!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