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도록 물 맑은 강원도. 

하늘에서 별이 우루루 쏟아져 물가에 내려 앉은 듯 피는 물매화.

그 물매화를 바라보는데, 

물매화 앉은 바위를 휘돌아 가는 청정한 맑은 물이 더 진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의 자갈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고하던가요,

그래서 피라미 한 마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계곡이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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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6.11.01 08: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까치가 짹 짹거리다 가네요 텃새라는데
    유독 찬서리가 내린 아침에사 들리는 건 왤까요
    까치소리에 또다시 데자뷰, 어릴 적 그 언젠가.......
    그늘이 내려앉은 암청색의 물빛이 사무치게 합니다
    늦은 가을 아침입니다









역시 추암입니다.

해국은 추임이라는 말이 빈발이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지나갔을 즈음인 10월 18일 뒤늦게 

그저 이삭줍기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렀습니다.,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날씨에 시간도 날이 저물 즈음인 오후 5시에 가까워지는데....

그런데 현장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해국은 흐드러질 듯 만개해 늦장 부린 손님을 반갑게 맞습니다.

가끔은 게으름을 피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 발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한 발 늦은 삶에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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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주사암을 오르내리는 아슬아슬한 갈지자 운행을 마치고 평지로 나서려는 순간,

노란색 '들국화' 한 무더기가 손을 내밀고 길을 막아섭니다.

'또 산국인가?', 

하며 그냥 지나치려는데

'아니, 감국'하며 되받아칩니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고은의 '그 꽃')"


아하~그렇습니다.

어쩐지 운전하는 중에도 멀리서 한눈에 들어오더라니....

'마침 잘 되었다, 모처럼 한가하게 산국과의 차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싶어 차를 세웠습니다.

맨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

꽃 크기에서부터 크게 차이가 납니다.

감국 꽃은 딱 500원짜리 동전만 합니다.

잎은 산국이 오히려 더 크고, 더 깊게 갈라집니다.

색은 감국 잎은 더 짙고 두꺼운 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보는 일은 경험으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올라가는 행보가 더 여유롭고, 눈의 각도가 주변을 세세하게 살피기에 더 낫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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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자 예서 제서 산국 향이 진동합니다.

강원도 산골짝에도, 경주의 높은 산 암자에도 폐부를 찌르는 

강렬한 가을 향이 진동을 합니다.

경주 건천 오봉산 정상에 자리한 주사암 곳곳에 뿌리를 내린 산국은

오래된 절집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야생화의 격을 결코 잃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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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가을의 유혹, 둥근잎꿩의비름!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17>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 Hylotelephium ussuriense (Kom.) H. Ohba.

간밤 천둥·번개가 내리쳤어도 다음 날 아침 찾아가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듯, 꽃들은 환하게 피어납니다. 세상이 제아무리 요동쳐도 봄은 가고 여름이 오듯,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 없어도 꽃은 피고 낙엽은 집니다. 그렇지만 무심하게 피어나는 꽃들이 결코 야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갖 천재지변과 이상 기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철과 때를 잊지 않고 주어진 의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꽃들에서 자연의 엄정함을 배웁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은 적 없는 듯, 커다란 바위 위에 이끼가 두껍게 깔려있고 맑은 물이 바위를 감도는 깊은 계곡에 둥근잎꿩의비름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지난여름 너나 할 것 없이 불볕더위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영남 지역은 섭씨 40도를 넘는 도시가 있을 만큼 유별나게 더웠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지진과 태풍이라는 유례없는 기상재해로 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위와 지진, 태풍이라는 3대 기상재해에도 불구하고 유독 영남 지역의 산과 계곡에서만 자라는 가을 야생화가 그야말로 무심히 피어나,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 숲을 배경으로 둥근잎꿩의비름의 홍자색 꽃송이가 하늘에 매달려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다.

바로 둥근잎꿩의비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꽃입니다. 마주 보는 잎이 달걀이나 타원처럼 둥글어서 ‘둥근잎’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꿩의비름 속 식물의 하나입니다. 꿩의비름 속 식물은 세계적으로 33종, 우리나라에는 둥근잎꿩의비름을 비롯해 꿩의비름, 키큰꿩의비름, 큰꿩의비름, 자주꿩의비름, 세잎꿩의비름, 섬꿩의비름, 새끼꿩의비름 등 모두 8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꽃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늘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래도 꿩의비름 속 중 최고는 둥근잎꿩의비름이라고 나도 모르게 실토합니다. 자생지가 우리나라에서도 주왕산과 팔각산 등 경북 청송과 영덕 일대 계곡에 국한돼 있어 한동안 한국의 고유종, 특산식물로 분류됐지만 최근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 두만강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위틈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리고 30cm 안팎의 줄기를 여러 가닥 늘어뜨린 둥근잎꿩의비름. 마주 보기로 난 원형의 잎이 홍자색 꽃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위나, 산비탈 자잘밭의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30cm 안팎의 줄기를 여러 가닥 늘어뜨리는데, 줄기마다 둥근 잎이 많으면 10장도 넘게 마주 보고 달립니다. 물기가 거의 없는 바위 절벽에 붙어사는 식물들이 거개 그렇듯 둥근잎꿩의비름 역시 전초가 다육질인데, 둥글고 도톰한 녹색의 잎이 햇살이라도 받으면 투명한 연두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게 꽃 못지않게 매혹적입니다. 식물 정명의 앞머리에 ‘둥근잎’이 붙은 게 공연한 일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9월에서 10월 사이 줄기 끝에 우산 형태로 홍자색 꽃이 빽빽하게 달리는데, 절벽 아래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환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시시각각 해가 드는 방향이 바뀌는 깊은 계곡은 어느 순간 연두색이었다가 금방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며 둥근잎꿩의비름의 멋진 배경이 된다.

 해서 깊어가는 가을, 통곡하고 싶은 가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불면의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청송으로 가서 ‘거부할 수 없는 가을의 유혹’, 둥근잎꿩의비름의 붉은 색 꽃을 만나보라고 권합니다.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린 요즘에도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 왕복 2차선 지방도 등을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가을날 집채만 한 바위 위에, 칼날처럼 날카롭게 갈라진 바위 틈새에 마치 접착제로 붙여 놓은 듯 붙어사는 둥근잎꿩의비름.

하지만 구불구불한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과수원, 과수원마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사과 향을 맡아보고, 또 주왕산 천길 바위 절벽 곳곳에서 진홍색으로 피어나는 둥근잎꿩의비름과 눈 맞춤하는 사이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평온이 찾아오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야생화 한 송이가 마음의 가난을 구제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의 힘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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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이문 2017.07.21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생화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둥근잎 뀡의 비름이 이렇게 이쁜지 첨 알았네요. ^^
    얼마전 솔나리 보러 주왕산에 갔었는데,이제 이 꽃 보러 가야겠네요.
    어느 코스로 가면 (둥근잎꿩의 비름 많이 분포된)볼수 있을까요? 꽃이피는정확한 시기도요.
    팁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글에서 야생화 사랑이 넘치시네요.행복하게 머물다 갑니다. ^^*





구절초와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가 이른바 '가을 야생화의 대명사' 들국화의 주역인양 앞다퉈 피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스러지자,

전국 산에서 흔하게 피는 개미취가 '나도 있다'고 외치는 듯

꽃보다 더 화사하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한 인적이 드문 깊은 골짜기,

누구도 한번 밟지 않은듯한 이끼 낀 바위 틈새로 흐르는 청량한 맑은 물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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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6.10.20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주긴다
    강원도의 인적 드문 깊은 골짜기.......
    제가 딱 가고 싶은 곳이네요 ^^






산에서 구절초가 가을을 부른다면 대부분의 바닷가에선 대부분 해국이 구절초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대부분이라고 토를 단 것은 소매물도 등 남해 일부 섬 지역의 경우 남구절초라 불리는 구절초가 엄연히 가을 바다의 주인공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어쨌듯 해국이 구절초를 대신하듯해변에선 쑥부쟁이나 개쑥부쟁이가 아닌 갯쑥부쟁이가 해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철 지난 바닷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흔히 들국화라는 통칭에도 불구하고정작 들국화라는 정명의 야생화는 없습니다구절초를 필두로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등의 국화과 식물이 들국화에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자와는 절교라고 어느 시인의 호기 있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이 그들을 세세하게 구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꽃이 희거나 분홍색이면 구절초, 보라색이면 쑥부쟁이거나 개미취, 벌개미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데 쑥부쟁이도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등으로 나뉘는데, 꽃받침을 받쳐주는 총포가 단정하면 쑥부쟁이, 봉두난발 한 것처럼 갈래갈래 갈라지면 개쑥부쟁이, 바닷가에서 자라며 잎이 두툼하고 털이 나 있으면 갯쑥부쟁이라고 구분하면 되지만 이런 감별이 쉬운 일은 아니니 그저 들국화라고 즐긴다 한들 무슨 문제가 될까 싶기는 합니다.

어찌 됐건 동해가 보이는 곳에서 거센 파도를 지켜보는 갯쑥부쟁이가 해국 못지않게 늠름해 따로 한 컷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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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구절초라도 저 홀로는 가을을 부를 수도, 

보낼 수도 없는 일.

그래서인가 구절초 곁에는 쑥부쟁이, 

(아마 정확하게 족보를 따지자면 개쑥부쟁이가 대다수이겠지만) 쑥부쟁이가 

그 짙푸른 가을을 부르고 보내는 일에 힘을 보탭니다.

그런데 가끔은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등 이른바 쑥부쟁이가 

구절초보다 더 주인공다울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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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목원 2016.10.17 2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장님, 잘 계시지요?
    서로가 멀리 있으니 얼굴 뵙기도 힘드네요
    저 또한 무심한 사람입니다
    올해도 구절초, 쑥부쟁이까지 피었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春陽에 새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지가 넓어 이런 저런 꽃들이 많이 피어납니다
    남도 길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_( )_

    • atom77 2016.10.18 0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반갑습니다/ 이렇게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집 짓는 게 보통 큰일이 아니라는데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지요/ 사모님도 안녕하시지요? 집구경도 할 겸 기회 닿으면 인사드리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가을이 깊어갑니다.

그런데 구절초 쑥부쟁이 한 송이 없이 가을을 맞고 보낼 수는 없는 법.

일부러 높은 산 찾아가서 만나야 하나 고민하는데,

마침 가는잎향유 피는 바로 곁에 구절초 개쑥부쟁이가 함께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이대로 몇 해만 더 피고 지고 한다면 그 세력이 제법 장할 듯합니다.

가는잎향유 때문이 아니라, 구절초 개쑥부쟁이 보러 일부러 찾을 성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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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난의 극치미를 보여주는, 백두산 애기풍선난초

<브라보마이 라이프 2016년 7월호 bravo@etoday.co.kr>



난초과 풍선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alypso bulbosa (L.) Oakes var. bulbosa


높이 2,750m이며, 북위 42도에 위치한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보고’ 백두산. 지난 6월 중순 일주일간 그곳으로 꽃 탐사를 다녀왔습니다. 5월말이 되어야 봄이 시작되고 한여름에도 여기저기에 만년설이 남아 있다는 백두산은 말 그대로였습니다. 6월 중순에도 산정은 물론 드넓은 고원 곳곳에 얼음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수시로 내리는 비는 얼음물처럼 차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쯤에서 문제 하나 냅니다.

문) 막 눈이 녹는 6월 백두산 깊은 숲에서도 야생난초가 꽃을 피운다?

답) ➀ 맞다 ➁ 틀리다

우문(愚問)에 잠시라도 헷갈렸다면 그 또한 이유 있는 혼동일 수 있습니다. 난초가 대개는 따듯한 온대나 아열대 지역에 서식한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내에서도 한란과 금자란, 탐라난 등 희귀종을 비롯해 전국 112종의 야생난초 가운데 72%인 81종이 따듯한 남쪽나라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기풍선난초, 난초과 풍선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alypso bulbosa (L.) Oakes var. bulbosa.(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원본보기
▲애기풍선난초, 난초과 풍선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alypso bulbosa (L.) Oakes var. bulbosa.(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하지만 위 문제에 대한 답은 < ① 맞다 >입니다. 야생난초에 차걸이란, 금새우난초, 섬사철란 등과 같이 제주도 등 남부 지역에 자생하는 남방계 난초가 있지만, 털복주머니란과 구름병아리난초, 손바닥난초처럼 설악산은 물론 백두산 등 고위도 · 고산 지역에 사는 북방계 난초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는 야생난초를, 야생난초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애기풍선난초를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백두산 지하삼림(地下森林)에서 딱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습니다. 백두산에 자생한다고 익히 알았고, 개화 시기를 맞춰 가면 만날 수도 있다지만 과연 대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백두산을 가본 이는 알지만, 폭우나 안개 등 악천후가 찾아오면 수시로 입산이 통제되고, 또 정해진 통로를 벗어나기 어려워 설사 눈에 보이더라도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에 담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순판(脣瓣)이라고 부르는 입술꽃잎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고 해서 애기풍선난초라고 불리는 이 야생난초는 6~15cm의 꽃줄기를 포함해 전초가 20c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작습니다. 이번에 지하삼림 안의 50m 이내 숲에서 각각 한 송이씩 모두 세 송이를 보았는데, 두 송이는 꽃색이 뚜렷한 연분홍색이었지만 한 송이는 흰색에 가까웠습니다. 각각의 애기풍선난초에는 제각각 짙은 녹색의 타원형 잎이 한 장씩 달려 있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순판 위에 3개의 등꽃받침과 2개의 곁꽃잎이 비슷한 형태의 분홍색 긴 가닥(사진)을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속명 Calypso는 그리스어로 ‘은둔’을 뜻하는데, 어두컴컴한 침엽수림에 자생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풍선난초속에는 4개 변종이 있는데, 그중 일본에 자생하는 것은 풍선난초(Calypso bulbosa var. speciosa)로 러시아와 몽골, 중국, 우리나라 백두산과 자강도 갑산에 자생하는 애기풍선난초와 구분됩니다. 일본 알프스산 해발 700m 이상 산지의 그늘지고 이끼 많은 곳에 자생하는 일본명 ‘호테이란(ホテイラン 布袋蘭)’이라는 풍선난초는 순판 아래까지 길게 튀어나온 2개의 꿀샘(거)으로 애기풍선난초와 구별된다고 합니다.

▲애기풍선난초, 난초과 풍선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alypso bulbosa (L.) Oakes var. bulbosa.(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원본보기
▲애기풍선난초, 난초과 풍선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alypso bulbosa (L.) Oakes var. bulbosa.(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Where is it?

해발 2,670m 천문봉으로 오르는 백두산 북파 코스의 시작점에 있는 지하삼림. 땅 밑으로 깊게 파인 원시림이란 뜻의 이곳엔 길이 2.5km에 이르는 원시림이 펼쳐져 대낮에도 동굴에 들어간 듯 어두컴컴하다. 숲 곳곳에 소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가 쭉쭉 뻗었고, 그 아래 무성하게 자란 이끼 방석 위에 애기풍선난초가 일면 곱디고운, 일면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브라보마이 라이프 2016년 7월호 brav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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