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꽃>

<암꽃>

<열매>

<암꽃과 열매>

상산.

운향과의 낙엽 활엽 관목.

코끝을 스치는 향기에 사고무친 한 낯선 땅에서 오랜 고향 동무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 강렬하면서도 서늘한 향을 맡는 순간

몇 해 전 봄 제주의 곶자왈 숲에서 처음 대면한 뒤 잊지 못할 향이라고 소개했던

상산이 다시 곁에 찾아왔음을 알고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이번에 전남 구례에서 만난 상산은 고맙게도 제주에서 보지 못했던 암꽃과 열매까지

곁에 대동하고 나타났습니다.     

4~5월 피는 꽃은 암수딴그루.

사진에서 보듯 수꽃은 총상꽃차례로,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데 반해

암꽃은 꽃대 하나에 하나의 꽃만 달립니다.

암술머리는 4개로 갈라지는데,

그 결과 갈색 삭과인 열매도 4개로 갈라집니다.

향이란 철저하게 기호이기에 사람마다 선호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온몸을 휘감는 듯 강렬하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상산의 향' 역시

좋다는 사람이 있지만, 거북하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독특한 향기의 원천은 주로 이파리인데,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잎과 줄기를 삶은 물로 가축을 닦아 주면 각종 해충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고,

삶은 물은 재래식 화장실에 사용하면 벌레를 죽일 수 있다.

뿌리는 약재로 사용한다." 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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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바람꽃.

바람꽃은 물론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순백의 바람꽃'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바람꽃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갈수록 핑크빛 색감이 선정적인 남바람꽃을 닮아가는 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들바람꽃도 바람이 드나 봅니다.

사진으로 보니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래서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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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싱싱한 꽃송이,

파릇한 이파리,

운수 좋은 날이었습니다.

2020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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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봄 '숲의 여왕' 얼레지가 화려하게 돌아왔습니다.

'바람난 여인' 얼레지가 경기·강원 깊은 산에도 피기 시작합니다.

졸졸 계곡물이 맑게 흐르는 골짜기 한쪽에서 하나둘 꽃잎을 뒤로 젖히며 지나는 이를 유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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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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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자다가 봉창'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반갑게 만났으니 예쁘게 올립니다.

원래 이 정도의 속도로 따라가면 괜찮았는데,

갈수록 꽃이 빨리 피는 건지

아니면 서둘러 찾는 이가 많으니 그 발걸음에 맞춰 꽃잎을 여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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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의 설악산.

제아무리 봄이 빨리 왔다 해도

설악산은 설악산이라는 듯

머리에 흰 눈을 가득 이고 선 설악산의 늠름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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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바람꽃.

봄 '숲의 건달'이라고 불렀던 들바람꽃.

사월 초하루,

한창 만개해야 할 꽃들이 서둘러 피고 지고 한다기에

대체 어떤 상태일까 둘러보았습니다.

아직도 볼만했습니다.

불량기가 있다는 건, 

또 다른 측면에선 그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소탈함을 지녔다는 뜻일까요.

얼레지, 꿩의바람꽃 등 다른 봄꽃, 그리고 심지어 벌과도 

어깨동무하며 사이좋게 지냅니다.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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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미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뉴스 말미,

'밤사이 강원 산간에 눈이 오는 곳도 있겠다.'는 일기 예보에

'잘하면 낼 설중화 보겠네.'라고 말하곤 

스스로도 잊을 만큼 가능성 거의 제로의 상황.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산에 드니 

금세 스러질 듯한 눈이 정말 아주 가볍게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 입안의 아이스크림 사라지듯 

순식간에 녹았지만 

아주 잠깐 설중 모데미풀을 만났습니다.

2020년 4월 2일에.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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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피는, 너도바람꽃!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20-03-20>

@김인철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Eranthis stellata.

대동강이 풀리고 개구리가 뛰쳐나온다는 우수(雨水)·경칩(驚蟄)은 물론이고,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20일)까지 지났으나 몸과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2020년 3월 하순입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여파로 너나없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고단한 데다, 겨우내 따듯했던 날씨마저 뒤늦게 툭하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탓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옛말을 새삼 실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익히 알려졌듯 중국 전한 시대 황제의 후궁이었으나 화친 정책에 따라 흉노의 우두머리에게 시집가야 했던 왕소군(王昭君)의 불운을 먼 후대의 시인이 대신 탄식한 ‘소군원(昭君怨)’이란 시의 한 대목입니다. 즉 700년도 훌쩍 지난 당나라 때의 시인 동방규(東方虯)는 수도 장안을 떠나 낯선 북방으로 가야 했던 중국 4대 미인의 하나인 왕소군의 비통한 심경을 “오랑캐 땅에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이 아니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는 말로 위로했습니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너도바람꽃. 얼음장을 뚫고 눈구덩이에 선 모습이 장하기 그지없다.@김인철

꽃도 풀도 없어 봄 같지 않다고 한 때가 현대의 역법으로 정확히 언제였는지 알 수 없으나, 많은 이들이 봄이 시작되는 3월에 불사춘(不似春)의 고사를 들먹이곤 합니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 있는 3월, 봄인 듯싶지만, 겨울이 채 물러나지 않고 까탈을 부리는 간절기.

동방규는 그때 오랑캐 땅에 꽃도 풀도 없다고 했지만, 동토의 북방이든 열사의 사막이든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 그 어디에나 생명은 살아 숨 쉬고 풀은 돋아나고 꽃은 피어납니다. 우리 땅 삼천리 강토는 더욱 더 비옥해 복수초, 변산바람꽃, 현호색, 노루귀, 앉은부채, 개불알풀, 산자고, 할미꽃, 꽃다지, 냉이, 제비꽃, 중의무릇 등 금방 열 손가락을 넘는 수의 풀꽃들이 언 땅을 헤집고 기지개를 켭니다. 산수유, 매화, 생강나무, 개나리, 진달래 등 나무에도 가지마다 꽃눈이 트기 시작합니다.

3월 말에서 4월 초 때늦은 서설이 내려 사방에 눈 세상으로 바뀌면 너도바람꽃은 환상적인 ‘설중화(雪中花)’의 주인공이 된다.@김인철
@김인철

그런데 하 많은 봄꽃 가운데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피는 최고의 꽃을 꼽으라면, 단연 너도바람꽃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월 초 얼음투성이 산 계곡에 봄바람이 불면 순식간에 얼음장 같은 땅을 헤집고 나와 순백의 꽃을 피우는 너도바람꽃.

여전히 겨울 외투로 온몸을 감싸고 산골짝에 들어선 사람들은 키 15cm 안팎의 가냘픈 몸매에 지름 2cm 정도의 흰색 꽃을 달고 선 너도바람꽃을 보며 자연의 신비를, 생명에 대한 외경을 체감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강렬한 봄 햇살을 받은 수십, 수백 송이의 너도바람꽃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활짝 핀 광경을 보며 찬란한 봄날의 환희에 빠져들곤 합니다. 그러다 4월 초 때늦은 춘설이 내려 온 천지가 눈에 뒤덮인 계곡에서 역시 눈을 뒤집어쓴 너도바람꽃이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오뚝 선 멋진 ‘설중화(雪中花)’를 보며 온갖 곤경을 이겨낸 작은 거인을 본 듯한 감동을 하곤 합니다.

언 땅을 비집고 막 올라온 너도바람꽃. 한두 송이에 불과하지만, 생명의 외경을 느끼게 한다.@김인철
@김인철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그 어느 순간이든 자연의 주인공이 되는 너도바람꽃. 복수초와 변산바람꽃과 함께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피는 ‘봄의 전령’으로 꼽히는데, 너도바람꽃의 학명 앞머리인 에란티스(Eranthis)가 본래 라틴어 봄(er)과 꽃(anthos)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콩나물 줄기처럼 생긴 꽃대 끝에 흰색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데, 키는 다 자라야 10~20cm에 불과합니다. 꽃 구조는 통상적인 꽃과는 다소 다릅니다. 즉 일견 꽃잎처럼 보이는 5~9장의 흰색 둥근 잎이 실제로는 꽃받침입니다. 꽃받침 바로 안에 원을 그리듯 빙 둘러 난 막대기 같은 것이 꽃잎입니다. 길쭉한 꽃잎은 10개 안팎으로 비교적 여럿인데 2개로 갈라진 끝에 주황색의 꿀샘이 있습니다. 꽃잎 안에 다시 다수의 우윳빛 수술과, 연한 자주색 꽃밥을 단 암술 2~3개가 촘촘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개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이 달리는데, 두 개의 꽃이 동시에 달리 ‘쌍둥이’ 너도바람꽃도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하는데, 주로 습기가 많은 산 계곡에서 자생합니다.

@김인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만개한 너도바람꽃, 화사한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하다.@김인철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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