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을 알리는 변산바람꽃!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9.02.14>

여기저기서 화신(花信)이 들려옵니다. 제주에선 이미 1월에 매화가 피고, 수선화가 피고, 백서향이 순백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남녘의 유명 사찰과 섬진강변에서도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봄꽃의 대명사인 복수초가 이 골짝 저 골짝에서 황금색 꽃잎을 열어젖히고 있다고 합니다. 입춘(立春)이 지난 지 어느덧 열흘 가까이 지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절차겠지만, 서울 등 중부지방은 여전히 한파 속에 있으니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전해오는 화신에 안달이 난다면 “여기는 아직 멀었는데…”라며 한탄할 게 아니라 ‘김인철의 들꽃여행’을 따라 길을 나서면 됩니다. 다만 무턱대고 나선다고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디서 어떤 꽃이 피는지를 알고 떠나야 허탕 치지 않습니다. 2019년 2월 찾아 나서는 첫 봄꽃은 바로 변산바람꽃입니다.

‘여수 밤바다’의 끄트머리 금오산 자락에 핀 변산바람꽃. 아직 겨울이 한창인 2월 초순부터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는 자생지로 유명하다. 꽃은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의 둥근 꽃받침 잎, 깔때기 모양의 녹황색 꽃잎, 반짝이는 청보라색 수술과 연두색 암술로 이뤄졌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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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처럼 둥근 변산바람꽃이 분명 2월 초순부터 피긴 피는데, 그곳이 경기·강원 등 중부지역은 아닙니다. 눈과 얼음투성이인 산과 계곡에서 꽃이 필 리 없다는 통념을 뛰어넘을 순 없고, 멀리 남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울산입니다. 동쪽 바다에서 2km 남짓 떨어진 북구 어물동의 야트막한 산기슭이 국내에서 ‘상냥하고 복스러운 울산 큰애기’를 닮은 변산바람꽃이 가장 먼저 피는 자생지의 하나입니다. 올해도 이미 2월 8일 어물동 황토전부락 야산에서 ‘봄의 전령사’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여러 뉴스미디어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초기 개화지인 울산 북구 어물동 야산에 핀 변산바람꽃. 역시 2월에 꽃이 피는데 올해도 2월 8일 꽃 핀 사진이 여러 뉴스미디어에 보도됐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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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오산 역시 변산바람꽃이 일찍 개화하기로 널리 알려진 자생지입니다. 국내 4대 해수 관음도량의 하나인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 남해를 품에 안을 듯 굽어보는 돌산 기슭이 해마다 2~3월 변산바람꽃이 바닥을 덮을 듯 하얗게 군락을 지어 피는 명소로서 야생화 애호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습니다.

겨울이 채 물러나기 전 피기에, 종종 눈을 뒤집어쓴 ‘설중(雪中) 변산바람꽃’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한다. 위는 경기도 안양에서, 아래는 경북 경주에서 지난해 3월 각각 담았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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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 내변산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한국 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 학계에 알려진 변산바람꽃. 학명에 첫 발견지인 변산(byunsanensis)이 속명으로 들어갔고, 선 교수도 발견자로 그 이름(B.Y.Sun)이 표기됐습니다. 그런데 최초 발견지가 변산일 뿐, 이후 바다 건너 제주는 물론 전남 여수와 고흥, 경남 고성, 울산에서부터 북으로 경기 연천과 강원 설악산까지 자생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라는 초기의 발표와 달리 일본에도 같은 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고 가냘프지만, 당당한 모습의 변산바람꽃. 앞에서 보면 흰색의 꽃이지만, 뒤에서 보면 연한 홍색이 도는 게 여간 깜찍하지 않다. ⓒ김인철
ⓒ김인철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을 포함한 전체 길이는 10~30cm 정도. 줄기의 굵기도 콩나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가냘픕니다. 꽃대마다 달덩이처럼 희고 둥그런 꽃이 한 송이씩 달립니다. 지역에 따라 이르면 2월부터 늦게는 4월까지 북풍한설이 주춤하는 사이 잠깐 피었다가 이름대로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5~7장의 둥근 잎이 사실은 꽃받침 잎입니다. 깔때기 모양의 자잘한 녹황색 꽃잎(4~11개)을 대신해 수분을 도와줄 벌·나비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3월 경기도 연천 지장산에서 만난 변산바람꽃. 남으로 바다 건너 제주에서부터, 북으로 접경지역까지 폭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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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이면 여수와 울산, 그리고 부안군 상서면 청림마을 등 처음 표본이 채집됐다는 내변산 일대에서 피기 시작하는 변산바람꽃은 3월 봄이 무르익어 가면서 충남 보령의 배재산과 가야산, 경기도 안양의 수리산 등지로 북상합니다. 특히 가평 명지산과 연천의 지장산 등 봄이 더디 오는 경기·강원 북부 산과 계곡에서는 남녘보다 한 달 이상 늦게까지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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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눈이 빚는 신비의 꽃, ‘설중화(雪中花)’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9.01.15>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던가요. ‘꿈은 이루어진다’고도 합니다. 삶의 지혜, 내지는 교훈을 담은 이런 경구가 야생화 세계에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할까. 눈 속에서 피는 꽃 ‘설중화(雪中花)’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한 때문인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가끔 기적처럼 일어나곤 합니다. 흰 눈이 가득 쌓인 계곡에서 복수초가 노란색 꽃잎을 활짝 여는가 하면, 너도바람꽃이 꽝꽝 언 빙판 사이로 가냘픈 꽃대를 밀어 올려 하얀 꽃을 피웁니다. 일정한 온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야만 꽃을 피우는 식물의 특성상 얼음이 얼고 눈이 쌓여 기온이 낮으면 꽃잎이 벌어지는 일이 있을 수 없지만, 현실에선 간간이 그런 일이 일어나고 일부 애호가들은 그런 진기한 광경을 사진에 담는 행운에 환호작약합니다.

낙엽 활엽 반기생 관목인 꼬리겨우살이의 샛노란 열매와 휘날리는 눈발이 꽃보다 멋진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학명은 Loranthus tanakae Franch. & Sav.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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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의 초입이었던 2018년 12월 초순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게 익어가는 꼬리겨우살이의 영롱한 열매를 보기 위해 강원도 영월의 한 산을 찾았습니다. 상록수인 다른 겨우살이와 달리 낙엽 활엽 관목인 꼬리겨우살이는 겨울이면 잎이 지고 샛노란 열매만 주렁주렁 달리는데, 태백산과 소백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포장 임도에 밤새 내린 눈이 언 채 쌓여 있습니다. 어쩔까 주저하는데, 동행한 꽃 동무가 서슴지 않고 앞장섭니다. 이왕 나선 길, 차 운행을 포기하고 걸어가자는 거지요. 한 시간여쯤 오르니 이번엔 눈이 내립니다. 날은 차고 사위는 막막한데, 그런 겨울의 악천후가 꽃보다 더 예쁜 ‘설중화’를 선사합니다. 눈발은 거칠게 휘날리고 꼬리겨우살이의 열매는 파스텔 톤의 노란색 수를 놓는, 멋진 수묵담채화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흰 눈을 뒤집어쓴 채 환상적인 ‘설중화(雪中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처녀치마. 학명은 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Tamura ⓒ김인철
ⓒ김인철

2018년 4월 초. 봄의 시작인 3월도 지나 봄기운이 완연하니 가뜩이나 이상고온으로 천방지축 두서없이 피어나던 봄꽃들이 저마다 꽃잎을 활짝 열고 화사한 봄날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그런 시기에 때늦은 폭설이 내리자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에 많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만개한 모데미풀과 처녀치마가 흰 눈에 갇혀서 그려내는 설중화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눈 폭탄에 온몸에 멍이 들었을 봄꽃들의 아픔을 안타까워하기는커녕 난데없는 횡재에 마냥 즐거워했던 철부지 행동이, 이제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기온 탓에 ‘얼음꽃’이 되어 버린 한계령풀. 학명은 Leontice microrhyncha S.Moore ⓒ김인철
ⓒ김인철

그보다 며칠 전에는 강원도 태백산에서 설중화 수준을 지나, 아예 ‘얼음꽃(빙화·氷花)’이 된 한계령풀을 보았습니다. 한계령풀의 꽃과 잎을 감쌌던 새벽이슬은 물론 주변 나뭇가지에 내린 서리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기온 탓에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숲 전체가 동토의 왕국처럼 하얗게 변해버린 진기한 광경을 경험했습니다.

겨울에서 봄까지 긴 기간 피면서 설중화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는 복수초.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김인철
ⓒ김인철

설중화를 쫓다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짚신장사와 우산장사를 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창과 방패의 모순도 생각나지요. 늘 눈 속에 꽃이 활짝 핀 환상적인 장면을 찾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언제나 비슷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눈이 쏟아졌으니 꽃들은 당연히 눈 속에 파묻혀 흔적조차 찾기 쉽지 않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찾는다 해도 눈이 내릴 만큼 기온이 차니 꽃잎을 제대로 연 꽃을 만나기가 어렵지요. 다행히 해가 나고 꽃봉오리가 눈 위로 올라와 벌어지려고 하면, 이번엔 눈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결국 그럴듯한 설중화는, 꽃잎은 열렸으되 눈은 채 녹지 않은 찰나의 순간에 포착되는, 그런 자연의 선물입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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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지키는 등대 같은 꽃, 둥근바위솔!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12.11>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Orostachys malacophylla (Pall.) Fisch.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중에서

[논객닷컴=김인철] 매서운 바람이 드디어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합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때에 ‘꽃 타령이 웬 말이냐’고 하겠지만 야생화 동호인 사이트를 접속하면 의외로 많은 꽃 사진이 오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털머위, 산국, 감국, 해국, 개망초, 개쑥부쟁이, 바위솔, 진주바위솔, 둥근바위솔, 들개미자리, 솔잎난, 미역취 등 늦둥이 가을꽃들과, 호자덩굴, 배풍등, 이나무, 겨우살이, 노박덩굴, 자금우 등의 열매, 그리고 이미 지상에선 사라진 봄여름 야생화들의 추억을 담은 사진 등등.

부산 동백섬 바위 절벽에서 하얀색 꽃송이를 탐스럽게 피워 올린 둥근바위솔.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뒤에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들을 향해 ‘탐욕과 허영의 바벨탑을 쌓지 말라.’는 자연의 소리를 전하는 듯싶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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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많은 꽃 가운데 이번에 ‘12월의 야생화’로 꼽은 것은 바로 둥근바위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숱하게 많은 꽃이 피고, 또 그들이 한결같이 예쁘고 화려하지만, 그 어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그저 화중지병(畵中之餠)처럼 허망한 꽃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량한 겨울 바다를 지키는 등대처럼 오뚝 선 둥근바위솔은 보는 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초겨울의 대표 야생화로 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짙푸른 동해를 품에 안을 듯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바위 위에 자리 잡은 둥근바위솔. 바다의 수호신인 양 고성에서부터 거제에 이르기까지 동·남 해안가에 폭넓게 자생한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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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산 동백섬 해안가 아슬아슬한 바위 절벽에 핀 둥근바위솔에선 사상누각을 쌓으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자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바로 뒤 해운대에 들어서고 있는 초고층 빌딩들에 주눅 들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곧추세운 일군의 둥근바위솔이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러자 탐욕과 허영, 사치로 빚은 장밋빛 개발의 덧없음을 일깨우는 둥근바위솔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멀리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시작해 경남 거제도에 이르기까지 동, 남해안 일대 바닷가 곳곳에서 크고 작은 선박은 물론 세상 사람들에게 길 잃고 헤매지 말고 정도(正道)를 가라며 길라잡이 하는 둥근바위솔의 분주한 손놀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철 지난 바닷가의 숨은 보석’ 같은 둥근바위솔의 꽃차례. 촛대에 꽂힌 초 모양의 꽃차례에 흰색의 꽃잎과 홍자색 꽃밥, 그리고 붉게 익어가는 골돌(씨방)로 이뤄진 꽃송이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 9월부터 12월까지 핀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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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파도가 넘실대는 척박한 바닷가에서 12월 초순까지도 기운찬 생명력을 과시하는 둥근바위솔. 바위 겉에 뾰족한 이파리를 동그랗게 돌려내며 자라는 모습이 솔방울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바위솔의 한 종류입니다. 정선바위솔·연화바위솔·포천바위솔·가지바위솔·진주바위솔·난쟁이바위솔·좀바위솔 등 국내에 자생하는 여타 바위솔에 비해 이파리 끝이 둔하고 둥글어서 둥근바위솔이란 별도의 국명으로 불립니다.

강원도 고성 백도 해변에 핀 둥근바위솔. 푸른 바다와 모래밭은 물론 뒤편으로 설악산 등 굵직한 산줄기가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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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12월까지 촛대에 꽂힌 초처럼 생긴 꽃차례(花序)에 흰색 꽃이 다닥다닥 달리는데, 수술의 꽃밥이 유사 종인 정선바위솔은 노란색, 연화바위솔은 담황색인 데 반해 둥근바위솔은 자줏빛이 도는 적색으로 차이가 난다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식물체의 전체 키는 10~30cm 정도, 그중 꽃차례가 5~20cm를 차지한다.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지만, 한해를 살았든 두 해를 살았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곧 말라 죽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해살이도, 두해살이도 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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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노랑 단풍 속에 피는, 좀딱취!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11.13>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insliaea apiculata Sch.Bip. 

“아따, 찬바람 불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스산하기 짝이 없을 산골짝에 뭔 꽃이 핀다고 길을 나섭니까?”

십여 일 전인 지난 11월 초. 전국의 산과 계곡이 울긋불긋 물드는 시기 단풍 못지않게 화사하게 차려입은 행락객들과 달리, 이리저리 뒹굴어도 괜찮을 성싶은 작업복을 입고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아파트 승강기에 들어서자 이웃 주민이 아는 체를 합니다. 일전 시도 때도 없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길 나서는 모습을 궁금해하기에, “야생화 찾아다닌다”고 하자 그 후 만나면 으레 이런저런 꽃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이웃사촌의 말처럼 ‘뭔 꽃이 피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만추(晩秋)의 계절에 새로운 꽃이 피는 곳은 서울 인근은 아닙니다. 적어도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2시간 이상 남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부터 전남 장성의 백양산과 영광의 불갑산 등 남부지역, 그리고 멀게는 제주도 같은 해안지역까지 남으로 남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울긋불긋 물든 가을 숲에서 하얀 꽃을 피운 ‘작은 거인’ 좀딱취. 키도 몸집도 작고 왜소하지만 늦가을 숲의 주인인양 당당하다. ⓒ김인철
ⓒ김인철

이웃 주민의 걱정 섞인 관심 속에 찾은 안면도의 야트막한 숲. 오전 10시가 지났지만, 아직은 사방이 어두컴컴합니다. 저 멀리 동쪽 바다부터 비추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서쪽 끝인 안면도의 숲속에 파고들기까지는 좀 더 긴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대개의 야생화가 그렇듯 좀딱취 또한 꽃이나 잎 등 몸집이 작기 때문에 찬찬히 살피지 않으면 선뜻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어서, 발걸음을 조심하며 숲을 살핍니다. 한데, 바닥엔 한때 알록달록 물들었다가 지금은 빼빼 말라 떨어진 낙엽만 가득할 뿐….

처음 사위를 분별하지 못했던 눈이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자 숲속의 작은 풀들과 열매, 그리고 꽃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키 큰 나무들에 매달린 많은 이파리에 가려졌던 햇살이 여기저기 바닥으로 파고들자, 좀딱취의 하얀 꽃송이가 어둠 속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을 발합니다. 여기에 한 송이, 저기에 두 송이, 그리고 작은 골짜기 너머 이편저편 낮은 언덕에 제법 많은 개체의 좀딱취가 줄기마다 적게는 하나부터 많게는 대여섯 송이까지 꽃을 달고 섰습니다.

3개의 작은 꽃이 모여 하나처럼 보이는 좀딱취 꽃. 여러 개의 꽃이 모여 하나의 머리를 이루는 두상화(頭狀花)의 전형이다. 어떤 꽃에서는 연분홍 수술이, 또 다른 꽃에서는 머리가 둘로 갈라지는 흰색의 암술이 뾰족 튀어나온다. ⓒ김인철
ⓒ김인철

겨울에도 녹색 잎을 유지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인 좀딱취는 10월에서 11월까지 꽃을 피우지만, 추위에 약해 안면도 이남 따듯한 남부지방에서만 자생합니다. 키가 작게는 8cm에서 크면 30cm까지도 자라 아주 작은 편은 아니지만, 꽃과 줄기 등 전체 식물체의 크기가 왜소해 작다는 뜻의 ‘좀’ 자가 이름에 쓰인 듯합니다. ‘취’ 자가 든 것은 곰취, 참취 등과 마찬가지로 어린잎을 식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딱’ 자가 쓰인 이유는 잎이 딱지를 닮아서라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치 않습니다.

2014년 가을 중국 황산에서 만난 좀딱취. 해발 1,864m인 황산의 ‘가을 야생화’라 일컬을 만큼 개체 수가 많았다. 위도가 북위 30도로 제주도보다 3도나 낮지만 고도가 높아 좀딱취가 자생하는 제주도와 식생이 흡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인철
ⓒ김인철

영어 이름은 ‘작은’ 단풍취라는 뜻의 ‘Small maple-leaf ainsliaea’인데, 단풍취·가야단풍취와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단풍취속(屬) 3종의 하나가 바로 좀딱취라는 점에서 적절해 보입니다. 실제 흰색으로 피는 꽃 모양이 단풍취와 많이 닮았습니다. 다만 꽃 피는 시기가 단풍취는 여름이고, 전초나 꽃의 크기도 키다리와 난쟁이만큼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딱’ 자가 든 이유도, ‘딱취’란 식물도 존재를 알 수 없으니, 오히려 ‘좀단풍취’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원 줄기 밑에 딱지 형태로 빙 둘러 난 잎과 높이 30cm까지 곧게 뻗은 꽃대, 그리고 하나에서 최대 10여 개까지 흰색의 꽃이 달리는 좀딱취가 늦가을 늘씬하고 단정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김인철
ⓒ김인철

초가을부터 핀 개쑥부쟁이나 산국·감국 등 이른바 들국화가 늦게는 눈 내리는 초겨울까지 뒷동산을 지키겠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서 10월 이후 새로 피는 야생화는 바위솔 속(屬) 식물과 좀딱취 둘뿐(有二)일 것입니다. 그런 좀딱취가 야생화 동호인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른 봄 꽁꽁 언 땅에서 콩나물 줄기처럼 가냘픈 꽃대를 밀어 올려 손톱만큼 작은 꽃을 피우는 너도바람꽃이나 눈 속에 피는 복수초로부터 시작한 꽃 탐사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게 바로 좀딱취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세상의 작고 못난 좀팽이들과 달리, 울긋불긋한 단풍을 뒷배 삼아 의연하고 당찬 모습으로 순백의 꽃을 피우는 좀딱취를 보며,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했다.’고 자족하며 ‘한해 꽃 농사’를 마감하는 것이지요.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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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유혹하는 ‘립스틱 선녀’, 물매화!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10.18>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arnassia palustris L.

[논객닷컴=김인철] 봄이면 봄꽃이 피고 여름이면 여름꽃이 피어 사시사철 철 따라 제철 꽃이 피건만, 유독 가을이면 대개의 ‘꽃쟁이’들이 마음을 설레며 쫓아다니는 각별한 꽃이 있습니다. 봄에 피는 기생꽃보다도 더 ‘기생답다’고 여긴다고나 할까요. 분 바르고 연지 곤지 찍고 한껏 멋을 낸 새색시 못지않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꽃, 바로 물매화입니다.

물매화 중에서도 특히 5개의 수술 끝에 달린 꽃밥이 립스틱을 칠한 것처럼 붉게 빛나는 것이 있는데, 이게 물매화가 피는 7월부터 10월 사이 야생화 동호인들에게서 유별난 사랑을 받는 이른바 ‘립스틱 물매화’, 또는 ‘연지 물매화’라는 꽃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물매화의 꽃밥 색은 연한 미색입니다.

수술의 꽃밥이 진한 붉은색으로 빛나는, 이른바 ‘립스틱 물매화’가 이른 가을 세상 모든 이를 사로잡을 듯 강한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김인철
ⓒ김인철

꽃잎이 흰색이고 5장으로 매화를 닮았는데, 물가에서 핀다고 해서 그 이름이 얻은 물매화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옛날 하늘의 최고신인 옥황상제의 정원을 지키는 선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황소가 나타나 정원을 망가뜨리는 걸 막지 못해 옥황상제의 진노를 샀다. 쫓겨난 선녀는 이 별 저 별 떠돌다 발을 헛디뎌 인간 세계로 떨어져 물매화로 다시 태어났다.

강원도 높은 산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 가에 물매화가 피어있다. 물을 좋아하는 물매화의 자생지 특성을 잘 보여준다. ⓒ김인철
ⓒ김인철

‘립스틱 물매화’로 다시 태어난 선녀가 옥황상제의 용서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옥황상제에 대한 선녀의 일편단심은 변치 않았는지 실제 물매화의 모습은 꽃대가 하나, 이파리도 하나, 꽃잎도 하나입니다. 그 꽃잎은 하늘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듯 늘 하늘을 향하고 있고요. 그 모습에서 40년 전 대학가요제에서 불렸던 “내 맘은 하나요/ 내 뜻도 하나요/ 어젯밤에 꿈도 하나요/ 친구도 하나요/ 사랑도 하나요/ 그렇지만 외롭지 않아~”(임백천과 고영선의 한마음)라는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물매화의 꽃말도 ‘고결’, ‘결백’, ‘정조’라고 합니다.

환상적인 뒤태를 자랑하는 물매화. 봄철 최고의 ‘뒤태 미인’으로 꼽히는 기생꽃을 능가하는 미모를 뽐낸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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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의 크기는 꽃대 높이가 7~45cm, 둥근 부채 모양의 잎은 길이와 폭이 각각 1~3.5cm, 백색의 꽃은 2~2.5cm로, 가냘픈 풀꽃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꽃은 4개로 갈라지는 암술과 5개의 수술 외에, 벌이나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5개의 헛수술을 갖춘 게 특징입니다. 헛수술은 끝이 각각 12~22개로 실처럼 갈라지는데, 각각 황록색의 꿀샘(腺)이 있어 햇살을 받으면 왕관의 장식처럼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청정한 물이 흐르는 계곡 한가운데 핀 물매화는 그 자체로 천연의 ‘수반(水盤) 꽃꽂이’ 작품이 된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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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중 종소명 파루스트리스(Palustris)는 ‘늪지대를 좋아하는, 늪지생의’라는 뜻인데, 물가나 습지 등 물기가 많은 곳에 서식하는 물매화의 특성을 잘 설명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물가뿐 아니라 메마른 산정에서도 피고, 심지어 제주도의 경우 오름 꼭대기 억새밭 사이에서도 잘 자랍니다. 이처럼 자생지가 제주도에서 강원도 북부까지로 그야말로 전국적이고, 꽃 피는 시기도 이른 곳은 한여름인 7월부터 늦게는 단풍 물드는 10월까지 꽤나 긴 편입니다. 물론 강원도에 ‘립스틱 물매화’가 많고 또 늦가을까지 싱싱한 꽃을 볼 수 있는 자생지가 여럿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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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8.10.26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둑신한 색감이 깊은 가을과 흡사한 한폭의 유화입니다

  2. 초록버드나무 2018.10.26 0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가에 필법한 물매화를 야산 임도에서 본 듯 합니다 한갓 들꽃이라기엔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천태만상(千態萬象)의 꽃, 애기앉은부채!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9.17>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Symplocarpus nipponicus Makino

[논객닷컴=김인철] 다행히 약해지고 진로도 바뀐 태풍의 여파로 한바탕 비가 내리면서 폭염이 한결 누그러지기 시작하던 9월 초 숲에 들었습니다. 유례없는 더위로 인해 깡말랐던 꽃밭이 얼마나 생기를 되찾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지요.

그런데 야생화의 생명력은 역시 기대 이상입니다. 올여름엔 제대로 된 꽃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었던 애기앉은부채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여기서 저기서 올라와 찾는 이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순간 동행한 이의 표정을 살핍니다. 아주 귀하고 멋진 꽃을 보여주겠다며 손목을 잡아끌었으니, 그의 반응이 내심 궁금했습니다.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꽃차례와 타원형 불염포 등 독특한 생김새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애기앉은부채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깊은 숲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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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꽃이야? 많은 야생화가 왜소하다고 하니, 바닥에 붙을 듯 키가 작은 것은 이해하겠는데, 어떤 게 꽃잎이고 이파리는 또 어디에 있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리곤 ‘봄에 나오기 시작한 잎이 7월이 되면 다 녹아 없어지는데, 그 뒤에야 어른 손가락 2개 정도 크기의 꽃이 올라와 9월 하순까지 피며, 그 이름을 애기앉은부채라고 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리곤 “아, 맞다. 둥근 광배(光背)까지 갖춘 게, 유명한 경주 남산의 감실부처를 닮은 것도 같고, 암튼 절에서 보는 불상의 머리 형태와 매우 흡사하다.”며 맞장구를 칩니다. 일순 ‘애기앉은부채’를 ‘애기앉은부처’로 잘못 알아들은 데서 나온 반응임을 깨닫습니다.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조각조각마다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갖추고 있는 육수꽃차례와, 화사한 홍색의 불염포가 돋보이는 애기앉은부채.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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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지만, 자연계에선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야생화는 다양하다’고 말할 만합니다. 그 천차만별의 꽃 중 하나가 바로 애기앉은부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의 후광(後光)을 닮아 불염포(佛焰苞)라 불리는 짙은 자갈색 꽃 덮개가 땅 위에 타원형을 그리며 자리를 잡고, 그 정중앙에 혹자는 도깨비방망이를, 혹자는 수류탄을 닮았다고 말하는 육수(肉穗)꽃차례가 가부좌를 틀고 있으니 누가 봐도 앉은부처의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꽃차례와 불염포를 포함한 전체 꽃 크기가 5cm 안팎에 불과한 애기앉은부채가 이웃한 동무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세상사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듯 환히 웃고 있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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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애기앉은부채란 이름에서 짐작하듯 접두어 ‘애기’를 뗀 앉은부채라는 야생화가 따로 있습니다. 다만 형태는 비슷하지만, 꽃이 피는 시기 등 생태는 크게 다릅니다. 애기앉은부채는 개화 시기가 7~9월 여름이지만, 앉은부채는 2~3월 초봄이어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야생화로 손꼽을 정도입니다. 또 앉은부채는 애기앉은부채와는 반대로, 꽃이 핀 뒤 잎이 무성하게 납니다. 그러나 크기만 다를 뿐 많은 이들이 처음 보는 순간 앉은부처를 연상할 만큼 꽃 모양이 독특한데, 일본에서도 좌선하는 부처의 모습이라는 뜻에서 ‘좌선풀(座禪草)’이라고 부른다니, 본래의 이름이 ‘앉은부처’이었을 것이라고 일각에선 주장합니다. 영어로는 앉은부채는 스컹크 캐비지(Skunk Cabbage), 애기앉은부채는 이스트 아시안 스컹크 캐비지(East Asian Skunk Cabbage)인데, 이는 잎이 배추처럼 무성하고 넓다는 특징을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부채처럼 잎이 넓어서 처음부터 ‘앉은부채’로 불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큰 나무 밑동에, 그리고 커다란 바위틈에 각각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든 듯 꽃을 피운 애기앉은부채.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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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생김새만 독특한 게 아닙니다. 특히 불염포로 불리는 타원형 이파리가 대개는 짙은 자갈색이지만, 경우에 따라 녹색에서부터 미색, 또는 짙은 홍색, 선홍색, 심지어 연분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그야말로 색색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리고 불염포 중앙에 자리 잡은 도깨비방망이가 육수꽃차례란 꽃 덩어리인데,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조각조각이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갖춘 각각의 꽃입니다. 영어 이름 중 ‘스컹크’에서 알 수 있듯 꽃에서 고기 썩는 듯, 그리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로 곤충이나 육식성 동물들을 불러 모아 꽃가루받이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정된 개개의 꽃들이 달린 육수꽃차례는 통째로 땅에 묻혀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커지면서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열매를 숙성시키게 됩니다.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강원도 이북의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고만 돼 있는데, 설악산과 대관령, 점봉산, 오대산, 태백산 등 강원지역뿐 아니라 최근 울산, 경남, 전북 등 중부 이남의 숲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설악산 꼭대기에서는 이른 봄 곰이 눈을 헤치고 어린잎을 먹는다고 해서 곰치라고도 불립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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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의 우리 꽃2

 쌍잎난초, 유령란, 대송이풀, 큰송이풀… 백두평원은 우리 꽃의 화수분!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8.17>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해소할 수 없는 갈증’

[논객닷컴=김인철] 백두산은 늘 새롭습니다. 늘 새로운 꽃으로 탐방객을 기쁘게 합니다. 9월이면 눈이 내리고 그 눈이 이듬해 5월까지 녹지 않아, 5월 말에야 뒤늦게 봄이 시작되고 8월이면 이미 가을이 무르익는 곳. 해서 6월부터 8월 사이 수백 종의 북방계 고산식물이 한꺼번에 꽃을 피우며, 보통 보름에서 한 달 간격으로 늘 새로운 꽃을 피워 식물 탐사에 나선 이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합니다.

백두산 해발 1400m 지점에 펼쳐진 왕지(王池) 초원. 참취와 민박쥐나물, 큰엉겅퀴 등 가을꽃들이 만개해 ‘야생화 초원’이란 말이 실감 난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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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5일부터 일주일간 탐사 후 돌아와 ‘백두산의 우리 꽃’을 게재한 지 딱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4일부터 5박 6일간 백두산과 그 일대를 찾았는데, 역시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야생화들이 탐방객을 반깁니다. 특히 천지를 굽어보는 2750m 정상 능선을 비롯한 고산 백두평원에는 두메양귀비와 구름송이풀, 노랑만병초와 담자리꽃나무, 담자리참꽃, 들쭉나무, 월귤, 홍월귤, 가솔송 등 노랗고 붉게 피었던 봄꽃들은 어느덧 스러져 검붉은 열매만 익어가고, 대신 바위구절초와 큰송이풀, 산용담, 비로용담, 염주황기, 각시투구꽃 등 가을 야생화들이 빈자리를 차지하며 산중은 이미 짙은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백두산 일대 숲속에 피어난 쌍잎난초. 학명은 Listera pinetorum Lindl. 마주 난 잎 사이에 올라온 12~20cm의 줄기에 연한 녹갈색 꽃이 여럿 달렸다. ⓒ김인철

국가 공인 식물도감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에 ‘우리나라 북부에 분포한다’고 소개된 산용담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해발 1700~2500m 고산초원에서 10~25cm 크기로 자란다는 설명대로 정상 바로 밑 드넓은 평원에 잔디처럼 깔려 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유령처럼 나타났다가 유령처럼 사라진다는 유령란. 학명은 Epipogium aphyllum Sw. 잎도 없이 돋아난 7~20cm의 줄기에 연한 갈색 꽃이 2~8개 달린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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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과 그 일대 삼림에서는 운 좋으면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난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난초가 따듯한 지역에서 주로 자생할 것이라는 상식과 달리, 추위를 좋아하는 북방계 난과 식물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유령란과 쌍잎난초도 그런 종류입니다. 유령란은 국생종에 ‘부전고원에서부터 백두산 지역까지 북부지역 침엽수림 밑에서 자란다’고 나와 있고, 쌍잎난초는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고 했습니다. 이 두 가지 난초를 만난 것은, ‘한반도에 자생한다’고 전해오는 ‘도감 속 우리 꽃’의 실체를 확인해보겠다는 백두산 식물 탐사의 본래 취지를 완벽하게 달성한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방풍. 학명은 Ledebouriella seseloides (Hoffm.) H.Wolff. 갯방풍, 갯기름나물 등 산형과의 다른 유사 종과 달리 북부지역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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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란은 유령처럼 나타났다가 유령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그 독특한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정말 손가락 크기의 노란 꽃대가 아무런 이파리도 없이 파란 이끼 위에 불쑥 돋아나 있고 거기에 연한 갈색 꽃이 이삭 형태로 여럿 달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송이 보이더니, 찬찬히 살펴보자 대여섯 송이가 뭉쳐서 피어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쌍잎난초는 콩팥 모양의 다소 넓은 한 쌍의 이파리가 마주 달린 모습이 춤추는 발레리나를 연상케 하며, 울창한 숲속 이끼 위에 연한 녹갈색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역시 하나의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달렸는데, 꽃마다 깊게 2갈래로 갈라지는 입술모양꽃부리를 밑으로 내뻗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번에 처음 만난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실쑥. 학명은 Filifolium sibiricum (L.) Kitam. 솔잎쑥이라는 다른 이름이 딱 어울릴 만큼 가느다란 잎이 특징이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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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생종에 모두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고 소개된 큰송이풀과 대송이풀, ‘북부지방에 다소 생산되나 중·남부지방에서는 별로 볼 수 없다.’는 방풍, ‘서흥(황해도), 회령(함경도) 및 경성(〃) 근처에서 자란다’는 실쑥도 이번에 처음 만난 ‘도감 속 우리 꽃’입니다.

남한에서는 모두 만날 수 없는 북방계 습지식물 큰송이풀과 대송이풀. 학명은 각각 Pedicularis grandiflora Fisch., Pedicularis sceptrumcarolinum L. 큰송이풀은 붉은색, 대송이풀은 흰색 꽃을 피운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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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갈 때마다 새로운 꽃을 처음 만나기에 백두산 탐사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지만, 모든 게 꿀맛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1947m 한라산을 가장 높은 산으로 안고 사는 우리로선 경험하지 못한 변화무쌍한 기후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해발 2000m를 훌쩍 뛰어넘는 2750m의 백두산은 6월에서 8월 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폭우와 비바람, 심지어 눈보라까지 쳐서 툭하면 입산이 금지되는 등 접근을 불허합니다.

백두산 정상 바로 아래 고산초원지대에 핀 산용담. 학명은 Gentiana algida Pall. 국내서 만나는 다른 용담류와 달리 흰색 꽃이 핀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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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산에 들어 정상을 밟는다고 해도 안개가 좀처럼 가시지 않아 천지의 푸른 물을 아예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지정된 통로 외에는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엄격한 통제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탐사 기간 내내 계속되는 이런 불확실성과 해소할 수 없는 갈증은 우리의 백두산을, 우리 땅을 밟고 오를 날이 한시바삐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으로 이어집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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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의 우리 꽃

두메양귀비·하늘매발톱·털복주머니란… 여름 백두평원은 천상의 화원!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7.07.17>

백두산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고산식물의 하나인 두메양귀비가 천지 바로 아래 해발 2600m 둔덕에 한가득 피어 있다. 양귀비과의 두해살이풀, 학명은 Papaver radicatum var. pseudoradicatum (Kitag.) Kitag. ©김인철

[논객닷컴=김인철] 여행은 설렘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들로 꽃을 만나러 가는 여행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떠날 때마다 앞선 길에서는 만나지 못한 새로운 들꽃 산꽃을 봅니다.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 숲을, 들판을 독차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로 꽃이 쉬 짐을 아쉬워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열흘이면 새로운 꽃들에 아낌없이 자리를 내주는 자연의 순리를 배우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한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털복주머니란이 백두산 고산평원에 호젓하게 피어 있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ypripedium guttatum var. koreanum Nakai. ©김인철

멀리 백두산으로 꽃 찾아가는 여행은 더없이 설레고 더없이 각별합니다. ‘우리 꽃’이되 우리 땅에서 볼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꽃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식물학자와 야생화 동호인 등이 연길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선봉령 습지에서 작은황새풀과 제비붓꽃, 세잎솜대 등 고산 습지식물을 탐사하고 있다. ©김인철

분단으로 남과 북의 길이 막힌 지 어언 70여 년. 그리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으로 다소 트일 듯싶던 숨통이 다시 막힌 지 10년. 대립과 대치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각종 식물도감에 ‘북부 지역에서 자란다’거나 ‘백두산 등 북부 고산지대에 자란다’고 기재된 수많은 우리 꽃들이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박제된 그림으로만 전해질 뿐입니다.

낭림산 이북에서 자생한다는 하늘매발톱이 백두평원에서 진한 잉크색 꽃을 가득 달고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quilegia japonica Nakai & H.Hara ©김인철

그런 ‘북녘 우리 꽃’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풀 수 있는 곳이 바로 백두산입니다. 북위 42도에 위치한 높이 2750m의 백두산. 7월 5일부터 일주일간 만나본 백두산은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花園)이었습니다. 특히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위 해발 1000m 이상에서 나타나는 툰드라지대는 남녘에서는 아예 만날 수 없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북방계 식물의 보고(寶庫)였습니다. 

‘산천은 의구(依舊)하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백두산 천지(天池)의 변함없는 모습. 천지 넘어 개마고원 등 북녘으로 우리 꽃을 만나러 갈 수 있기를 빌었다. ©김인철

여기저기 노란색 꽃을 한가득 피우고 있는 두메양귀비와 하늘매발톱, 구름송이풀 등 고산식물과 노랑만병초와 담자리꽃나무, 담자리참꽃, 들쭉나무, 월귤, 홍월귤, 가솔송 등 키 작은 관목들. 특히 남한에서는 함백산 내 2곳에 철책을 두른 채 보호 중인 멸종위기야생식물 털복주머니란이 고산평원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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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란(自生蘭)의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는, 병아리난초!

가뭄과 태풍, 폭염도 아랑곳 않고 홍자색 꽃 가득 피워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7.16>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mitostigma gracile (Blume) Schltr.

[논객닷컴=김인철] 산과 들에서 피는 그 어느 꽃 한 송이 그렇지 아니한 것이 없겠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저절로 피는 자생난초를 보면 더더욱 그 힘찬 생명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산과 계곡의 바위나 풀숲, 바닷가의 아슬아슬한 절벽, 이런 척박한 환경도 모자라 장대같이 키 큰 고목의 줄기나 가지 겉에 겨우겨우 뿌리를 내리고, 희거나 붉거나 노란, 때론 연초록이거나 검은, 그야말로 형형색색의 진기하고도 청초한 꽃들을 피워내는 걸 보면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곤 합니다. 미끈하게 구워진 도자기에 담긴 원예종 난초만을 봐온 도시인들에겐 더욱더 그러합니다.

자생난초란 화단이나 화분 등에서 일부러 심거나 가꾼 게 아니라 자연에서 절로 자라난 난초를 말하는데, 우리 국토가 자생난초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전국 각지의 숲속 땅은 물론 바위나 나무 등지에 뿌리를 내리고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는 자생난초가 무려 100종이 넘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핀다고 해서 지생난(地生蘭)이라 구분하는 춘란과 한란, 은대난초, 은난초, 새우난초, 금난초 등이 주를 이루지만, 풍란과 석곡, 지네발란 등처럼 나무나 돌에 착근해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가는 착생난(着生蘭)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7월 4일 서울 인근 서해의 작은 섬 바닷가 바위 위 절묘한 곳에 병아리난초가 활짝 피어 있다. 태풍 ‘뿌라삐룬’이 지나간 직후여서 평상시 황토색이던 바닷물은 물론 하늘까지 파랗다. ©김인철
©김인철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가뭄이 극에 달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태풍이 불고, 장맛비가 며칠씩 쏟아지고, 또는 때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등 기후 변화가 요동을 치는 6~7월 우리 땅에서 자라는 100종이 넘는 자생난초 중 하나가, 변덕스러운 세상사는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초연한 모습으로 깜찍하고 앙증맞은 꽃을 피웁니다.

치마난초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귀하디귀한 광릉요강꽃이나 복주머니란처럼 아주 제한된 자생지에서 드물게 피는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꽃을 피웁니다. 높은 산 깊은 숲에 몰래 숨어 피는가 하면, 바닷가 솔숲 모래밭은 물론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위 겉에서 나 보란 듯이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많은 이들이 손쉽게 오르는 관악산이나 북한산 등 수도 서울의 친숙한 산의 바위에도 손바닥만 한 이끼만 있으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태풍이 불고 장맛비가 내리는 악천후가 지나간 뒤인 지난 7월 7일 경남 김해의 불모산 중턱에 수백 촉의 병아리난초가 피어나 야생난초의 강인한 생명력을 웅변했다. 한두 촉에서, 많으면 수십 촉이 피는 게 고작인 다른 자생지와 달리 수백 촉이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했다. ©김인철
©김인철

다시 말해 원예종 난초처럼 바람 불면 날아갈세라, 비 오면 뿌리가 썩을세라, 가뭄 들면 말라 죽을세라 애지중지하지 않아도 해마다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이, 이번에 소개하는 야생난초가 가진 최고의 특징입니다. 또한 다른 이름난 자생난초에 비해 너무 귀하지 않고 너무 먼 데 서식하지 않아서 일부러 멀리 찾아가지 않더라도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만날 수 있다는 접근의 용이성이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꽃 색이 온통 흰색인 병아리난초. 대개는 옅은 홍자색이지만, 드물게 흰 꽃을 피우는 개체가 있다. 단 한 촉이지만, 백마 탄 왕자의 기품이 난다. ©김인철
©김인철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에 분포하며 반 그늘진 계곡의 바위나 자갈밭 등에 생육한다.’고 국가생물종정보지식시스템에 소개된 병아리난초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너비 1~2cm, 깊이 3~8cm의 타원형 잎이 한 장 땅바닥에 깔리고, 그 위로 8~20cm 정도 높이로 꽃대가 올라와 작게는 서너 개에서 많게는 20개가 넘는 꽃송이가 한쪽으로 치우쳐 층층이 달리는데, 꽃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며 핍니다.

이파리 하나에 8~20cm가량의 꽃대를 올려, 많게는 20개가 넘는 꽃을 촘촘히 달고 선 병아리난초. 척박한 바위 위 이끼에 뿌리를 내리고 자생한다. ©김인철
©김인철

1~4cm 크기의 자잘한 꽃을 촘촘히 달고 바위 위에 오뚝 선 모습을 보면, 특히 수십 수백 송이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광경을 보면 누구나 ‘병아리난초’란 이름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학자들이 새로 작명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 이름인 ‘ヒナ(병아리)ラン(蘭)’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꽃 색은 옅은 홍자색인데, 간혹 흰색으로 피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같은 병아리난초속 식물로 구름병아리난초와,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점박이구름병아리난초도 고산지대에 희귀하게 자생하고 있습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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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절벽에 붙어 승천(昇天)하는, 벌깨풀

석회암에서 보랏빛으로 피는 ‘바위용(龍)머리’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6.12>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Dracocephalum rupestre Hance

[논객닷컴=김인철]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국가표준식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의 수는 모두 4129종. 이중 대다수는 동네 뒷산이나 들, 저수지나 강, 평상시 오고 가는 길의 가장자리 등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지만, 일부는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 섬이나 강, 바닷가 등 특정한 곳에서만 서식합니다. 이 중 동물 뼈나 조개껍데기 등이 쌓여 만들어진 강원도 석회암 지대는 오랜 세월에 걸친 단층운동과 풍화·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석회동굴 및 기암절벽 등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박쥐나 육서 무척추동물, 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 등 특정 동식물의 피난처, 나아가 최후의 서식처라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산칼슘이 풍부한 석회암지대에 잘 적응해 사는 식물들을 호석회 식물(calcicole plants)이라 부르는데, 회양목을 비롯해 꼭지연잎꿩의다리와 아마풀, 개아마, 참골담초, 정선황기, 복사앵도, 시베리아살구나무, 외대으아리, 삼수개미자리, 산서어나무, 왕느릅나무, 나도국수나무, 비슬나무 등의 호석회 식물이 숨겨진 보물처럼 강원도 석회암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석회암 바위 절벽에 붙어 길이 20~30cm까지 자라서 6월부터 8월 사이 보랏빛 꽃을 층층이 피우는 벌깨풀. 심장형 이파리와 줄기에 흰 털이 촘촘히 나 있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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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며 여름을 향해 치닫는 6월 초·중순, 키 작은 풀꽃이 자취를 감추면서 산과 들의 식물들이 잠시 꽃 피기를 멈춘 채 휴지기에 접어드는 듯싶을 때 강원도 석회암지대의 높고 험준한 산에는 특별한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호석회 식물의 하나인 들깨풀이 그 주인공입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절벽 한가운데에 뿌리 내린 벌깨풀. 남한에서는 자생지가 몇 안 되는 희귀 북방계 식물로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의 보호책을 마련한 듯싶어 안쓰럽지만, 살풍경한 절벽에 최고의 멋을 더한 듯해 고맙기 짝이 없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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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으로 치솟은 덕항산의 석회암 수직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달라붙어 보랏빛 꽃 여러 개를, 마치 손가락 펴듯 하늘을 향해 내뻗고 있습니다. 학명 중 속명은 그리스어로 dracon(용)과 cephale(머리)의 합성어인데,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꽃이 마치 상상 속 동물인 용의 머리처럼 보였나 봅니다. 종소명 rupestre는 ‘바위에 자생하는’이란 뜻을 가진 단어로,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벌깨풀의 특성을 아주 잘 반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오히려 꽃이나 잎 등 전초가 전국의 산과 숲에서 흔히 만나는 벌깨덩굴과 비슷하다고 보고 벌깨풀이란 국명을 붙였는데, 길이는 2.8cm 정도로 입 벌린 뱀 같은 모양의 꽃이 같은 꿀풀과 용머리속 식물인 용머리의 꽃과도 닮았다고 해서 ‘바위용(龍)머리’란 별칭도 함께 얻었습니다.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6월의 연녹색 숲 한가운데서 벌깨풀의 보랏빛 꽃을 바라보면 누구나 자연의 황홀경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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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깨풀은 호석회 식물이자 희귀 북방계 식물의 하나이기도 한데, 이는 곧 현재 확인되고 있는 몇몇 자생지가 곧 북방계 식물인 벌깨풀의 남방 한계 지역으로, 벌깨풀이라는 식물자원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훼손되지 않도록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서식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가생물종정보지식시스템에 따르면 벌깨풀은 중국에도 분포하며, 남한에서는 삼척과 정선, 부안 등 석회암지대 100여 곳 미만의 자생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벌깨풀을 사진에 담아온 야생화 동호인들에 따르면 삼척의 덕항산, 강릉과 정선 경계에 있는 석병산 등 2곳에서 6월과 8월 사이 꽃 핀 것을 보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에서)

벌깨풀과 벌깨덩굴의 닮은꼴 꽃. 꽃이나 잎이 비슷하게 생겼으나, 벌깨덩굴은 덩굴식물로 줄기가 옆으로 뻗는다.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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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로지 수직으로 올라가거나 수직으로 내려가는 길밖에 없을 성싶은 등산로를 오른 뒤, 천 길 낭떠러지 중간에 발 딛고 서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은 채 보랏빛 꽃을 삐쭉삐쭉 내민 벌깨풀을 올려다보며 떠올린 한 구절이었습니다. 솜털 가득한 연둣빛 심장형 이파리를 날개 삼아 하늘로 오르려는 작은 용(龍), 아니 무수한 미꾸라지를 보며 “사람의 손을 피해 이리도 높이 올라왔구나, 더 이상 승천하지 말고 이곳에 영구히 뿌리내려라.”라고 빌었습니다.

<논객닷컴  ( h t t p: / / w w w . n o ‘n g a e k.  c o m )   2018.06.12>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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