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가을의 유혹, 둥근잎꿩의비름!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17>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 Hylotelephium ussuriense (Kom.) H. Ohba.

간밤 천둥·번개가 내리쳤어도 다음 날 아침 찾아가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듯, 꽃들은 환하게 피어납니다. 세상이 제아무리 요동쳐도 봄은 가고 여름이 오듯,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 없어도 꽃은 피고 낙엽은 집니다. 그렇지만 무심하게 피어나는 꽃들이 결코 야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갖 천재지변과 이상 기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철과 때를 잊지 않고 주어진 의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꽃들에서 자연의 엄정함을 배웁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은 적 없는 듯, 커다란 바위 위에 이끼가 두껍게 깔려있고 맑은 물이 바위를 감도는 깊은 계곡에 둥근잎꿩의비름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지난여름 너나 할 것 없이 불볕더위로 고통을 겪는 가운데, 영남 지역은 섭씨 40도를 넘는 도시가 있을 만큼 유별나게 더웠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지진과 태풍이라는 유례없는 기상재해로 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더위와 지진, 태풍이라는 3대 기상재해에도 불구하고 유독 영남 지역의 산과 계곡에서만 자라는 가을 야생화가 그야말로 무심히 피어나,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위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가을 숲을 배경으로 둥근잎꿩의비름의 홍자색 꽃송이가 하늘에 매달려 ‘어서 오라’ 손짓하고 있다.

바로 둥근잎꿩의비름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꽃입니다. 마주 보는 잎이 달걀이나 타원처럼 둥글어서 ‘둥근잎’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꿩의비름 속 식물의 하나입니다. 꿩의비름 속 식물은 세계적으로 33종, 우리나라에는 둥근잎꿩의비름을 비롯해 꿩의비름, 키큰꿩의비름, 큰꿩의비름, 자주꿩의비름, 세잎꿩의비름, 섬꿩의비름, 새끼꿩의비름 등 모두 8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꽃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늘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래도 꿩의비름 속 중 최고는 둥근잎꿩의비름이라고 나도 모르게 실토합니다. 자생지가 우리나라에서도 주왕산과 팔각산 등 경북 청송과 영덕 일대 계곡에 국한돼 있어 한동안 한국의 고유종, 특산식물로 분류됐지만 최근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 두만강 등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위틈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리고 30cm 안팎의 줄기를 여러 가닥 늘어뜨린 둥근잎꿩의비름. 마주 보기로 난 원형의 잎이 홍자색 꽃 못지않게 매혹적이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위나, 산비탈 자잘밭의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30cm 안팎의 줄기를 여러 가닥 늘어뜨리는데, 줄기마다 둥근 잎이 많으면 10장도 넘게 마주 보고 달립니다. 물기가 거의 없는 바위 절벽에 붙어사는 식물들이 거개 그렇듯 둥근잎꿩의비름 역시 전초가 다육질인데, 둥글고 도톰한 녹색의 잎이 햇살이라도 받으면 투명한 연두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게 꽃 못지않게 매혹적입니다. 식물 정명의 앞머리에 ‘둥근잎’이 붙은 게 공연한 일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9월에서 10월 사이 줄기 끝에 우산 형태로 홍자색 꽃이 빽빽하게 달리는데, 절벽 아래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환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시시각각 해가 드는 방향이 바뀌는 깊은 계곡은 어느 순간 연두색이었다가 금방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며 둥근잎꿩의비름의 멋진 배경이 된다.

 해서 깊어가는 가을, 통곡하고 싶은 가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불면의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청송으로 가서 ‘거부할 수 없는 가을의 유혹’, 둥근잎꿩의비름의 붉은 색 꽃을 만나보라고 권합니다.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린 요즘에도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 왕복 2차선 지방도 등을 한 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가을날 집채만 한 바위 위에, 칼날처럼 날카롭게 갈라진 바위 틈새에 마치 접착제로 붙여 놓은 듯 붙어사는 둥근잎꿩의비름.

하지만 구불구불한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과수원, 과수원마다 빨갛게 물들어가는 사과 향을 맡아보고, 또 주왕산 천길 바위 절벽 곳곳에서 진홍색으로 피어나는 둥근잎꿩의비름과 눈 맞춤하는 사이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평온이 찾아오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야생화 한 송이가 마음의 가난을 구제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의 힘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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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이문 2017.07.21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야생화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둥근잎 뀡의 비름이 이렇게 이쁜지 첨 알았네요. ^^
    얼마전 솔나리 보러 주왕산에 갔었는데,이제 이 꽃 보러 가야겠네요.
    어느 코스로 가면 (둥근잎꿩의 비름 많이 분포된)볼수 있을까요? 꽃이피는정확한 시기도요.
    팁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글에서 야생화 사랑이 넘치시네요.행복하게 머물다 갑니다. ^^*

단풍보다 이른, 단풍보다 더 붉은, 꽃무릇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26>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coris radiata (L’Her.) Herb.

"털썩, 주저앉아버리고만/

이 무렵//

그래선 안 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안간힘으로 제 몸 활활 태워/

세상, 끝내 살게 하는//

무릇, 꽃은 이래야 한다는/

무릇, 시는 이래야 한다는// (오인태의 ‘꽃무릇’)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둥실 떠가는 초가을, 꽃무릇이 단풍보다 더 빨리, 단풍보다 더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마음을 헤아린 탓인지, 단풍보다 더 일찍, 단풍보다 더 붉게 꽃무릇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아니 타오르기 시작한 지는 벌써 오래전, 지난 주말 한창때를 지나더니 이제 석양이 서편 하늘을 더 붉게 물들이듯 황혼의 비장미를 불태우려 합니다.

 
 

하나의 꽃대에 5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진홍색 꽃송이가 달리며, 꽃송이마다 역시 6개의 진홍색 꽃잎과 수술 6개, 암술 1개가 길게 뻗어 나온 꽃무릇.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현기증이 날 것 같다.

돌마늘이라는 뜻의 정명 석산(石蒜)보다 꽃무릇이라는 우리말 이명이 더 친숙한 꽃. 그 또한 본래는 야생화였겠지만, 지금 우리가 흔히 만나는 것은 일부러 가꾼 조경용, 원예종 꽃입니다. 그렇게 가꾼 원예용 꽃밭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3대 군락지는 전남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등으로 모두가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꽃무릇의 알뿌리에 방부제 효능이 있어 경전을 묶거나 단청이나 탱화를 그릴 때 즙을 내 풀에 섞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예로부터 사찰에서 일부러 심어 활용했다고 합니다. 꽃무릇보다 이른 시기인 6~7월 연분홍 꽃을 피우는 상사화가 그 비늘줄기로 풀을 쑤면 경전을 단단하게 엮을 수 있다고 해서 사찰에서 많이 심어 가꿔왔다는 것과 같은 이치로 여겨집니다.

 

다리 건너 저편은 피안(彼岸)의 세계인가. 전남 영광 불갑사 일주문을 들어서자 검은색 돌담과 작은 구름다리 사이에 꽃무릇이 한 무더기 피어 찾는 이를 반긴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즉 서로 다른 시기에 피고 나서 만나지 못하기에 꽃과 잎이 서로를 애타게 그리는 꽃이라는 뜻에서 일부에서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으로 혼용해 부르지만, 정명 상사화와는 다른 식물입니다. 일본 원산의 상사화는 봄에 난 잎이 진 뒤인 6~7월 꽃이 피지만, 중국 원산의 꽃무릇은 8~9월 진홍색 꽃이 지고 난 뒤 잎이 나와 월동을 한 뒤 이듬해 봄에 스러집니다.

그런데 지난 20일 꽃무릇을 보러 불갑사도 용천사도 선운사도 아닌, 경남 함양을 다녀왔습니다. 무릇, ‘오인태의 꽃무릇’을 인용하려거든 시인의 고향에 가서 꽃무릇을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신라 말 당시 천령군 태수로 있던 고운 최치원이 홍수 예방을 위해 둑을 쌓고 물길을 새로 내면서 조성했다는 상림공원에 규모 면에서는 3대 군락지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멋진 꽃무릇 꽃밭이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으로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된 상림에는 길이 1.6km 물길을 따라 피어난 꽃무릇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운치 있는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무릇, 시인이 보았을, 제 몸 활활 태우며 빨갛게 빨갛게 물든 ‘천 년의 숲’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천 년의 숲’ 경남 함양의 상림공원에서는 신라 말 홍수 예방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길이 1.6km 물길을 따라 꽃무릇이 피어 곳곳마다 멋진 수채화를 그려낸다.

흔히 진달래꽃을 보고 ‘핏빛 같은’ 꽃 색이라 일컫습니다. 피를 토할 때까지 운다는 두견새에 빗대 두견화(杜鵑花)란 별칭으로도 불려왔습니다. 그런데 눈 가는 데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석산, 꽃무릇의 벌판을 보고는 사무치는 그리움의 대명사로 진달래가 아니라 꽃무릇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생화든 원예종이든, 조경화이든 유서 깊은 산사나 천 년의 숲과 어우러진 광경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뇌리에 남습니다. 참 충남 보령시 성주산 자연휴양림에도 꽃무릇 수십만 송이가 진홍색 꽃망울을 터뜨리며 장관을 연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저 흘려보내고 후회하지 말고 이제라도 길 떠나보시라 권합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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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하늘공원의 연분홍 명물, 야고!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9>


열당과의 한해살이 기생식물. 학명은 Aeginetia indica L.

추석 연휴 막바지, 드디어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내린다고 하지만, 이 비 그치면 그야말로 길고 무더웠던 ‘2016년의 여름’도 어느덧 과거로 물러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가을이 오면 세상은, 그리고 자연은 ‘껍데기는 가라’는 어느 시인의 외침처럼 껍데기를 버리고 본연의 색을 드러낼 것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푸르러질 것이고, 땅은 갈색으로 더 갈색으로 짙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갈색의 땅에서 노란 갈색의 꽃줄기가 수도 없이 솟아올라 홍자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울 것입니다. 아니, 이미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부터 수십, 수백, 수천의 꽃송이가 와글와글 피어나 머나먼 고향 제주의 핑크빛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의 명물로 떠오른 야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하늘공원을 가득 찬 억새밭 사이사이에 수십, 수백 송이의 야고가 피어나 연분홍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억새에 기생해 피는 야고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10여 년 전, 따듯한 남쪽 나라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던 야고가 서울의 한복판이랄 수 있는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발견됐다며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연인즉 서울시가 2002년 난지도 쓰레기 더미 위에 조성된 하늘공원에 억새밭을 만들면서 제주도로부터 억새를 대량으로 옮겨 심었는데, 그때 제주산 억새 뿌리에 기생하던 야고가 곁따라 올라와 서울 하늘에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억새밭에서 솟아난 갈색의 꽃대 끝에 홍자색 꽃을 피운 모습이 담뱃대를 닮아 담뱃대더부살이라고도 불리는 야고. 끝이 5개로 갈라지는 꽃잎 안에 자리 잡은 암술머리가 조개 속 보물 진주처럼 영롱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化爲枳)는 옛 말이 있지만, 제주산 야고는 탱자가 되기는커녕 머나먼 고향 제주를 향한 진한 그리움을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킨 탓인지 키도 더 크고 연분홍 꽃 색도 더 진하게 피어나 오히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4자 성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초가을 하늘공원 억새밭 사이를 걷다 보면 억새밭 가장자리에 홀로 선 야고, 솔가(率家)하듯 일가족을 거느린 야고에게서 짙은 갈색으로 변모하는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서울 동쪽 망우리 고개를 넘으면 동구릉이 나옵니다. 거기 태조 이성계의 무덤인 건원릉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엄한 왕릉인 건원릉의 봉분에 바로 억새가 자랍니다. 까닭은 이렇습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말년 권력을 둘러싼 골육상쟁에 넌더리가 난 때문인지 자신이 죽거든 고향인 함흥 땅에 묻어달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당시 왕이던 태종 이방원 입장에선 선왕인 태조가 멀리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칫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치 않는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해서 대신 고향의 흙을 가져다 봉분을 만들게 했고, 이때 함경도산 억새가 덩달아 따라와 다른 왕릉과는 전혀 다른 억새 봉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는 건원릉의 봉분은 일 년에 한 번 한식 때만 깎는답니다. 참 사연도 이야기도 많은 풀, 억새입니다.   

 
 

야고 대풍(大豊). 끔찍하게 더웠지만 8월 말 이후에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던 때문인가,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야고가 피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크나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초종용 등과 마찬가지로 엽록소가 없어 스스로는 광합성도 할 수 없는 기생식물인 야고. 억세게 살아가는 억새에 기생하는 만큼 그 생명력이 남다르다고 하겠는데, 경기도 명성산, 강원도 민둥산, 울산 신불산, 경남 화왕산 등 내륙의 다른 억새밭에서는 피지 않는 야고가 유독 난지도 공원에서 피는 까닭은 쓰레기 매립 가스의 발생으로 인해 억새밭 온도가 야고의 발아에 최적의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개체 수도 해마다 늘어 올해의 경우 그야말로 대풍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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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보게 하는 꽃, 닻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2>

 

용담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학명은 Halenia corniculata (L.) Cornaz.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찌도록 분부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씨를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이 들도록 하여 주소서.“(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에서)  

 

흰 구름이 머무는 높은 산 정상 바로 아래 풀밭에 피어난 닻꽃.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뀔 즈음 피어나 정상을 향해 돌진하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높은 산 정상에서 하늘을 찌를 듯 휘날리는 닻을 보며, 그토록 ‘위대했던’ 여름이 저 멀리 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릴케가 노래했듯, 봄부터 여름까지 힘차게 달려온 긴 여정이 하늘은 높고 볕은 따가운 가을을 맞아 결실을 보고, 곧 닥쳐올 길고 긴 겨울 저마다의 보금자리에서 닻을 내리고 정주(定住)에 들어갈 것임을 꽃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듯합니다. 해서 닻 모양의 꽃을 난데없이 산 정상 구름바다 위에 띄워놓고 이제 하던 일 갈무리하고 긴 휴식에 들어갈 채비를 하라고 일러 주는 듯합니다.

 

꽃 모양이 배를 정박할 때 쓰는 도구인 닻을 똑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는 닻꽃. 실제 보면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가을과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리하여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꽃이 바로 닻꽃입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는 묘한 꽃입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정말로 배가 산에 정박한 것일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있듯이 닻이 산으로 온 까닭은 무엇일까 등등.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한 본향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그 시베리아 한복판 바이칼 호수 인근 자임카 자연휴양림에서 2015년 7월 만난 닻꽃. 우리나라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핀 때문인지 꽃 등 전초에서 녹색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청마 유치환의 ‘깃발’에서)

   

깃발 하나를 보고 이런 시를 남긴 유치환 선생이 온 산에 널린 닻을 보았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꽃의 모양이 배를 멈춰 세울 때 사용하는 닻을 닮았다고 해서 닻꽃으로 불리는데, 실제로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8~9월 햇볕이 잘 드는 고산 풀밭에서 한두 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뿌리까지 고사해 사라집니다. 봄철 피는 삼지구엽초도 꽃 모양이 닻을 닮았다고 해서 닻풀로도 불립니다.

 

금강초롱꽃과 나란히 피어난 닻꽃. 저 깊은 바다 밑에 들어가 배를 고정하는 데 쓰여야 할 닻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과거 남한의 대표적인 고산인 설악산과 지리산에서도 자랐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는 화악산에 비교적 많은 개체가 자생해 수도권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외 강원도 대암산과 한라산에도 자생하는데, 한라산에서는 그 수가 크게 줄어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아무튼 남한의 고산에만 일부 자생한다는 건 북쪽을 고향으로 둔 북방계 식물이라는 뜻인데, 실제 지난해 7월 중순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하는 안가라 강 변의 유명 관광지인 자임카 자연휴양림 오솔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있는 닻꽃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분류하고 각별한 관심을 쏟는 닻꽃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저 홀로 피고지고 있었습니다. 동토(凍土)의 시베리아가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한 본향(本鄕)이라는 말을 눈으로 실감한 셈이지요.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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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만에 한 번 보는 꽃, 가시연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05>

수련과의 한해살이 수초. 학명은 Euryale ferox Salisb.

참으로 여러 번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큰 이파리에 놀랍니다.

누구나 첫 대면 때에는 물 위에 떠 있는 동그란 이파리부터 보게 되는데, 그 이파리가 마치 연못을 가득 메우기라도 할 듯 널찍합니다. 작은 것은 지름이 20cm 안팎에 불과하지만 큰 것은 무려 2m에 달하니 우리나라 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시가 촘촘한 이파리 한가운데를 뚫고 올라온 가시연꽃의 꽃송이가 파란 하늘과 무성한 연잎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보랏빛 꽃잎을 열고 서 있다.

두 번째는 이파리는 물론 줄기와 뿌리, 그리고 꽃받침 등 전초에 얼핏 보아도 확연히 눈에 들어올 만큼 많은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는 것에 놀랍니다. 보통 한 포기에 10개 정도 달리는 밤톨 같은 열매에도 밤송이처럼 가시가 송송 나 있는데, 가시 없는 부위는 열매 속에 가득 찬 완두콩 모양의 씨앗과 보랏빛 꽃잎 둘뿐입니다.

특히 찌를 듯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박힌 창 모양의 봉우리가 역시 가시투성이의 두꺼운 진녹색 이파리 한가운데를 뚫고 올라와 보랏빛 꽃잎을 반쯤 열어젖힌 모습은 한마디로 ‘경이롭다’고 할 정도입니다.

 
지름 4cm 안팎의 꽃. 꽃받침은 4조각이며 끝이 날카롭다. 수술은 많아서 8겹으로 돌려난다. 꽃봉오리가 맺혔다고 해도 수온과 수심, 기후와 일조량 등이 맞아야 열리기 때문에 활짝 핀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수백 년 전 씨앗에서 싹이 텄느니, 백 년 만에 꽃이 피었느니 하는 이적(異蹟)의 이야기들도 위에 열거한 것들에 못지않게 듣는 이를 놀라게 합니다.

바로 가시연꽃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뿌리는 물밑 땅속에 내리고, 잎은 수면에 띄우고 살아가는 부엽(浮葉)식물인 가시연꽃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면서 알게 되는 사실들입니다.

 

검붉은 보라색 잎 아래에 가시연꽃의 꽃송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개화에 적정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이파리가 뒤집혀 검붉은 뒷면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먼저 가시연꽃의 넓은 이파리와 어른 엄지손가락보다도 굵은 줄기 등 전초가 불과 한두 달 만에 자란 결과라는 점입니다. 때가 되면 씨앗만 남긴 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전형적인 한해살이 수초이기 때문입니다. 발아된 씨앗에서 처음 나온 화살 모양의 작은 잎이 최대 지름 2m의 넓고 둥근 잎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하루에 무려 20cm씩 자라기도 한다니 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닐 정도입니다.

 

잎이 크고 꽃 색이 진한 보라색인 통상적인 가시연꽃과 달리,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잎과 꽃이 작고 꽃 색도 연한 분홍색을 띠는 것도 아주 드물게 눈에 띈다. 가시연꽃의 꽃은 보통 아침에 열었다가 저녁이면 오므리기를 사나흘 되풀이하다 물속으로 들어가 씨앗을 생성한다.

수십 년 만에 싹을 틔우고 백 년 만에 꽃을 피웠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바로 한해살이풀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뿌리도 줄기도 이파리도 사그라지고 남은 것은 씨앗이 유일한데, 그 씨앗은 쉽게 발아하지도 않고 또 쉽게 썩지도 않는 신비의 생명체입니다. 즉 가시연꽃의 씨앗은 한두 해 안에 발아가 안 되면 물속에서 그대로 썩어버리는 다른 식물의 씨앗과 달리 수년이든 수십 년이든 발아력을 유지한 채 땅속에서 쉬고 있는 매토종자(埋土種子)입니다. 휴면 상태에서 때를 기다리던 씨앗은 수압과 수온, 기후 등이 최적의 조건이 되면 발아해 뿌리를 내리고 잎을 펼치고 꽃을 피웁니다. 바로 가시연꽃이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입니다.

중부 이남의 주로 오래된 연못에서 자생하는 가시연꽃. 이름과 달리 꽃핀 풍광이 평화스럽기 그지없다.

실제 수년 전 강원도 경포호에서 50년 만에 가시연꽃이 등장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2010년 경포호 배후 습지에서 난데없이 가시연꽃이 개화한 연원을 추적한즉슨 1960년대 농경지 개간 이후 휴면 상태에 있던 가시연꽃의 매토종자가 습지 복원사업으로 생육조건이 맞자 반세기 만에 다시 발아를 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발아만 까다로운 게 아니고 꽃을 피우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예민해서 수온과 수심, 기후, 일조량 등이 맞지 않으면 아예 꽃을 피우지 않고 그대로 열매를 맺습니다. 꽃을 피우지 않고도 자가수분을 통해 종자를 만들 수 있는 폐쇄화이기도 한 때문입니다. 때문에 ‘백 년 만에 피는 꽃’이라거나, ‘백 년 만에 한 번 볼 수 있을 만큼 보기 어려운 꽃’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대에게 행운을’이라는 꽃말을 가진 가시연꽃의 꽃을 지난여름의 불볕더위가 남긴 축복인양 지난 8월 말 반갑게 만났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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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  밝히는  특산식물,  금강초롱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29>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

정말 더운 여름입니다. ‘가장 무더운 8월’로 기록될 것이라고 너나없이 호들갑을 떨듯 올 여름은 쉽사리 물러나질 않습니다. 입추·처서까지 지났건만 늦장 부리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노염(老炎)이 참으로 길고 짜증스럽지만, 늘 그렇듯 달이 차면 해가 기우는 법. 지루하고 혹독한 폭염 속에서도 이미 가을은 무르익고 있습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인 8월 하순 늦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전령사’ 금강초롱꽃이 하늘에서 낙하산이 떨어지듯 꽃송이를 활짝 열고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유독 긴 때문인가. 가을의 길목을 밝히는 계절의 전령사인 금강초롱꽃은 더없이 진한 색으로,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개화 시기도 빨라 설악산 대청봉에선 이미 지난 7월 중순부터 금강초롱꽃이 하나둘 꽃잎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초롱꽃이 아침을 햇살을 받아 청사초롱 불 밝히듯 숲 속을 환히 밝히고 있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지만, 어디 금강초롱꽃 한두 송이로 성에 차겠습니까. 폭죽이 터지듯 하늘을 가득 메우는 꽃다발을 만나지 않고서야 어디 금강초롱꽃을 보았다고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다행히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가평의 화악산을 비롯해 경기·강원도 곳곳의 높은 산에서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자 야생화의 제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금강초롱꽃이 청사초롱에 불을 밝히듯 하나둘 피어나고 있어 누구든 길을 나서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화악산과 광덕산 명지산 용문산 복주산, 그리고 설악산과 태백산 오대산 대암산 도솔산 등 경기·강원도의 명산들이 바로 금강초롱꽃의 자생지입니다.

 

금감초롱꽃속에는 꽃색이 청자색인 금강초롱꽃과 흰색인 흰금강초롱꽃, 그리고 꽃받침이 넓은 검산초롱꽃 3개 종이 있는데 모두 우리니라 특산식물이다. 사진은 꽃색이 거의 흰색에 가까운 금강초롱꽃이다.

초롱꽃은 물론 산나물로 즐겨 먹는 더덕과 도라지를 비롯해 만삼과 소경불알, 모시대, 잔대 등이 모두 종 모양의 꽃을 피우는 초롱꽃과의 식물입니다. 그중 꽃의 생김새나 색 등 관상미가 가장 뛰어난 금강초롱꽃은 우리 민족 누구나 백두산만큼 각별하게 여기는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된 초롱꽃으로, 그저 많은 야생화 중 하나라는 의미 이상을 내포하고 있는 식물입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즉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특산식물이기 때문입니다. 금강초롱꽃은 다시 금강초롱꽃과 흰금강초롱꽃, 검산초롱꽃 등 3개 종으로 나뉘는데, 셋이 모두 한반도 특산입니다.

 

화악산 정상 부근에서 주변 산줄기를 굽어보는 금강초롱꽃과 설악산 흘림골 여심폭포 계곡에 핀 금강초롱꽃. 경기 · 강원도 일대 여러 산에 비교적 많은 개체 수의 금강초롱꽃이 자생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금강초롱꽃에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제 식민 지배의 슬픈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국제식물명명규약(CBN)에 보고된 학명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가 생생한 증거입니다. 즉 일제 강점기 한반도 식물 연구를 선점했던 일본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 1882~1952)이 1911년 금강산에서 세계적인 특산종인 금강초롱꽃을 발견하고선,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 요시타다의 공을 기린다며 학명의 속명에 하나부사(Hanabusa)를 가져다 붙이고 맨 뒤엔 자신의 이름 나카이(Nakai)를 쓴 것이지요. 그는 조선총독부의 후원 아래 1909년부터 1932년까지 전국을 돌며 2만여 점의 식물을 채집하는 등 한반도 식물 조사·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 고유종 527종 가운데 62%인 327종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국제적인 학명으로 등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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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록버드나무 2016.09.02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런~~

    청보랏빛 금강초롱을 보는데 왠 슬픔이 이는지요

    저녁답 대공원을 산책합니다
    호수 경계석 위에
    청계산 능선 향해 장승처럼 서 있는 사람들을 봅니다.
    멈칫 서늘해집니다
    출렁이는 가을을 읽습니다
    개뻥~~~ 아녀요 진짜 느껴집니다. ^^
    누구나 마음 정한데는 한 군데 쯤 있는 법..
    까슬한 가을을 지나가야 합니다

 '동자승의 환생'이란 애잔한 전설의 여름꽃,  제비동자꽃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22>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ychnis wilfordii (Regel) Maxim.

옛날 옛적 높은 산 인적이 드문 암자에 주지승과 동자승이 살았답니다. 어느 겨울날 주지승이 탁발하러 여염에 내려갔다가 그만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제때 암자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천애 고아였던 동자승은 자신을 돌봐주던 주지 스님이 이제나 오시나 저제나 오시나 하고, 암자 밖으로 나와 기다리다 그만 얼어 죽었습니다. 이듬해 봄 동자승이 죽은 자리에서 주황색의 꽃이 피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동자꽃이라고 합니다.

 

대관령 숲 속에서 풍성하게 꽃을 피운 제비동자꽃. 북방계 식물로서 강원도 이북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제비동자꽃은 자생지와 개체 수가 극소수여서 각별한 보호, 관리 대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애잔하면서도 그럴싸한 사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동자꽃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모두 네 종류가 있습니다. 5장의 주황색 꽃잎이 동그란 원을 그리는 게 마치 동자승의 까까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동자꽃, 전체에 길고 흰 털이 있고 진홍색의 꽃잎이 손가락 굵기 정도로 갈라지는 털동자꽃, 진한 홍색의 꽃잎 5장이 전체적으로 동그란 원형을 유지하되 각각의 꽃잎 끝이 잘게 갈라져 끝이 뾰족뾰족한 톱니바퀴를 연상케 하는 가는동자꽃, 그리고 제비동자꽃이 있습니다.

 

제비의 꽁지깃을 닮았다고 해서 제비동자꽃이란 이름을 낳은 길고 가늘게 갈라진 꽃잎.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꽃)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왜 제비동자꽃인지를…. 여름이면 집집마다 처마 밑에 반원의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제비를, 진흙집 위로 고개를 내밀고 먹이를 받아먹는 제비 새끼들을 흔히 보아왔으나, 언제부터인가 그런 정경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제비가 어떤 형상이었는지 잊혔습니다. 어쩌면 젊은 세대들은 제비에 대한 기억조차 없을지 모릅니다.

 

다섯 장의 꽃잎이 둥글게 원형을 이루는 동자꽃. 전국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진홍색 꽃잎이 크게 5개로 나뉘고 각각의 꽃잎은 다시 4갈래로 가늘고 길게 갈라지는데, 날렵하게 뻗은 모습이 마치 제비의 꽁지를 닮았다고 해서 제비동자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제비동자꽃의 꽃잎이 제비라는 새의 전체적인 형상이 아니라 꽁지깃을 닮았다는 말인데, 앞으로는 제비동자꽃을 보고 제비의 꽁지깃을 연상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동자꽃은 전국에 분포하지만, 나머지는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털동자꽃은 남한에는 아예 없어 백두산에나 가야 볼 수 있는데, 다행히 그곳에선 장백폭포 오르는 길가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가는동자꽃은 일본의 최남단 규슈(九州) 지방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선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다 몇 해 전 부산의 한 습지에서 극소수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비동자꽃 역시 남한에서 만날 수는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자생지는 대관령과 대암산 등 단 2곳에 불과합니다.

 

여름 해를 닮은 듯 강렬한 진홍색이 인상적인 제비동자꽃.

특히 기후 변화에 민감한 북방계 식물로서 지구온난화 및 무분별한 불법 채취로 인해 향후 50년 이내에 강원도의 습기가 많은 숲 속 자생지에서 절멸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환경부는 제비동자꽃을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는잎동자꽃이나 제비동자꽃이나 종자가 많이 만들어지고 종자 발아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어서, 자생지 이외 여러 식물원에서 인위적으로 증식된 개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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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폭염에 물로 오라 유혹하는, 각시수련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15>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 학명은 Nymphaea tetragona var. minima (Nakai) W.T.Lee

사상 유례 없는 불볕더위가 온 나라를 뒤덮으며 전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남덕유산 정상의 분홍색 솔나리가 7월의 뙤약볕을 물리치고, 가야산 정상의 백리향이 8월 초순의 무더위를 씻어냈건만 예년이면 가을바람이 선들 불어야 할 8월 중순에도 40도까지 육박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해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심정으로 산으로 향하던 발걸음에 급제동이 걸립니다. 그리곤 여름이 제철이건만 한사코 모른 척 외면했던 바다로, 물로 눈길을 줍니다. 마침 저 멀리 물 한가운데에서는 “제아무리 산 정상에서 부는 바람과 계곡 물이 시원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덥지 않으냐며 어서 물에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듯 청초하게 피어있는 꽃송이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잠길 듯 물에 떠 있는 각시수련입니다.

 

드넓은 호수의 주인처럼 피어있는 각시수련. 초유의 폭염에도 순백의 꽃을 활짝 피우고 물에 들어와 더위를 식히라며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하늘을 덮을 듯 꽃잎이 넓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연꽃에 비해, 순백으로 피는 꽃의 지름이 2~3cm에 불과할 정도로 꽃도 작고 잎도 작아서 애기수련이라고도 불리는 각시수련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희귀한 특산식물입니다. 처음 발견된 곳은 못 가본 지 하도 오래되어서 이름도 생소한 황해도 장산곶 몽금포라는 곳인데, 이 때문에 지금도 많은 도감은 황해도 장산곶 또는 황해도 몽금포를 가장 대표적인 자생지로 표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갈 수 없는 몽금포 이외에 알려진 자생지로는 강원도 고성의 오래된 작은 연못이 거의 유일하며, 백두산 일대 습지에서도 아주 적은 수의 개체가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성과 몽금포 이남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전형적인 북방계 수생식물로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될수록 멸종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해 환경부도 2012년 각시수련을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꽃의 지름이 2~3cm, 잎의 크기도 2~6cm 불과해 애기수련이라고도 불리는 토종 수생식물. 끝이 뾰족한 타원형 꽃받침 4개에 꽃잎은 8장 안팎이며 노란색 수술이 많다.

몇 해 전 처음 각시수련을 만났을 때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할까요. 물어물어 겨우 알게 된 자생지에 도착해 연못가로 달려갔지만 도통 한 송이도 보이질 않습니다. 아무리 작다고 하지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는 아닐 텐데, 장소를 잘못 찾았나, 벌써 철이 지났나… 하면서 연못 주변을 서성대다 문득 지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보통 점심을 먹고 찾아가서 만났다. 아침나절에 가면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아예 볼 수 없다.

 

각시수련이 가라앉을 듯 수면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꽃을 피우면서 환상적인 반영(反影)이 만들어지고 있다.

낮 1시는 넘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게다.” 미인은 잠꾸러기라지만 정말 그럴 줄 몰랐습니다. 장황한 설명을 들었지만, ‘그래도…’라는 마음에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를 감안할 때 한두 시간 일찍 가도 만날 수 있겠거니 했는데 오산이었던 겁니다. 어쩔 도리 없이 1시간 반 넘게 시간을 흘려보냈고 정확히 오후 1시 15분쯤 저 멀리 연못 가운데 작은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던 수면 위로 물속에서 무엇인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인 각시수련이 강원도 고성의 한 연못에서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미를 뽐내고 있다.

물 위에 잎을 띄우고 사는 부엽식물(浮葉植物)로서 잠자는 연꽃이란 뜻의 한자 이름을 가진 수련(睡蓮), 이름 앞에 아내 또는 새색시를 뜻하는 ‘각시’가 붙었으니 작고 연약한 여성적인 이미지의 꽃이어야 하거늘, 단 한 송이만으로도 커다란 못의 주인이 된 듯 당당합니다. 낮이면 물 밖으로 올라와 수면과 맞닿은 채 꽃을 피우지만, 밤이 되면 꽃잎을 닫고 다시 물속으로 아예 내려가 잠깁니다. 보통 6월에서 8월 사이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9월 초순에도 싱싱한 꽃을 만날 수 있으니 개화 기간이 알려진 것보다 더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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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5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가야산 사방 백 리를 허브 향으로 뒤덮는, 백리향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08>

꿀풀과의 낙엽 활엽 반관목, 학명은 Thymus quinquecostatus Celak.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7도를 기록하면서 폭염 경고가 발령됐던 지난 4일.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해발 1,430m의 가야산을 올랐습니다. 경북 성주군의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서성재와 칠불봉을 거쳐 정상인 상왕봉까지 3시간 만에 도달했습니다. 출발 지점부터 정상까지 4km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르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오직 하나. 한여름 폭염 속에서 피어나는 백리향(百里香)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무난히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첩, 첩, 첩. 연이은 산봉우리 사이로 구름이 넘나들고, 흐드러지게 핀 백리향 위로 나비가 사뿐히 내려앉는 여름 가야산. 높은 산과 하늘과 구름과 꽃, 벌 나비가 한 폭의 멋진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향기가 나는 식물을 흔히 허브(herb)라고 부르니, 백리향은 엄연히 허브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해외에서 수입된 외래종 허브가 아닌, 토종 허브의 대표로 꼽아도 전혀 손색없는 백리향. 꽃은 물론 줄기와 잎 등 전초에서 진한 향기가 납니다. 인도에서는 ‘천국으로 가는 문을 연다.’는 말로 허브의 강한 향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향기가 사방 백 리를 간다며 아예 백리향이란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혹자는 그 향기가 직접 백 리까지 번진다는 게 아니라 신발에 묻은 향기가 백 리까지 걸어도 가시지 않는다는 뜻에서 백리향이라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어찌 됐든 분명한 건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발 없는 백리향이 백 리를 간다.’는 말이니, 일종의 과장법으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10cm 안팎의 키에 입술 모양의 연분홍 꽃을 다닥다닥 달고 있는 백리향. 가야산 정상 일대 바위 겉과 물이 잘 빠지는 언덕 등지에 잔디가 깔리듯 풍성하게 피어 있다.

전국적으로 30여 곳의 자생지가 있으며 개체 수도 풍부하다고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백리향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한라산 가야산 운무산 등 고산의 바위나 석회암 지대를 찾아가야 합니다. 특히 백리향보다 줄기가 더 굵으며, 옆으로 가지를 뻗는 섬백리향은 울릉도에서만 자라는데, 북면 나리동의 섬백리향 자생지는 제52호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6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분홍색 꽃을 피우는 백리향과 섬백리향 모두 뿌리와 줄기 잎 등 전초를 말려서 한방에서는 지초(地椒)라는 약재로 사용하는데, 강장 효과가 높고 우울증, 피로 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동이 트고 하늘이 붉게 물드는 새벽  진한 허브 향을 가득 머금은 백리향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든 멋진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참, 그야말로 기록적인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삼복 더위 속 가야산 산행이 무척 덥고 힘들지 않았냐고요? 천만의 말씀! 시원하고 청량한 계곡 물이 흐르면서 한여름의 열기를 날려주고, 또 무성한 이파리는 햇살을 가려주고, 오르고 내리는 산길은 너른 그늘 속에 잠기고… 그야말로 여름의 고산은 산 전체가 시원한 냉장고 속과 같았습니다. 특히 사진을 담는 동안 저 멀리엔 첩첩 산봉우리 사이로 흰 구름이 넘나들며 장쾌한 풍광을 만들고, 바로 앞 둔덕에선 연분홍 백리향이 꽃물결을 이루는 걸 보며 ‘아! 이런 게 바로 황홀경이란 것이겠구나.’하고 탄성을 터뜨립니다. 여기에 덧붙여 백리향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향기는 폐부를 찌를 듯 파고들면서 온몸이 무한한 행복감에 빠져들게 합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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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남덕유산 정상엔 솔나리,  백두평원 가는 길가엔 큰솔나리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7. 25>


솔나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ilium cernuum Kom.

큰솔나리/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Lilium tenuifolium Fisch.

여름 더위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즈음입니다.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웃돌면서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개나 고양이들이 그늘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축 늘어져 낮잠을 즐기는 광경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가로수는 물론 화단의 풀꽃들도 활기를 잃고 헐떡이는 듯 보입니다. 한여름 불볕더위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활기를 앗아갈 것만 같은 7월 하순. 그러나, 저 멀리서 젊은이들의 함성이 들립니다. 모래밭을 뒹굴고, 푸른 파도에 몸을 던지며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연분홍 꽃 색이 환상적인 솔나리가 삼복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덕유산 정상에서 백두대간 연봉을 굽어보며 활짝 꽃잎을 열고 있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그렇습니다. 제아무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젊음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그렇듯 제아무리 태양이 붉게 타들어 간다 해도 태양을 닮은 듯 붉게 타오르는 ‘나리꽃’을 숨죽이지는 못합니다. 겨울과 봄을 거친 태양이 붉게 물드는 6월 하늘나리가 그에 맞서기라도 하겠다는 듯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여는 것을 시작으로, 털중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땅나리 날개하늘나리 중나리 참나리 큰하늘나리 등 우리 땅에서 피고 지는 10여 종의 야생 ‘나리꽃’들이 줄지어 피어납니다. 그리고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경남 함양·거창군과 전북 장수군에 걸쳐있는 남덕유산 정상에서 백두대간 연봉을 굽어보며 피어나는 솔나리가 야생 ‘나리꽃’ 행렬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남한에선 자취가 사라진 큰솔나리가 백두평원 가는 길가 야트막한 야산 바위 절벽 위에서 주황색 꽃송이를 가득 달고 서 있다.

잎이 솔잎처럼 길고 끝이 뾰족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솔나리, 그러나 단지 이파리만이 아니라 전신이 소나무의 기상을 빼닮은 듯 고고하기 짝이 없습니다. 꽃 색도 주황색 일색의 다른 나리꽃들과 달리 국내 나리꽃 중 유일하게 연분홍색을 띠고 있습니다. 키가 70cm 안팎이라고 도감에는 설명돼 있으나 큰 것은 1m를 훌쩍 넘기기도 하고, 하나의 줄기에 많게는 10송이가 넘는 꽃송이를 풍성하게 매달고 서 있기도 합니다. 남덕유산은 물론 강원도 설악산과 운무산, 경남 가야산, 충북 이만봉 등에도 자생하는데, 그 어느 산이건 낮은 곳에서는 만나기 어렵고 정상부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솔나리에도 순백의 꽃이 피는 솔나리가 따로 있어, 아예 이름도 학명도 별도로 불러주며 희귀종 대우를 하고 있습니다.

 

꽃잎이 온통 하얀색인 흰솔나리가 단 한 송이만으로도 사위를 압도할 수 있다는 듯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연길공항에서 내려 백두산 가는 길에 참으로 오랫동안 연모했던 큰솔나리를 만났습니다. 충북 괴산 등지에 자생했다는 기록은 있되 최근 20년 동안 관찰되지 않았으니 남한에서는 사실상 절멸한 것으로 여겨지는 큰솔나리. 연분홍 꽃잎이 투명하게 빛나는 솔나리, 장쾌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국내 최고라고 일컫는 남덕유산 솔나리, 그리고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흰솔나리까지 만나보았으니, 잎은 솔나리와 마찬가지로 솔잎을 닮았으되 꽃 색이 주황색이고 꽃잎도 끝이 좀 더 뾰족한 피침형이라는 큰솔나리를 마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투명한 연분홍색이 일품인 솔나리의 풍성한 꽃송이.

백두산을 낀 연변 지역 자체가 산악 지대라고는 하지만, 큰솔나리의 자생지는 의외로 도로에서 가까운 산기슭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하나둘씩 보이기도 하고 20여 송이가 모여 있기도 했는데, 군락을 이룬 곳은 역시 높지는 않더라도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가파른 바위 절벽 위였습니다.

   <업다운뉴스(updownnews.co.kr) 2016.07. 25>


Posted by ato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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